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원│My name is...
My name is 이재원. 있을 재(在)에 근원 원(源)을 쓴다. 할아버지께서 지어주신 이름인데 글자 그대로 세상의 근원, 세상의 중심이라는 뜻이다.

1986년 6월 21일에 대구에서 태어났다. 수성구에서 오래 살았는데, 초등학교 2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모두 그곳에서 다녔으니 학창시절의 대부분을 수성구에서 보낸 셈이다.

형이 한 명 있는데 워낙 부모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살아 준 덕에, 나는 ‘하고 싶다’고 하면 다 시켜주시는 분위기였다. 연기 하겠다고 말씀드렸을 때도 부모님은 굉장히 좋아하셨다.

JTBC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 (이하 <우결수>) 5, 6회까지의 전상진은 좀 비호감인 캐릭터였지 않나. 그의 매력이 그다지 어필되지도 않았던 것 같은데다 되게 질척거리고… (웃음) 그런데 혜진(정애연)의 소송에 투입되면서부터는 보시는 분들이 상진에게서 든든함이나 통쾌한 맛을 함께 느끼고 계신 것 같다. 아닌가? 그렇지 않나? (웃음)

전상진의 빠른 대사 톤이 이제 너무 체화되어서 약간의 부작용도 있다. 얼마 전 다른 작품 미팅에 갔는데, 내가 자꾸 설득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말도 막 빨리 하고 있고. 아하하.

이미숙 선배를 독대해서 연기할 때면 거의 산 같은 느낌이 든다. 서로 대사를 주고받을 때 이미숙 선배님 대사를 한 80% 듣고, 내가 다음에 할 대사를 20% 정도 준비 하면서 대사가 왔다 갔다 해야 하는데, 내가 그냥 100% 다 듣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냥 아, 네 하게 되는 거다. 워낙 포스가 있고 어려워서 다른 신에 비해 준비 시간을 다섯 배 정도 더 가졌다.

<우결수>에서 정훈이(성준)에게 “키 크네” 라고 한 건 애드리브였다. 정훈과 딱 마주 서는 신은 그때가 처음이었는데, 키가 190cm 쯤 되는 사람을 실제로 맞닥뜨리니까 정말 너무 … (웃음) “키 크네” 라는 애드리브를 뱉자마자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일제히 ‘빵’ 터졌다. 다들 ‘아, 너무 차이 많이 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내가 탁 터트려버린 거지.

데뷔 초에 영화 작업을 많이 해서 큰 화면에 익숙해져 있었다. 큰 화면에선 실제처럼 하는 움직임들이 다 잡히니까, 움직임을 많이 주는 편이었는데 <우결수> 찍을 때도 똑같이 했더니 촬영 감독님이 “가만히 있어라” 라고 하시더라. (웃음) 드라마는 타이트한 샷이 많지 않나. 촬영 감독님이 “상진은 열정적인 인물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게 맞는데, 네가 나중에 멜로를 하게 될 때 그런 잔 움직임이 대사의 힘을 뺄 수도 있다” 라고 하셨다. “대사와 장면이 힘을 받아야 하는 때가있는데, 네가 지금 하는 식으로 하면 그런 것들에 방해가 될 수 있으니까 생각해보라”고 굉장히 좋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했다.



이재원│My name is...
직접 비트를 찍고 가사를 얹어서 랩 메이킹을 하곤 한다. 예전에 학교에서 했던 연극 <한여름 밤의 꿈>에서 퍽 역을 맡았을 때도 노래를 랩으로 바꾸어 다시 곡을 만들어서 무대에 서기도 했다. 곧 혼자만의 기념 싱글 같은 것을 만들 계획이다. 그냥 나에게 관심이 생긴 누군가가 이걸 발견하고, ‘아, 배우 이재원이 이런 면도 있구나’ 하고 생각해 주는 정도면 족할 것 같다.

뮤지컬 <스트릿 라이프>에서 주연 강재민 역을 맡았는데, <한여름 밤의 꿈> 때 만난 원미솔 음악 감독님 덕분이었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넘버를 랩으로 바꾸기까지 했던 내가 기억에 남는다며 감독님이 <스트릿 라이프>에 불러주셨다.

알 파치노의 엄청난 팬이다. 영화 <스카페이스>와 <대부> 같은 작품들도 물론 좋아하지만, <프랭키와 자니>라는 멜로 영화에서의 알 파치노를 정말 좋아한다. <프랭키와 자니>는 거의 유일하다고 할 수 있는 알 파치노의 말랑한 멜로인데 그 감성도 정말 제대로 표현해내는 모습에 완전 쇼킹했다. 되게 좋아했던 배우인데 요즘은 너무 노쇠하신 것 같다… (웃음)

작품을 골라서 할 정도의 위치는 아니다 보니, 불러 주시는 것들 대부분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80% 정도 먹고 일단 본다. 그래도 내가 모델 역할을 할 순 없지 않나. 런웨이를 멋지게 걷는 전상진 같은 건 못하니까… 도저히 소화하지 못하겠다고 생각하는 건 그 정도? 하하.

요즘은 쉴 때도 거의 대본만 본다. 20대 초반엔 놀러 다니는 것도 좋아했었는데 워낙 이미 많이 놀아서 그런가. 으하하. 이제는 그냥 그렇더라. 술도 정말 좋아하는데 잘 안 먹게 되고… 절대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웃음)

영화감독이라는 직업은 신의 영역에 근접한 직업인 것 같다. 전 세계인을 상대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말이야. 두 시간이나 세 시간 정도 걸릴 것 같은데, 여기 앉아서 한 번 들어봐’ 라고 하는 것이 영화고, 감독이니까. 메시지를 말로만 전달하는 게 아니라 영상이나 사운드, 스토리… 모든 걸 동원해서 전달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대단하다. 게다가 머리 아프고 힘든 일이긴 하지만 직업 자체가 굉장히 좋은 기회를 품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감독에 대한 욕심… 은… 음. 하하하! 좋아 보인다는 거다. 지금은 일단.

나는 궁극적으로 배우가 가고 싶은 곳은 무대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혹은 본능적으로 느낌이 오니까. 개인적인 계획으론 2015년 정도부터는 1년에 한 번 정도는 무대에 꼭 서려고 한다. 짧게라도, 한 달 정도라도 뭐 준비 기간이 한 달 반 정도 걸리니까 1년에 2~3개월은 무대에 쏟고 싶다.

커 보이고 싶다. 몸이 크지는 않아도, 조승우 선배님이나 양동근 선배님처럼. 더 올라가면 알 파치노…? (웃음) 아우라만으로도 커 보이는 배우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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