'원조 발라드 황태자' 한경일, 이승기처럼 정산=0원 "복종했다" 고백[TEN피플]
가수 한경일도 이승기가 겪었던 일을 과거 비슷하게 경험했다. 메가 히트곡 ‘내 삶의 반’을 낼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지만 가수 활동에 대한 수익은 한 푼도 받지 못한 것. 소속사의 노이즈마케팅으로 오인을 받게 된 그는 방송 활동을 하지 못하게 된 뒤 바퀴벌레가 나오는 집에서 생활한 만큼 생활고를 겪었다고 고백했다. '을'의 안타까운 사연이다.

2002년 데뷔한 한경일은 '한 사람을 사랑했네', '슬픈 초대장' 등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특히 '내 삶의 반'은 2000년대 대표 발라드로 꼽히는 메가 히트곡. 그렇게 한창 주가를 올리던 때, 한경일은 돌연 방송계에서 사라졌다.

한경일은 최근 MBN '특종세상'에서 갑작스레 잠적했던 사연을 털어놓았다. 그는 "3집 때 활동을 잘하고 있었는데 당시 소속사 사장님이 갑자기 용돈을 주시더니 '너 한 일주일 정도 어디 가서 좀 숨어 있어라' 하더라"고 회상했다. 이어 "조금 더 주목받기 위해서 '소속사와 트러블 때문에 잠적했다'는 작전을 짠 거다. 이후 방송 관계자들에게 한경일이라는 가수가 무책임한 사람으로 낙인찍혔다. 그 뒤로는 방송도 못 했고, 외부 행사도 들어오지 않았다. 2004년을 마지막으로 전성기가 끝났다"고 털어놨다.

전성기 때도 돈을 벌진 못했다. 한경일은 "수입이 한 푼도 없었다. 힘들다고 사정을 해도 돈 없다고 못 준다더라. 요즘 말로 하면 노예계약"이라고 밝혔다. 이어 "마지막으로 유일하게 있던 반지하 집을 팔고 모든 빚을 다 갚고 길거리에 나앉은 상태였다. 결혼해서 살고 있는 큰누나 집에서 어쩔 수 없이 아빠, 엄마, 저까지 얹혀살았다"고 말했다.
'원조 발라드 황태자' 한경일, 이승기처럼 정산=0원 "복종했다" 고백[TEN피플]
'원조 발라드 황태자' 한경일, 이승기처럼 정산=0원 "복종했다" 고백[TEN피플]
'원조 발라드 황태자' 한경일, 이승기처럼 정산=0원 "복종했다" 고백[TEN피플]
사진=유튜브 채널 '근황올림픽' 영상 캡처
사진=유튜브 채널 '근황올림픽' 영상 캡처
최근 한경일은 유튜브 채널 '근황올림픽'에서는 보컬 학원을 운영하는 근황을 전하며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그는 "소속사에서 노이즈마케팅을 해보려 했다"며 "저는 자기 이름 좀 알렸다고 소속사 은혜도 모르고, 방송을 펑크 낸 괘씸한 사람으로 방송가에 낙인찍혔다. 완전히 백수가 됐다"고 털어놓았다.

한경일은 "데뷔했을 때부터 한 푼도 돈을 받지 못하고 일했다. 계약서에 명시된 만큼도 못 받았다"고 밝혔다. 생활고에 시달렸던 한경일은 이후 방송 섭외 요청에도 "내가 사람들에게 사는 꼴을 보여줘서 득이 될 게 없었다. 비웃음을 살 정도였다. 작은 집에 월세로 부모님까지 셋이 살고 있었다. 바퀴벌레도 나오는 집이었다"며 거절했다고 한다.

한경일은 유튜브 채널 '자발적혼술'에서도 '정산금=0원'에 대한 사연을 털어놨다. 한경일은 "그 당시에는 그런 게 많았다. 남들은 복종하지 않고 따지기도 했다"며 "저는 말씀을 못 드렸다. 저는 직업을 잃을까봐 복종하는 수밖에 없었다. 지금 못 받아도 나중에 주겠지 싶었다. 거기서 싸우고 법정 소송 걸려서 활동을 못하면 희망조차 사라지는 상황이지 않나. 그게 싫었다"고 말했다.

한경일의 사연은 최근 소속사와 이승기 간 '음원 정산 수익 0원' 파장을 연상시킨다. 이승기는 18년간 약 137곡을 발표했지만 단 한 푼의 정산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후크엔터와 시비를 가리고 있다.

최근 방송된 KBS2 ‘연중 플러스’에서는 해당 사건을 다루며 이승기가 후크엔터에 가스라이팅을 당했다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정신과에 간 적 있다는 이승기에 대해 전문의는 "가스라이팅은 다른 사람을 오랜 시간에 걸쳐서 심리적으로 조종하는 것"이라며 "상대방에게 복종을 강요하고, 상대방도 복종을 당연하게 여기는 이런 기저가 작동할 때"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랜 기간 '너는 마이너스 가수다', '너는 음원 수익을 내지 못했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려고 해도 소속사로부터 묵살 당하고 비하 당했다. 그 결과 심리적 지배 단계에 있던 것이 아닌가 판단된다"며 가스라이팅 피해 가능성을 언급했다.

음원 수익 미정산 문제는 종종 발생해왔다. 박효신, 슬리피 등도 음원 수익을 제대로 정산받지 못했다며 소속사들과 갈등을 빚은 바 있다. K팝의 위상은 높아졌지만 음원 수익 배분 등 계약 시스템은 아직도 미비하다. 투명하고 공정한 제도 마련과 인식 개선이 시사되는 바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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