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워맨스가 필요해' 출연
세계선수권대회 앞두고 녹화
100% 훈련 소화 중인지 의문
양궁선수 안산/ 사진=국제올림픽위원회 인스타그램
양궁선수 안산/ 사진=국제올림픽위원회 인스타그램
'까놓고, 까칠하게 하는 오늘의 이야기'.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방송계 이슈를 까다로운 시선으로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훈련 매진 하겠다"던 안산의 고정 예능 출연, 기대보다는 걱정 앞서는 이유

2020 도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안산이 세계양궁선수권대회를 앞두고 SBS 새 예능프로그램 '워맨스가 필요해' 출연을 확정했다. 그의 방송 활동이 대회 성적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까란 우려가 나온다.

SBS는 1일 보도자료를 통해 "안산이 '워맨스가 필요해'에 고정 출연한다"고 밝혔다. 이어 "안산이 오는 10월 열릴 전국체전을 위해 함께 생활하고 있는 광주여대 양궁팀 선수들과의 기숙사 생활을 공개할 예정"이라며 국가대표 선수가 아닌 대학생 안산의 이야기를 예고했다.

2020 도쿄올림픽 최고 스타로 꼽히는 그의 활발한 방송 활동은 이미 오래 전 예견된 결과다. 안산은 대한민국 하계 올림픽 사상 첫 3관왕 타이틀을 거머쥐면서 국민들의 뜨거운 응원과 격려를 받았다. 이에 방송사들은 일제히 '안산 모시기'에 돌입했고, 결국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SBS '집사부일체' 등 인기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하지만 '워맨스가 필요해' 고정 합류는 앞선 방송 활동과는 다르다. 올림픽 열기가 가시기 전, 휴식 기간을 활용해 선수들이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은 환영받을 만하다. 하지만 현역 선수가 일회성이 아닌 고정 예능에 출연하는 건 경기력에 대한 우려가 따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안산의 출연 소식은 세계양궁선수권대회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알려졌다. 이미 한 차례 녹화도 마친 상황이다. 지난달 19일부터 진천선수촌에서 훈련에 돌입했다던 그가 100% 컨디션으로 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갖게 하는 이유다.

특히 한국은 2019년 열린 지난 대회에서 금메달 5개 중 혼성전 1개 획득에 그쳐 역대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이에 모든 선수들이 명예회복을 위해 와신상담의 자세로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여기에 양궁 종목이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를 수확한 직후 열리는 대회라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안산도 "이제 도쿄의 영광을 뒤로하고 선수 안산으로 돌아가 훈련에만 매진하겠다"며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더군다나 안산은 자신의 고향 광주가 2025년 세계선수권대회를 유치하기 위한 홍보 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해왔다. 그만큼 좋은 성적을 거둬 한국 양궁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양궁선수 안산/ 사진=텐아시아DB
양궁선수 안산/ 사진=텐아시아DB
하지만 그의 고정 예능 출연 소식은 앞선 각오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반가움보다는 걱정의 목소리를 앞서게 했다. 안산은 올림픽 메달을 3개나 획득할 정도로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지만 아직 만 20세 나이라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올림픽 효자 종목인 양궁에서 장기간 활약이 기대되는 선수이기도 하다.

양궁은 세계 대회 우승보다 국가대표 선발이 더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종목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태극마크가 주는 무게감이 덜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더 이상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승리를 강요하지 않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길 원한다. 그건 올림픽 무대든 세계선수권대회든 마찬가지다.

부정적인 여론을 뒤집기 위해선 선수는 결국 결과로 증명할 수 밖에 없다. 올림픽이 끝나고 안산보다 방송 활동이 잦았던 남자 펜싱 선수들은 최근 국내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며 박수갈채를 받았다. 안산도 마찬가지로 본업을 잘해낸다면 걱정의 목소리를 떨쳐낼 수 있다.

선수도 사람이기에 매번 잘 할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온다면 '방송 활동을 하느라 본업을 게을리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올림픽 3관왕 안산이 이솝우화 '토끼와 거북이' 속 토끼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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