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과 전지현(왼쪽부터)이 중국 생수 모델로 발탁된 것과 관련 논란이 일고 있다
김수현과 전지현(왼쪽부터)이 중국 생수 모델로 발탁된 것과 관련 논란이 일고 있다
김수현과 전지현(왼쪽부터)이 중국 생수 모델로 발탁된 것과 관련 논란이 일고 있다

배우 전지현과 김수현이 중국 헝다그룹의 생수 광고 모델로 발탁되어 한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논란이 되는 지점은 헝다생수의 수원(水源)이 장백산이라고 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장백산은 중국에서 백두산을 부르는 명칭. 실제로 북한령 그리고 중국령으로 나뉘어 관리되고 있는 백두산 문제는 한국, 북한, 중국 사이에서 꽤 미묘하고도 민감한 외교사안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중국의 ‘장백산’이라는 명칭이 동북공정의 일환이라고 바라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두 한류스타가 거액의 모델료를 받고, 수원이 장백산이라고 표기된 생수 모델로 나섰다는 점에 곱지 않은 시각을 보내는 이도 있다. 양 소속사는 20일 오후 “명백한 실수다”라며 “현재 중국 측과 신중한 논의를 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전지현과 김수현이 헝다그룹과의 계약을 전면 취소하고 한국 국민들에 공식사과를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까? 이번 사안과 관련, 한국인의 감정적 대응은 향후 중국과의 교류에 있어 결코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이들이 출연한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높은 인기로 중국 내 한류가 재점화 된 가운데, 중국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국내 정서만을 고려한 대처를 하는 것은 영리한 해답이 될 수 없다.

전지현 그리고 김수현의 소속사는 이번 사안에 책임의식을 갖고 예민하게 접근하여 영리하게 돌파하여야 할 것이다. 이희옥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성균중국연구소장은 19일 텐아시아와 통화에서 “분명 국민정서상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사안인만큼 가장 아쉬운 점은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철저한 사전 모니터링 시스템이 부족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화수교에서는 지극히 사소한 일도 전반적인 흐름을 바꿀 수 있다. 따라서 사전조사의 중요도가 크다”고 전했다.

또 이희옥 소장은 “관계자들은 물론, 국내 네티즌 역시도 이번 사안을 더 큰 틀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의 이러한 논쟁이 중국으로까지 전해진다면 오랜만에 타오른 한류에는 악영향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좀 더 예민하게 들여다보아야 하며 전략적으로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안은 실상 언젠가는 터질 문제이긴 했다. 모델 섭외를 받고 이를 수락하는 과정에서 섬세하게 모니터를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비단 두 소속사만이 아니라 대다수 기획사는 한류에 접근함에 있어 사전 조사 시스템에 소홀하다. 중국으로 진출한 여러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일본에서의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면 중국을 향한 공격적 자세를 거두고 보다 전문가적인 시각을 길러야 할 필요가 있다. 누군가는 나서 좋은 선례들을 만들어야 하며, 전략적으로 다가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일본에서와 마찬가지로 중국에 진출한 다수의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들은 당장의 수익 때문에 차분히 돌다리를 두드리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김수현 소속사 키이스트도 한동안 “김수현이 중국 예능 프로그램에서 억대 출연료를 받았다”거나 “전세기를 타고 중국으로 갔다” 등의 내용을 보도자료를 통해 국내 매체에 전했다. 한국에서는 “김수현이 중국에서 국빈대우를 받는다”며 크게 홍보가 되었지만, 중국 내에서는 이런 보도가 도리어 악영향을 미쳤다는 평이다. 많은 한류스타들이 마치 일확천금을 위해 중국행에 나선 듯 오해를 받을 소지가 충분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한국 연예인 전반에 대한 인식에 먹구름이 드리워진 것도 사실이다.

그런가하면 ‘한류선배’ 전지현의 행보도 여러모로 아쉬울 밖이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로 2000년대 초반 이미 중화권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그는 일찍부터 해외 시장을 겨냥해왔다. 2011년 웨인왕 감독의영화 ‘설화와 비밀의 부채’를 리빙빙 등 중국 스타들과 촬영한 적이 있으며, 그 스스로도 수년 전부터 “해외에서도 영향력을 떨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라고 말해왔다. 뚜렷한 목표가 있었지만, 이에 다가가는 과정 가운데 세심한 접근 방식이 갖춰져 있지 못한 점은 아쉽다. 중국과 한국 두 나라간 미묘한 사안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못한 점 역시 전지현 소속사가 수정 보완해야할 지점이다. 두 소속사 모두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더더욱 이번 사안에 대한 대처에 책임감을 가져야만 한다.

언젠가는 터져도 터질 문제였지만, 감정적인 대응은 한류의 불씨를 꺼트릴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한다. 국민정서와 양국의 문화 외교 사이 묘책을 찾아야 할 때다. 그리고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들 역시 이번 사안을 반면교사 삼아야 할 것이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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