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01
2013년은 쏜살같이 흘렀고, 올해도 지상파, 케이블채널을 통틀어 수십 편의 드라마가 쏟아져 나왔다. 드라마들은 각기 다른 매력으로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자 부단히 노력했지만, 모두가 만족할 만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은 아니다. “문화콘텐츠는 사회상을 반영하는 거울이다.” 이제는 진부하다 싶을 이 문장은 한 가지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망하는 데는 이유가 없어도, 성공한 드라마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 올해 방송돼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드라마의 성공 비결을 무엇일까. 텐아시아에서 2013년 한 해 방송된 드라마의 흐름을 되짚어봤다.

# 일본 드라마 리메이크 열풍

SBS ‘수상한 가정부’, MBC ‘여왕의 교실’, KBS2 ‘직장의 신’,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 포스터(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SBS ‘수상한 가정부’, MBC ‘여왕의 교실’, KBS2 ‘직장의 신’,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 포스터(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SBS ‘수상한 가정부’, MBC ‘여왕의 교실’, KBS2 ‘직장의 신’,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 포스터(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2013년 한해, 대한민국 방송가에는 일본 원작 드라마 리메이크 열풍이 거세게 불었다. 최근 종방한 SBS ‘수상한 가정부’부터 MBC ‘여왕의 교실’, KBS2 ‘직장의 신’,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까지 다수 리메이크 드라마가 우리 곁을 찾았다.

하지만 원작의 성공에 기댄 리메이크 드라마가 항상 좋은 성적표를 받아든 것은 아니다. ‘수상한 가정부’는 ‘과도한 원작 베끼기’라는 혹평과 함께 최지우의 연기력이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고, ‘여왕의 교실’ 역시 10%에 못 미친 시청률을 기록하며 초라하게 막을 내렸다.

반면 ‘리메이크는 제2의 창작’이라는 격언을 충실히 따라 원작 못지않은 혁혁한 성과를 거둔 작품들도 있었다. 사전 제작 시스템으로 촬영된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조인성, 송혜교라는 막강한 캐스팅에 눈이 시릴 정도로 아름다운 영상미로 호평을 받았다. 또 ‘직장의 신’은 국내 정서에 맞춘 대본 각색·윤색으로 ‘청년 실업 문제’라는 사회문제의 폐부를 찌르며 전 세대를 아우르는 인기를 얻었다. 같은 리메이크 드라마지만, 풀어내는 방식에 따라 얼마나 다른 반응을 얻을 수 있는지가 증명된 셈이다.

# 케이블 드라마의 반란

tvN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왼쪽), ‘응답하라 1994′ 포스터
tvN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왼쪽), ‘응답하라 1994′ 포스터
tvN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왼쪽), ‘응답하라 1994′ 포스터

다시금 공고해진 케이블채널의 입지를 확인할 수 있었던 한 해였다. 작년 케이블채널 tvN ‘응답하라 1997’, ‘인현왕후의 남자’ 등의 작품으로 케이블 드라마의 가능성을 확인한 몇몇 채널들은 무시할 수 없는 작품 완성도와 트렌디한 감각으로 지상파 드라마를 위협하고 있다.

올해 케이블드라마의 포문을 연 작품은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으로 ‘타임슬립’이라는 신선한 소재와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탄탄한 연출로 ‘반전 드라마’라는 수식을 얻으며 순항했다.

‘나인’의 뒤는 ‘몬스타’가 이었다. 국내 최초 음악 드라마를 표방한 ‘몬스타’는 꿈을 잃은 청소년들의 성장과 사랑이라는 줄기 아래 현장 녹음 등의 실험적인 제작 방식을 더해 색다른 드라마를 선보였다. 특히 ‘몬스타’는 음악을 단순히 극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는 데 그친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한국 음악사를 되짚는 성과까지 얻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작품이다.

케이블드라마의 대미는 단연 ‘응답하라 1994’이다. ‘응답하라 1997’의 복사판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잠시, 1994년의 진한 향수를 불러온 작품은 전작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시청자를 끌어당기고 있다. 특히 지상파에선 쉬이 시도할 수 없는 금·토요일 방송이라는 파격적인 편성까지 더해 주말극의 판세를 뒤흔들고 있다. ‘케이블 드라마는 그저 그렇다’는 이야기는 어느새 옛말이 돼버렸다.

# 현실마저 뒤흔든 판타지 드라마

MBC ‘구가의 서’,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 ‘주군의 태양’ 포스터(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MBC ‘구가의 서’,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 ‘주군의 태양’ 포스터(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MBC ‘구가의 서’,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 ‘주군의 태양’ 포스터(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2013년 드라마 트렌드 중 판타지를 빼놓을 수 없다. 지난 4월에는 MBC ‘구가의 서’ 속 반인반수 최강치(이승기)가 안방극장을 마음껏 뛰놀았다. 조금은 생소한 ‘퓨전 사극’을 선보인 MBC는 인간과 신수, 어느 한쪽에도 속할 수 없었던 반인반수 역에 이승기를, 그 상대역 담여울에 ‘국민 첫사랑’ 수지를 캐스팅해 시청자를 판타지 세계로 이끌었다.

지난 6월 첫 전파를 탄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20%(닐슨 코리아 기준) 대를 웃도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SBS 드라마의 흥행 역사를 다시 썼다. ‘칼잡이 오수정’, ‘드림하이’ 등 이외에 장편 집필 경험이 많지 않았던 박혜련 작가는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소년’이라는 신선한 판타지를 전면에 내세웠고, 그 판타지는 제대로 통했다. 지난해 KBS2 ‘학교 2013’을 통해 급부상한 스타 이종석은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통해 이보영과 연상연하 로맨스를 그리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어 후속으로 방송된 ‘주군의 태양’도 귀신보는 여자 태공실(공효진)과 그녀의 방공호(소지섭)의 달달한 로맨스로 시청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음은 물론이다.

# 지상파 웰메이드 드라마는 건재했다

KBS2 ‘굿 닥터’(왼쪽), ‘비밀’ 포스터
KBS2 ‘굿 닥터’(왼쪽), ‘비밀’ 포스터
KBS2 ‘굿 닥터’(왼쪽), ‘비밀’ 포스터

SBS ‘돈의 화신’, ‘황금의 제국’, MBC ‘투윅스’ 등 2013년 한 해 등장한 수많은 드라마 중에서도 단연 눈길을 끄는 웰메이드작이 이었으니, 바로 KBS2 ‘굿 닥터’와 ‘비밀’이다.

서번트 신드롬(자폐증이나 지적장애를 지닌 이들이 특정 분야에서 천재적 재능을 보이는 현상)을 겪고 있는 박시온(주원)이 소아외과 레지던트로 부임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 ‘굿 닥터’는 주원, 문채원을 비롯해 주상욱, 고창석, 곽도원 등 배우들의 호연에 힘입어 전에 본 적 없는 ‘착한 드라마’를 그려내며 의학드라마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비밀’ 또한 남다른 완성도로 이목을 끌었다. KBS 정통 멜로드라마의 계보를 잇는 작품으로 기대를 모은 ‘비밀’은 지성, 황정음, 배수빈, 이다희 등 주연 배우들의 고른 활약과 함께 예습에 이어 복습까지 하게 하는 치밀한 이야기 구성과 영상미로 20%를 웃도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종방했다.

# 주말·일일드라마의 치열한 ‘막장’ 대결

MBC ‘오로라 공주’, ‘금 나와라, 뚝딱!’, KBS2 ‘왕가네 식구들’(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MBC ‘오로라 공주’, ‘금 나와라, 뚝딱!’, KBS2 ‘왕가네 식구들’(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MBC ‘오로라 공주’, ‘금 나와라, 뚝딱!’, KBS2 ‘왕가네 식구들’(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올해 주말·일일드라마의 대결도 불꽃 튀었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막장’은 뜨고, ‘착한 드라마’는 졌다는 점. ‘욕하면서도 계속 보게 된다’는 막장 드라마의 힘을 확인할 수 있었던 한해였다.

각 시간대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작품들을 살펴보면 소재 또한 무척이나 다양했다. ‘1인 2역’, ‘출생의 비밀’ 등이 난무했던 MBC ‘금 나와라, 뚝딱!’부터 국내 최초 ‘페이스오프’ 드라마를 선보인 KBS2 ‘루비반지’, “암세포도 생명이다”는 명언을 남긴 서바이벌 드라마 MBC ‘오로라 공주’와 ‘며느리 오디션’, ‘납치 자작극’이 등장한 KBS2 ‘왕가네 식구들’까지. 막장 드라마의 소재 또한 변천을 거듭했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제공. KBS, SBS, MBC, tvN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