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삼동│My name is...
My name is 송삼동. 본명이다. 국민 한자 쓴다. 석 삼(三)에 동녘 동(東). 드라마 <드림하이>에 김수현 씨가 송삼동이라는 배역으로 나온 후로, 진짜 이름 맞느냐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다. 하여튼 동쪽에서 해가 뜨지 않나. 해가 세 번 뜬다는, 세 번 잘된다는 뜻이다.

1980년 7월 31일에 부산 동래에서 태어났다. 이후에 창원으로 이사했는데 지금 부모님은 모두창원에 계신다. 2살 어린, 귀여운 여동생이 하나 있다.

경희대학교에서 환경공학 공부를 하다가 중퇴했다. 재수를 해서 들어갔는데 대학 갈 당시엔 그냥 서울 쪽으로 가고 싶었기 때문에 ‘못 먹어도 고(go)’였다. 서울 경희대를 갔어야했는데 입시 준비 중 막판에 힘이 좀 달려서 수원에 머물렀다. 하하.

연기를 하려고 부모님 몰래 자퇴서를 썼다. 최고이자 최후의 불효를 그때 한 셈이다. 부모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얘기해봤자 절대 안 된다고 하실 게 뻔했다. 아버지 이름으로 2천 원짜리 싸구려 목도장을 팠는데 너무 싸구려를 팠는지, 학교에서 부모님한테 전화를 해서 금방 탄로 났다. 이 쪽 일을 한지 이제 9년 째 되는데 5년 되던 때까지는 계속 티격태격했다. 그래도 마음속으론 응원하셨겠지.

부모님은 정말 사랑스럽고 귀여운 분들이다. 난 이렇게 귀여운 사람들을 본적이 없다. 집에 내려가면 미칠 것 같다.내가 연기하는 모습에 대해 귀엽다는 말을 종종 듣는데, 두 분 덕에 내가 이런 성향의 연기를 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임순례 감독님은 거의 도인이시다. 잔잔하고 고요하고 큰 요동이 없다. 권순경 역 오디션을 위해 감독님이랑 마주 앉아 대본을 읽었는데, 감독님이 슥 일어나셔서 자리로 가시더라. 조심스럽게 “감독님, 저 된 건가요…?” 했는데 그냥 “예~” 하시더라.

영화 <남쪽으로 튀어>를 촬영한 섬 중 가장 오래 머물렀던 여서도는 물이 워낙 맑고 물고기가 많았다. 어느 날 아침엔 (김)윤석 선배가 혼자 낚시하고 계시더라. 나도 같이 해봤는데, 정말 낚싯대 넣으면 바로 잡혔다. 영화 속 섬 느낌과 실제로 가장 유사했던 섬이다.

실제로 만난 윤석 선배는 뭔가 계산이 잘 되어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현장에선 잘 모르겠던데 스크린에서 보니까 되게 웃기더라. 힘줘야 할 때만 딱 힘주고.

원래 (한)예리 씨를 좋아한다. 되게 매력 있는 여배우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 그런 매력을 가진 여배우가 없었던 것 같다. 작품 한 번 같이하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딱 만난 거다. 그것도 좋아하는 역할로. 얼마나 입이 째지겠나. 흐아. (웃음) 예리 씨를 오토바이에 태워서 오는 장면을 찍는데 막 설레서 싱글벙글 했다.

영화 <낮술>을 보시고 엄마께서 한 소리 하셨다. 엄마는 그래도 늘 나를 응원하시는 편이었는데 보시고는 “너 안 되겠다”고… (웃음) “내내 술 마시고 담배피고 하는데 이게 사람이할 짓이 아니”라고 하셨다. 근데 이번 영화는 아빠가 좋아하시는 경찰 공무원에다가 술도 안마시고 담배도 안 피니까, 틀림없이 좋아하시지 않을까?

일이 없을 땐, 낮술 마신다. 영화도 보고. 술을 잘 못해서 나에겐 맥주도 술인데, 방에 항상 맥주가 있다. 한 캔 일단 따고 볼만한 영화를 찾는다. 여유 있으면 하루에 서너 개씩 보곤 하는데 최근 1,2년 사이엔 다큐멘터리를 많이 봤다.

송삼동│My name is...

송삼동│My name is...
광고를 잠깐 찍은 적이 있다. ‘미떼’라고. 스키장에서 분홍색 옷 입은 김태원 아저씨의 여자 같은 뒷 모습에 “아, 여자다…”하면서 얼레벌레 따라가는 애가 나다.

<알이씨(REC)>에선 벗은 몸이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내 연기가 부끄럽다. 다시 그런 역을 하라고 하면 아마 생각이 많아져서 더 어렵게 할 것 같다. 정말 내가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으면 그냥 안하려고 한다.

<알이씨(REC)>의 소준문 감독과 일주일에 서너 번씩 만난다. 그 사람은 마포구청 살고, 나는 홍대 쪽에 사니까. 어제도 만났다. 둘이서 <베를린> 보고 쇼핑하고, 밥 먹고, 커피마시고… 할 거 다했다. 정말 편하고 좋은 사람이다. 늘 늦는 습관이 있는데, 몇 번 이야기해도 안돼서 그냥 그러려니하고 기다린다.

보통은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영화에 관심이 많이 가지만, 나중에 <똥파리> 같은 영화도 해보고 싶다. 양익준 감독의 <드라이버>라는 단편도 한 번 본적 있는데 폭력에 관한 걸 참 잘 표현하는 사람인 것 같다.

연기를 시작하면서 한국 영화만 계속 봤다. 편협한 생각일 수 있겠지만 당시엔 외국 영화는 정서가 안 맞는다고 생각했다. 일단 한국영화를 볼 게 없어질 때까지 봤다. 그 이후에 외국영화를 찾아서 보게 됐다. 근데 내가 잘못 생각했던 것 같더라. 외국 영화는 자막으로 보기 때문에 그 사람들의 감정이 100퍼센트 와 닿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는데 보다보니 그게 아니더라. 잘못된 생각이었다.

요즘은 JTBC 드라마 <세계의 끝>을 촬영 중인데 안판석 감독님이 정말 좋다. 감독님이 “아, 너 잘한다”고 자주 말씀하시는데 진짜 그렇게 말씀하실 정도로 잘하는 게 아닐 텐데 그냥 그 한 마디가 좋다. 그 미소도 너무 좋다. ‘어떻게 이런 사람이 있지?’ 싶다. 감독님 보고 싶다.

말투가 곧 그 사람만의 화술이 되는 것 같다. 송강호 선배님도사투리가 조금 섞인 지금의 말투가 자신만의 화술로 잡히지 않았나. 나도 지금 표준어도 아닌 것이 사투리도 아닌 것이… 좀 ‘아리까리’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데, 사투리를 고치다가 만 상태라 그렇다. 딱 이 정도까지만 고치고 다른 선배님들처럼 이걸 나만의 화술로 만들고 싶다. 워낙 외형적으로 튀진 않으니까, 나는 나의 말로서 승부를… (웃음)

올해부터 생계형 배우로 전업했다. 이전에는 ‘알바몬’이라는 어플을 휴대폰에 받아두고 수시로 지원해서 갖가지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제일 선호하는 알바는 행사보조 같은 거였다. 이젠 연기해서 먹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나도 모르게 자꾸 뒤지고 있더라 뭐 없나 하고. 하하하.

의상 협찬. 스니저 퍼레이드 (Sneezer Par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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