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손예지 기자]
바야흐로 아이돌 전성시대. 다시 말하면 아이돌 포화상태다. [10덕 포인트]는 각양각색 매력을 가진 아이돌 바다의 한 가운데서, 어느 그룹에 정착할지 고민 중인 예비 ‘덕후’*들을 위한 ‘입덕’** 안내서를 제공한다. 떠오르는 신인, 그룹 인지도에 가려져 빛을 보지 못한 멤버, 아이돌이라는 편견 때문에 주목받지 못한 명곡과 퍼포먼스까지, 미처 알아보지 못해 미안한 아이돌의 매력을 나노 단위로 포착한다. [편집자주]*덕후: 마니아를 뜻하는 말로, 일어 ‘오타쿠’에서 파생됐다
**입덕: 한 분야의 마니아가 되는 현상

◆ 2016년, 마지막까지 ‘열일’한 아이돌들에게 박수를!

매해 연말이 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지상파 3사 가요 무대이다. SBS의 ‘SAF 가요대전’을 시작으로 KBS의 ‘가요대축제’, MBC의 ‘가요대제전’이 연말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가요 시장에 아이돌 그룹이 성행하면서부터는 이들이 가진 능력과 매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무대들이 시청자들을 찾았다. 퍼포먼스를 앞세운 리메이크 무대와 다양한 아이돌들의 컬래버레이션 무대가 그것. 2016년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 해 동안, 그야말로 ‘열일(열심이 일하다)’해준 아이돌들이 마지막까지 힘을 합쳐 연말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어느 시점부터 시상식이 사라진 지상파 3사 연말 가요 무대를 대신해, 2016년 연말을 빛내준 아이돌들을 위해 개최하는 자체 어워드.

◆ 2016 연말 빛낸 아이돌 어워즈

2016 연말 빛낸 아이돌 어워즈
2016 연말 빛낸 아이돌 어워즈
◆ “원조는 영원하다” S.E.S·신화

“진짜가 나타났다.”

1세대 대표 아이돌 그룹 S.E.S.와 신화가 10여년 만에 연말 가요 무대를 찾았다. 이들의 음악은 그간 많은 후배 그룹들로부터 재해석 된 바. 원조의 매력과 카리스마가 돋보인 히트곡 무대부터 신곡 무대 최초 공개까지, 화려한 컴백 무대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2016 MBC 가요대제전’ S.E.S.와 신화
‘2016 MBC 가요대제전’ S.E.S.와 신화
먼저 S.E.S.는 ‘아임 유어 걸(I’m Your Girl)’로 요정 매력을 뽐냈다. 화려한 염색과 스타일링에 현직 아이돌을 방불케 하는 비주얼이 단연 돋보였다. 이어 신비로운 분위기와 바다, 유진, 슈 등 세 멤버의 하모니가 인상적인 신곡 ‘리멤버(REMEBER)’ 무대까지 ‘원조 요정’의 귀환을 성공적으로 알렸다.

이어 신화 역시 히트곡 ‘T.O.P’로 무대의 막을 올렸다. 신화는 1세대 아이돌 그룹 중 유일하게 멤버 변동 혹은 해체 없이 활동을 이어온 장수 그룹. 그러나 앨범 발매 시기상 연말 무대서는 만나볼 수 없었다. 그 아쉬움을 달래듯 최고의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는 ‘T.O.P’의 칼군무는 물론, 국내 최초 퓨처 베이스 장르를 도입해 화제를 모은 신곡 ‘터치(TOUCH)’에 이르기까지, 신화의 위엄을 입증하는 무대에 후배 아이돌들이 일동 기립해 박수치는 장관이 그려지기도 했다.

◆ “샤이니 막내가 이렇게 컸습니다” 태민

‘2016 SAF 가요대전’ 샤이니 태민
‘2016 SAF 가요대전’ 샤이니 태민
2016년에는 샤이니 막내 태민의 활약이 빛났다. 막내 이미지를 벗고 솔로 아티스트 태민으로 눈부신 성장을 보인 것. 이를 증명하듯 연말 가요 무대서도 각종 스페셜 무대에 단독으로 올라 눈길을 끌었다. ‘2016 SAF 가요대전’에서는 스트리트 댄스 무대를 선사했다. 갓세븐, 레드벨벳, 오마이걸, NCT, 블랙핑크 등의 합동 안무가 끝나자 태민이 홀로 무대에 섰다. 그는 솔로곡 ‘드립드롭(Drip Drop)’에 맞춰 절제된 섹시미가 돋보이는 안무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가수석에서 이를 지켜보던 샤이니 형들의 흐뭇한 표정은 덤. 이어 ‘2016 KBS 가요대축제’서는 미공개곡 ‘너에 관한 모든 것’에 맞춰 솔로 댄스를 선보였다. 방탄소년단 지민과 합을 맞춰 마이클잭슨의 ‘쇼다운(SHOWDOWN)’을 재현하기도 했다. 태민은 연말 가요 무대를 통해 자타공인 아이돌 대표 춤꾼의 실력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 “어서와, 커버 무대 장인은 처음이지?” 방탄소년단

‘2016 MBC 가요대제전’ 방탄소년단
‘2016 MBC 가요대제전’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이 ‘역대급 커버 무대’를 새로 썼다. 방탄소년단은 2016 연말 가요 무대서 서태지와 비, 그리고 고(故) 김성재의 무대를 재현해 호평을 얻었다. 먼저 ‘2016 KBS 가요대축제’서는 서태지의 ‘교실이데아’를 방탄소년단 표 칼군무로 재현해 시선을 사로잡았다. 수많은 백댄서들과 함께 호흡을 맞춰 완벽한 퍼포먼스를 만들었다. 또 ‘2016 MBC 가요대제전’에서는 비의 ‘레이니즘(Rainism)’과 고 김성재의 ‘말하자면’을 커버, 방송 직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화제를 모았다. 특히 ‘레이니즘’에서는 블랙 수트로 섹시미를 과시, 반전 매력을 뽐냈으며 ‘말하자면’에서는 상큼한 비주얼과 더불어 각 잡힌 군무로 다채로운 매력을 발산했다는 평이다. 방탄소년단은 앞서 ‘2015 MBC 가요대제전’서 신화의 ‘퍼펙트 맨(Perfect Man)’ 무대를 커버, 원곡 가수인 신화 김동완에게 극찬 받은 바, 2016년 연말 무대서 다시 한 번 ‘커버 무대의 진수’을 보이며 인기를 모았다.

◆ “믿고 보는 센스, 아주 칭찬해!” 마마무

‘2016 SAF 가요대전’ 마마무
‘2016 SAF 가요대전’ 마마무
“마마무, 아주 칭찬해!” 단연 ‘엄지 척’을 이끌어냈다. 믿고 듣고 보는 마마무가 남다른 센스를 연말 가요 무대서도 발휘했다. 앞서 ‘2016 청룡 영화제’에서 배우들의 이름을 넣어 개사한 ‘데칼코마니’ 무대로 축하공연의 역사를 다시 쓴 마마무가 ‘2016 SAF 가요대전’서도 유쾌한 매력을 발산했다. ‘넌 is 뭔들’과 ‘데칼코마니’를 메들리를 선보이며 가사를 바꾸어 재치를 발휘한 것. “미소가 예쁜 엑소”, “생각이 멋진 빅뱅”, “우리 팀에도 강성훈 있다”, “방탄 타임! 어서 와, 마마무는 처음이지?” 등 가사에 엑소, 빅뱅, 젝스키스, 방탄소년단 등의 이름을 넣어 불렀다. 마마무의 센스에 가수 석에 앉아 이를 지켜보던 동료 가수들은 물론, 관객들 역시 즐거워하며 호응했다.

◆ “데뷔 1년차 프로페셔널 걸그룹” 트와이스

‘2016 SAF 가요대전’ 트와이스
‘2016 SAF 가요대전’ 트와이스
트와이스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2016 SAF 가요대전’ 무대 중 벌어진 방송사고에 유연하게 대처한 것. 당시 트와이스는 대형을 맞춰 무대를 준비하던 중 SBS 측의 실수로, 여자친구의 노래가 흘러나와 당황했다. 그러나 멤버 사나는 자연스럽게 리듬을 타며 웃는 얼굴을 보여 프로페셔널한 면모를 자랑했다. 사나의 대처는 방송 직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를 모으며 “사나의 대처 능력은 일류”라는 칭찬을 듣기도 했다. 결국 트와이스가 준비한 인트로 퍼포먼스는 무대서 선보여지지 못했으나, ‘TT’가 흘러나오자마자 다시 대열을 맞춰 안무에 돌입한 트와이스의 모습에 모두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 “걸그룹부터 JYP까지… 차원이 다르다” 세븐틴

‘2016 SAF 가요대전’ 세븐틴
‘2016 SAF 가요대전’ 세븐틴
세븐틴은 2016년 연말 가요 무대서 가장 ‘열일’한 아이돌로 꼽힌다. 보이그룹부터 걸그룹, JYP 박진영에 이르기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재해석한 것. 보컬-퍼포먼스-힙합 유닛으로 구성된 자체제작 아이돌인 만큼, 모든 음악을 세븐틴만의 색깔로 표현했다. ‘2016 SAF 가요대전’에서는 S.E.S., 이효리, 소녀시대 등 걸그룹 메들리를 선보였는데, 세븐틴 멤버들의 감미로운 보컬을 살림과 동시에 자신들의 ‘붐붐’과 어우러지는 편곡으로 귀를 사로잡았다. 또 ‘2016 KBS 가요대축제’서는 신화의 ‘와일드 아이즈(Wild Eyes)’를 재해석, 카리스마를 발산했다. 마지막으로 ‘2016 MBC 가요대제전’에서는 박진영의 ‘허니’를 자신들의 ‘아주 나이스(NICE)’와 매시업시켜 감탄을 자아냈다.

◆ “2016 연말, 가장 빛난 무대”
헤일로, 스누퍼, 아스트로, 크나큰, SF9, 펜타곤 , 라붐, CLC, 다이아, 우주소녀, 구구단, 모모랜드

‘2016 SAF 가요대전’ 신인 아이돌 12개팀 합동 무대
‘2016 SAF 가요대전’ 신인 아이돌 12개팀 합동 무대
단연, 2016년 연말 가요 무대서 가장 빛났다. ‘2016 SAF 가요대전’ 대규모 합동 무대를 꾸민 아이돌 그룹 총 12개 팀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보이그룹 6팀, 걸그룹 6팀으로 나뉘어 단체 퍼포먼스에 임했다. 2016년 활동곡 안무를 다함께 춤과 동시에, 노래의 주인공 그룹을 센터로 화려한 동선 변화를 선보여 감탄을 자아냈다. 많은 수의 인원이 무대에 오른 탓에 한 명 한 명의 모습이 화면에 담기지는 않았으나, 바쁜 스케줄 중에도 동료들의 안무를 외워 무대에 올랐을 신인 그룹들의 노력이 관객들과 시청자들에게 감동으로 다가왔다. 2017년, 올 연말 가요 무대서는 필히, 이들의 단독 무대를 볼 수 있끼를 바란다.

◆ “컬레버레이션X커버의 옳은 예”

합동 무대와 커버 무대가 결합돼 레전드 무대를 탄생시켰다. ‘2016 SAF 가요대전’의 JYP 박진영 프로듀서의 무대와 ‘2016 MBC 가요대제전’ 롤링 뮤직박스 무대 중 룰라 커버가 그것.

‘2016 SAF 가요대제전’ 갓세븐, 여자친구, 트와이스, 세븐틴 합동 무대
‘2016 SAF 가요대제전’ 갓세븐, 여자친구, 트와이스, 세븐틴 합동 무대
먼저 ‘2016 SAF 가요대전’에서는 JYP 수장 박진영의 프로듀싱 하에 갓세븐, 여자친구, 트와이스, 세븐틴 등이 댄스 퍼포먼스를 꾸몄다. 이들은 각각 소속사 JYP의 대표곡으로 꼽히는 비의 ‘잇츠 레이닝(It’s Raining)’, god의 ‘프라이데이 나잇(Friday Night)’, 박진영의 ‘날 떠나지마’, ‘어머님이 누구니’, 원더걸스의 ‘텔미(Tell Me)’, 미쓰에이의 ‘배드 걸 굿 걸(Bad Girl Good Girl)’, 선미의 ‘24시간이 모자라’ 등을 연달아 선보였다. 갓세븐과 세븐틴의 치명적인 매력과 더불어 청순한 이미지로 사랑받은 여자친구와 트와이스의 섹시한 매력이 돋보여 또 다른 반전을 선사했다는 평이다. 특히 이들이 파트너를 이뤄 합을 맞춘 ‘어머님이 누구니’는 각 그룹 멤버들의 각양각색 춤선이 십분 발휘돼 보는 재미를 더했다.

‘2016 MBC 가요대제전’ 비투비 은광X창섭, 에이핑크 보미X남주 합동 무대
‘2016 MBC 가요대제전’ 비투비 은광X창섭, 에이핑크 보미X남주 합동 무대
2016년 마지막 날이었던 12월 31일, 제대로 된 합동 커버 무대를 선보인 그룹들이 있으니 바로 비투비 은광·창섭과 에이핑크 보미·남주다. 이들은 1990년대를 주름잡았던 혼성그룹 룰라로 변신했다. 이상민의 고급스러운 퍼 코트 의상과 채리나의 앙증맞은 헤어스타일을 포함, 1990년대 당시를 그대로 재현한 액세서리로 중무장한 이들은 룰라의 대표곡 ‘날개 잃은 천사’ 무대로 재미와 추억을 선사했다. 망가짐을 불사하는 코믹스러운 안무도 자연스럽게 소화, 평소 절친하기로 소문난 두 그룹인 만큼 환상의 케미스트리를 뽐냈다.

이 외에 2016년 연말 수많은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무대에 올라 열과 성을 다했다. 미처 언급하지 못한 무대 역시 노력을 기울여 준비한 만큼 대중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기에 충분하다. 이에 2017년 한해를 또 알차게 채워줄 아이돌 그룹들의 활약을 기대한다.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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