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자, '전원일기' 당시 힘들었던 심경
"가발 쓴 값 받는 기분"
"교통사고 난 걸로 해주면 안 되냐고"
사진=MBC '전원일기2021' 방송 화면.
사진=MBC '전원일기2021' 방송 화면.


김혜자가 '전원일기' 당시 자신을 죽여달라고 부탁했다고 밝혔다.

지난 25일 방송된 MBC 다큐멘터리 '다큐 플렉스-전원일기 2021' 2부 '봄날은 간다' 편에서는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전원일기'의 종영에 관한 숨겨진 이야기가 담겼다.

이날 방송에서는 故정애란의 '전원일기'를 향한 애정이 드러났다. 그의 딸인 배우 예수정은 "배우로서는 잘 모르고 저한테는 엄마다. 늘 솔직 담백하셨고 단단하셨다. 부수적인 명칭, 호칭에 상관없이 삶을 존중하는 분"이라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그 당시에 제가 가족들하고 독일에 있을 때였는데 저한테도 폐암 걸리신 거를 전화 안 하셨다. 저희 시어머니께서 신문에서 보시고 연락하셔서 알게 됐다. 나중에 알고 보니까 아무도 모르게 일을 하셔야 하니까 2박 3일씩 혼자서 병원에 입원하셨다가 (촬영하셨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전원일기'의 후반부, 작가와 감독이 자주 바뀌던 시기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도 공개됐다. 1980년 시작한 '전원일기'는 4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국민 드라마로 자리매김했지만 1990년대 중반에 이르며 서서히 인기가 식어갔다.

김혜정은 "김정수 선생님은 굉장히 '전원일기'의 구심점으로 수레바퀴를 잘 운영하셨던 작가 선생님인데 그 선생님이 그만두시고 나서 휘청거리고 극을 구성하는 플롯이 무너져버렸다"고 설명했다. 김혜자 역시 "아빠는 맨날 숫돌 갈고 나는 '왔니?', '갔니?' 이런 소리만 했다. 그건 배우라고 할 수 없었다"며 씁쓸해 했다.

이에 '전원일기'의 배우들은 점점 하차를 고민했다고. 김수미는 "저도 개인적으로 조금 지쳐갔다. 다른 배역이 안 들어오더라. '당신은 일용엄니'하고 제쳐놓더라. 어쩔때는 솔직히 말해서 하기 싫었다"고 밝혔다.
사진=MBC '전원일기2021' 방송 화면.
사진=MBC '전원일기2021' 방송 화면.
김혜자 역시 "어느 순간 '전원일기' 속 아버지, 어머니의 캐릭터가 '저런 엄마, 아빠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하던 모습이 아니었다. 그냥 흰 머리 가발 쓰는 것만 큰일이었다. 그건 배우라고 할 수 없었다"고 당시 느꼈던 깊은 고뇌를 얘기했다.

이어 "맨날 못되게 굴었다. (극 중에서) 죽게 해 달라고 그러고. 나는 하나도 서운해하지 않을 테니까 나를 막내딸 만나러 가다가 교통사고 난 걸로 해주면 안 되냐고 했다"며 힘들었던 당시를 회상했다.

그럼에도 김혜자가 '전원일기'에 남은 이유는 단 하나, 남은 이들 때문이었다. 그는 "그런데도 '전원일기'로 사는 분들이 있었다. 월급 타듯이"라고 말했다.

결국 '전원 일기'는 막을 내리게 됐고, 최불암은 "이제 대가족이 없으니까 대가족 제도의 드라마가 무너졌다. 삶의 큰 그릇이 담긴 이야기가 나와야 하는데, 사랑만 가지고는 먹고 살 수는 없는 거 아니냐"라며 씁쓸함을 내비쳤다.

김혜자는 "우리도 살아가면서 정말 싫은데 이별하는 거 많지 않냐. 그런 생각 한다. 그 만남을 통해서 내가 많이 성장했기 때문에 이별하는 거 아닐까"라고 말했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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