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요? <오연수가 돌아왔다>에요. 완전히 오연수 특집 드라마. 아까 같이 연기해봤는데 요즘 학원 다니나 봐요.” 과천시민회관에서 진행된 <공주가 돌아왔다> 촬영 현장을 지나던 아주머니가 무슨 드라마인지 묻자 탁재훈이 잠시 쉬고 있는 오연수를 힐끔거리며 능청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한다. 과거 ‘불후의 명곡’에서 보여주던 그 뜸들이지 않는 애드리브에 아주머니도 오연수도 웃음을 터뜨리고 만다. 그래서 사실 이날의 현장은 오연수 특집이 아닌 탁재훈 특집이다.

도경(오연수)에게 도시락을 전하러 가는 장면 때문에 다른 배우들보다 먼저 탁재훈이 등장하자 조용히 촬영 준비를 하던 스태프들은 갑자기 빵빵 터지기 시작했다. 첫 회 방송 시청률이 만족스럽지 않아 의기소침할 수도 있었지만 “<선덕여왕>이 40%가 넘고 우리가 5%면 <선덕여왕> 안 보는 사람들은 그 시간에 다 자는 거야?”라고 말하는 그의 유쾌한 태도는 강한 전염력을 가지고 퍼져나갔다. 청승맞게 계단에 앉아 혼자 도시락을 먹는 장면을 찍다가 막간을 이용해 엑스트라에게 “사람 먹는 거 처음 봐요?”라며 역정 내는 척을 할 땐 그야말로 결과물만 드라마고 현장은 예능이다. 덕분에 현장에서 포섭된 팬도 생겼다. 사인을 요구하는 아주머니에게 “대신 <선덕여왕> 끊기에요? 그게 중독성이 강하서 끊기 힘들다는데 이번 기회에 끊고 우리 드라마 보세요”라는 그의 모습은 최근 ‘오빠밴드’에서 보던 밉살스러움과는 다르다. 그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스태프도, 오연수도, 엑스트라들도 키득키득 웃음을 터뜨린다. 현장 분위기의 바로미터는 시청률이라고 말하지만 이곳 현장처럼 과정 자체만으로도 즐거운 작업도 있는 법이다. 사실, 그게 최고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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