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손예지 기자]
김준면(엑소 수호) / 사진=텐아시아 DB
김준면(엑소 수호) / 사진=텐아시아 DB
‘연기돌’이라는 말이 있다. 연기 활동을 병행하는 아이돌을 뜻한다. 과거 이들을 향한 선입견이 분명 있었다. 아이돌로 얻은 인기가 작품 활동에도 그대로 반영됐기 때문. 신인 배우 대다수가 단역부터 연기 활동을 시작하는 데 반해, 아이돌의 경우 연기력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서도 주연을 맡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근래 들어 ‘연기돌’에 대한 반감이 줄어들고 있다. 과거보다 더 많은 아이돌이 연기 활동을 겸하고 있을뿐더러, 대다수가 배우라 불려도 좋을 만큼의 연기력을 갖추고 있는 덕분이다.

이 가운데, 본격적으로 배우를 향한 걸음에 박차를 가하는 한 ‘연기돌’의 도전이 눈길을 끌고 있다. 바로 엑소의 리더 수호가 그 주인공이다.

수호는 김준면이라는 이름으로, 오는 26일 MBC 단막극 ‘세가지색 판타지-우주의 별이(이하 우주의 별이)’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우주의 별이’에서 김준면은 극 중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싱어송라이터 우주 역을 맡았다. 우주는 남부러울 것 없는 인기와 화려한 생활을 누리고 있지만, ‘죽고 싶다’는 생각을 언제나 가지고 있는 외로운 남자다.

특별하거나 거창한 캐릭터는 아니다. 화려함 뒤에 외로움을 숨기고 있는 연예인의 이야기는, 방송가를 다룬 작품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먼 이야기가 아니다. 더욱이 김준면은 실제 대한민국 인기 최정상에 오른 아이돌 그룹 엑소의 리더 수호로 활동 중이지 않은가.

그럼에도 김준면의 ‘우주의 별이’ 출연이 눈길을 끄는 것은, ‘우주의 별이’가 실험적인 프로젝트를 통해 탄생했다는 데 있다.

MBC ‘우주의 별이’ 포스터/사진제공=MBC
MBC ‘우주의 별이’ 포스터/사진제공=MBC
‘우주의 별이’는 3부작짜리 단막극이다. MBC와 네이버가 합작해 제작했으며, 26일 첫 방송에 앞서 23일 네이버를 통해 웹버전이 선 공개 된다. ‘우주의 별이’와 같은 포맷의 단막극이 2편 더 있고, 3부작짜리 3개 단막극을 총 9주간 방송하는 것이 ‘세가지색 판타지’다.

최근 현대인들이 콘텐츠를 접하는 장소가 방송 매체서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 등으로 옮겨가면서, 이 트렌드를 반영해 ‘세가지색 판타지’를 탄생시켰다는 것이 연출진의 설명이다. 새롭다는 것은 낯설다는 뜻이기도 하고, 더 나아가면 그 성공 여부를 확신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직 배우로 큰 활약이 없는 상태에서 ‘우주의 별이’를 선택했다는 것만으로, 김준면에게도 남다른 도전이다.

그의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준면은 지난 2015년, 영화 ‘글로리데이’로 스크린에 데뷔했다. 류준열, 지수, 김희찬 등의 젊은 배우들과 함께 주연을 맡았다.

류준열, 지수, 김희찬은 ‘글로리데이’를 촬영한 후,이다른 작품을 통해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다. 덕분에 ‘글로리데이’가 개봉과 동시 꽤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글로리데이’의 정체성은 사실 독립영화다. 연기 경력이 많지 않은 신예들이 모여, 스무 살 불안정한 청춘의 이야기를 그렸다.

‘글로리데이’ 스틸컷 / 사진제공=필라멘트 픽쳐스
‘글로리데이’ 스틸컷 / 사진제공=필라멘트 픽쳐스
상업적 이윤을 목표로 하지 않는 독립영화와 거리를 걸어 다니는 것만도 돈이 되는 인기 아이돌의 만남. 언뜻 생소한 조합이다. 이 역시 김준면의 선택이었다. 흥행이나 숫자로 나타내는 결과를 떠나, 김준면이 연기에 임함에 있어 가장 우선으로 두는 것이 작품 자체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김준면은 ‘글로리데이’에서 반듯한 성품을 지닌 상우 역을 맡아 매끄러운 연기를 보여줬다. 동료 배우들과 자연스레 어우러졌고, 발음이나 발성, 표정, 혹은 몸을 쓰는 것까지도 안정적인 실력을 보였다. 극의 흐름 상 다른 배우들에 비해 분량이 많았던 것은 아니지만 적재적소에서 잘 녹아들었다.

엑소가 데뷔 후 톱 아이돌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빠르다고 하면 빠를 수 있는 성공가도였다. 지난 19일에는 ‘제26회 하이원 서울가요대상’에서 대상을 수상, 4년 연속 대상 수상이라는 이례적인 기록을 세우기까지 했다. ‘무적(無敵)’이라 칭해지는 엑소의 행보는 계속 될 테다. 반면, 김준면은 엑소의 리더인 동시에 배우로도 활약할 것. 수호 아닌 김준면으로서, 앞으로도 지금처럼 남들과 다른 길을 택할 수 있을지 그의 다음 걸음이 궁금하다.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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