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유청희 기자]
MBC ‘봄이 오나 봄’ 방송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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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체인지 판타지 드라마’ MBC ‘봄이 오나 봄’에서 엄지원과 이유리가 두 사람의 몸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았음에도 해피엔딩을 맞았다. 이들은 약물의 문제로 한 달에 한 번씩 몸이 바뀌게 됐지만, 서로의 삶을 사는 것을 즐기며 끝까지 ‘몸을 나눠 쓰는’ 우정과 연대의 길을 걸었다.

지난 21일 방송된 ‘봄이 오나 봄’ 마지막 회에서는 김보미(이유리), 이봄(엄지원)이 방광규(김광규)와 허봄삼(안세하), 허봄일(김남희)의 도움 아래 CIA의 위협 속에서 ‘체인지’를 멈추게 할 약물을 마시게 됐다. 약물을 마시기 전, 이봄의 몸을 한 김보미는 급박한 상황에서도 자신들이 약물을 마시는 것을 스마트폰으로 보도하면서 커리어에 대한 열의를 불태웠다.
MBC ‘봄이 오나 봄’ 방송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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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을 마신 뒤 두 사람은 각자의 하루를 시작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모습은 어쩐지 닮아있었다. 이봄은 아침 늦게 일어나며 딸 시원(이서연)이 아침밥으로 라면을 끓여먹는 것을 허락했다. 자신의 것까지 “두 개 끓여”라고 말하기도 했다. 회사에 출근한 김보미도 비슷했다. 동료들은 그가 “김보미인지 이봄인지” 헷갈려했다.

커리어와 성공에 대한 김보미의 집념은 여전했다. 특종을 잡겠다며 노숙자로 전락한 박윤철(최병모)의 행적을 찾았다. 취재를 통해 그가 고향에 간 것을 알게 된 김보미는 박윤철의 고향 집으로 향했다. 그의 어머니가 해준 밥을 맛있게 먹던 김보미는 박윤철이 나타나자 그의 비자금을 추궁했고, 그가 생강밭에 비자금을 현찰로 묻어뒀다는 것을 알게 됐다.

박윤철과 비자금을 두고 팽팽하게 대립하던 김보미. 하지만 곧 박윤철의 불법 비자금을 뒤쫓던 보도국장 이형석(이종혁)과 이봄이 등장했다. 카메라가 다가오자 놀란 김보미는 비자금을 포기하고 다시 정의의 기자로서 박윤철을 취조하기 시작했다. 소란스러운 가운데 박윤철의 어머니가 생강밭에 등장했고, 그는 비자금을 화로 속에 몽땅 던져버렸다. 박윤철은 불타는 돈을 보며 허망해했다. 이후 박윤철은 횡령 등의 이유로 법정에 섰지만 반성은 하지 않았다. 이봄에게 ‘나가면 너 죽는다’는 메시지를 담은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MBC ‘봄이 오나 봄’ 방송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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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봄삼과 허봄일에게는 변화가 있었다. 약물을 복용한 뒤 몸은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부작용으로 인해 서로의 성격과 재능이 뒤섞이게 된 것. 허봄일은 허봄삼의 손재주를 얻었고, 허봄삼은 허봄일의 노래 실력과 똑똑함을 얻었다. 특히 최초 약물 개발자였던 허봄일은 아이큐가 낮아져서 다시는 약물을 개발할 수 없게됐다.

그럼에도 CIA 닥터 알렉스는 약물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했고, 이봄과 김보미를 납치했다. 허봄삼과 허봄일이 이를 직감하고 그를 구하러 갔지만, 허봄삼이 총상을 당했다.

허봄삼은 죽지는 않았고 닥터 알렉스는 인터폴의 수배를 받게 됐다. 김보미는 자신에게 몰래 약물을 마시게 한 허봄삼의 죄를 모두 용서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집에 방문했다. 허봄삼도 죄를 뉘우치며 반성했다.

이후 허봄일의 노래 실력을 얻게 된 허봄삼이 엔터 사장 방광규 앞에서 노래를 불렀다. 허봄삼은 가수, 배우로 활동하게 됐고 허봄일이 그의 매니저가 됐다.

이봄과 김보미는 다시 일상을 살아갔다. 체인지를 한 뒤 부작용이 생기며 서로의 능력이 뒤바뀐 봄삼, 봄일과는 다르게 이봄과 김보미는 여전히 자신이 잘하고 좋아하는 것을 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알고 보니 두 사람은 봄삼, 봄일과는 다르게 여전히 한 달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몸이 바뀌고 있었던 것. 이에 두 사람은 몸이 바뀔 때에만 문제를 겪었다.

몸이 바뀐 두 사람은 각자 떨어져 있을 때는 지문이 뒤바뀌어 자신의 휴대폰 지문인식기능도 사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들은 “서로의 지문을 새로 등록해두자”라며 대책을 마련했고, 서로의 삶을 위해서도 여전히 분투했다. 이봄이 된 김보미는 배우가 된 허봄삼과도 연기를 했고, 특히 김보미가 된 이봄은 마약왕을 잡으며 특종을 따냈다.

두 사람이 아직도 몸이 바뀐다는 사실은 곧 세간에도 밝혀지게 됐다. 특히 김보미를 옆에서 지켜보던 이형석이 먼저 그 사실을 알았다. 이봄의 촬영장에서 갑자기 몸이 바뀌게 돼 정체가 드러난 김보미. 하지만 그는 막상 정체가 밝혀지자 개의치 않고 “MBS 김보미 앵커 인사드립니다”라며 당당해했다.

“우리가 한달에 한번씩 서로의 인생을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 이봄은 시간 계산을 잘못해 정체를 들켰다는 김보미에게 이렇게 말하며 함께 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리가 어떤 모습을 하더라도 나는 나, 김보미(엄지원), 이봄(이유리)”이라고 외쳤다. 꽃 피는 나무를 바라보며 “봄이 왔나 봐”라는 두 사람의 목소리로 극이 마무리 됐다.
MBC ‘봄이 오나 봄’ 방송 화면
MBC ‘봄이 오나 봄’ 방송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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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방송을 시작한 ‘봄이 오나 봄’ 흔한 바디체인지 소재로 시작했지만, 기존의 이야기와는 처음부터 끝까지 달랐다. 서로 성별이나 연령이 바뀌면서 거친 코미디를 만드는 이야기들과 달리 ‘봄이 오나 봄’은 두 여자의 성장기에 집중했다.

같은 시간대에 방송되는 드라마들과도 다른 선택을 했다. B급 정서도 한몫 했지만, 공중파 드라마에서 삶의 해법으로 제시되곤 하던 남녀의 로맨스 대신 서로의 삶을 살게 되는 두 여자가 관계를 맺고 삶을 극복해나가는 이야기가 이전에 없던 감각을 선사했다.‘바디 체인지’라는 비일상적인 계기를 통해 각자의 일상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 두 사람이 분투하는 장면이 이전에 없던 성장드라마를 만들었던 것. 설정상의 디테일에는 아쉬운 점이 많았지만 대중적인 재미가 보장된 막장드라마와는 다른 선택으로 회를 거듭하면서 점점 더 좋은 이야기들을 보여줬다.
MBC ‘봄이 오나 봄’ 방송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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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배우들의 연기와 캐릭터들이 특별했다. 보육원 출신으로 파양의 경험이 있는 김보미는 이후 기자가 되고 9시 뉴스 앵커자리까지 맹목적으로 노린다. 지나치게 성공지향적으로 살게 된 그가 기자가 된 이유는 ‘그렇게 돼야 내가 이야기를 했을 때 모두가 들어줄 것 같아서’였다. 가난한 여성으로서 스스로의 힘으로 기자가 된 김보미는 종종 과도하게 기회주의자였다. 하지만 로맨스에 집중하거나 의식적으로 선함을 지향하며 자신의 삶을 버리곤 하는 여타 드라마의 여자주인공과는 달라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누구나 원할 법한 풍족한 삶을 사는 국회의원의 아내 이봄이 김보미와의 교류를 통해 변해가는 과정도 신선했다. 거친 김보미와 닮아가는 이봄의 모습이 비춰지면서 배우 엄지원의 연기가 단연 빛났다. 의사 가운·군복을 입고, 오후 9시 뉴스 앵커석에 앉고, 거친 말을 하는 엄지원의 다양한 모습들이 회마다 ‘연기쇼’를 만들어내면서 차기작의 캐릭터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봄이 오나 봄’ 후속으로는 오는 27일부터 채시라, 김상중, 유동근 등이 출연하는 ‘더 뱅커’가 방송된다.

유청희 기자 chungvsky@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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