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건의 까까오톡≫

최성봉, '아침마당'·'불명' 출연 후
목표액 10억원 펀딩 진행
사기 의혹에 KBS 황급히 손절
'아침마당'(위)과 '불후의 명곡'에 출연한 최성봉/ 사진=KBS 캡처
'아침마당'(위)과 '불후의 명곡'에 출연한 최성봉/ 사진=KBS 캡처
≪정태건의 까까오톡≫
'까놓고, 까칠하게 하는 오늘의 이야기'.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가 화제가 되는 연예·방송계 이슈를 까다로운 시선으로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KBS가 가수 최성봉의 거짓 암투병 의혹이 커지자 꼬리 자르기를 시작했다. 과거 그가 출연했던 프로그램의 흔적을 지워내면서다.

KBS는 최근 최성봉이 지난 7월 출연한 KBS1 '아침마당' 8920회 클립 영상을 삭제했다. 지난 9월 그가 출연했던 '불후의 명곡' 522회 VOD 서비스도 더 이상 제공하지 않는다.

최성봉은 지난 1월 소속사 봉봉컴퍼니를 통해 "지난해 5월 건강검진을 통해 대장암 3기와 전립선암, 갑상선 저하증 및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6개월 뒤 '아침마당'에 출연한 그는 "현재 대장암 3기, 전립선암, 갑상선암 등을 진단받고 항암치료 중"이라며 "세 차례 수술을 받았고 감사하게 살아남았는데 지금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불후의 명곡' 출연을 앞두고 최성봉은 첫 정규 앨범 제작을 위한 모금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목표액은 무려 10억원으로, 모금액은 최성봉의 앨범 및 뮤직비디오 제작에 사용될 예정이었다.

최성봉은 지난 9월 11일 '불후의 명곡' 방영 시점과 맞물려 펀딩을 시작했다. 당시 10일 만에 1차 목표액인 2천 만원 펀딩에 성공하는 등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 최성봉은 환자복을 입은 채 '노래하고 싶다'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사진을 올리는 등 적극 홍보했다.

하지만 최근 최성봉의 암 투병이 거짓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유튜버 이진호가 최성봉의 여성 팬으로부터 들은 증언을 공개하면서다.

이에 따르면 최성봉은 암 투병 중에도 음주와 흡연을 즐겼다. 또 최성봉이 입은 환자복은 인터넷에서 쉽게 구매할 수가 있었고, 진료 기록도 찾아볼 수 없었다.
가수 최성봉/ 사진=페이스북 캡처
가수 최성봉/ 사진=페이스북 캡처
이를 반박하기 위해 최성봉은 진단서를 제시했지만 병명과 코드가 일치하지 않는 등 조작 의혹에 휩싸였다. 그가 진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병원에서는 최성봉의 진료 기록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자신의 이익을 취득하기 위해 사문서 위조까지 손을 댔다는 비판이 쏠렸다.

논란이 커지자 최성봉은 지난 12일 자신의 팬 카페를 통해 "물의를 일으키고 상심을 안겨드려 죄송하다. 소중한 후원금 돌려달라고 하는 회원님에게는 당연히 돌려드리겠다"고 사과했다. 당사자가 고개를 숙이자 KBS는 곧바로 '손절'을 결정했다.

최성봉은 2011년 tvN '코리아 갓 탤런트'에 출연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뛰어난 노래 실력으로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그의 호소력 있는 목소리가 더욱 큰 감동을 안겼다.

후원자들 가운데는 당시의 강렬한 기억 때문에 최성봉을 돕기 위해 나선 이들도 분명 있다. 하지만 최성봉은 올해 두 번의 KBS 프로그램 출연을 기회 삼아 모금을 받기 시작했다. '아침마당'과 '불후의 명곡'에서 최성봉은 '희망의 아이콘'으로 그려졌다. 그가 방송이 나간 뒤 일주일 만에 2천 만원을 모금할 수 있었던 이유다.

이에 대해 KBS는 일반 시청자들과 마찬가지로 사전에 미처 의혹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들의 의도와는 달리, 한 유튜버의 의혹 제기가 없었다면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었다. KBS는 사기극의 도구로 활용된 뻔 했다.

KBS 입장에선 본인들도 피해자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공영방송사로서 출연자를 철저히 검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렵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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