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비밀’ 포스터 지성, 황정음, 이다희, 배수빈(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KBS2 ‘비밀’ 포스터 지성, 황정음, 이다희, 배수빈(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KBS2 ‘비밀’ 포스터 지성, 황정음, 이다희, 배수빈(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나에게 진 빚을 갚아봐…. 그때까지 넌 내게서 벗어날 수 없어”

KBS2 ‘비밀’은 인간의 욕망과 엇갈린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진정한 사랑이 사라져가는 시대에 유산 상속을 위해 정략결혼을 택한 민혁(지성)과 사랑을 위해 온몸을 던진 여인 유정(황정음), 모든 걸 갖췄음에도 사랑은 얻지 못하는 여자 세연(이다희)과 가난에 허덕이다가 권력의 맛을 보게 된 남자 도훈(배수빈)은 우연한 사고로 인해 인생이 뒤바뀌며 열병과 같은 사랑을 겪게 된다.

‘비밀’이 들려줄 치명적인 사랑이야기는 올가을 안방극장을 자줏빛으로 물들일 수 있을까. 오는 25일 첫 방송을 앞둔 ‘비밀’의 흥행 가능성을 한 발짝 먼저 살펴봤다.

# 나쁜 남자 지성, 순정 억척녀 황정음

배우 지성과 황정음은 ‘비밀’을 통해 연기 변신에 도전한다. KBS2 ‘애정의 조건’(2004), MBC ‘뉴하트’(2007), SBS ‘대풍수’(2012) 등 다수 작품에 출연하며 젠틀하고 진중한 역할만을 맡아왔던 지성은 ‘비밀’의 까칠한 재벌 2세 조민혁 역을 맡아 생애 첫 나쁜 남자 연기에 도전한다. 오는 27일 배우 이보영과의 결혼식을 앞둔 지성은 결혼식을 앞두고 개인적인 일에 집중하려 했으나, ‘비밀’의 시놉시스를 읽은 뒤 조민혁 역할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고 전했다.

흥미를 끄는 부분은 그뿐만이 아니다. 조민혁 역은 단순히 오기와 복수에 불타는 나쁜 남자가 아니라 아이 같은 순수한 매력도 갖춘 배역이다. 이에 ‘비밀’의 연출을 맡은 이응복 PD는 “지성이 연기하는 나쁜 남자의 매력은 행동이나 대사보다도 아이 같은 모습에 담긴 순수함 속에서 나온다”며 “지성이 가진 기존의 이미지와 다른 연기일 테지만, 실제로 촬영을 하다 보니 성공적인 캐스팅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해 지성의 연기 변신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KBS2 ‘비밀’에서 순정 억척녀 강유정 역을 맡은 황정음(왼쪽), 나쁜 남자 조민혁 역의 지성
KBS2 ‘비밀’에서 순정 억척녀 강유정 역을 맡은 황정음(왼쪽), 나쁜 남자 조민혁 역의 지성
KBS2 ‘비밀’에서 순정 억척녀 강유정 역을 맡은 황정음(왼쪽), 나쁜 남자 조민혁 역의 지성

황정음 연기 변신은 더 놀랍다. 2005년 SBS 드라마 ‘루루 공주’의 단역으로 연기에 처음 도전한 황정음은 단역과 조연을 두루 경험했지만, 크게 인상적인 연기는 펼치지 못했었다. 그리고 2009년, MBC ‘지붕 뚫고 하이킥’(2009)에서 자신의 실제 성격을 꼭 빼닮은 황정음 역을 맡은 그녀는 특유의 낭랑한 목소리로 쾌활한 연기를 펼치며 대중에게 배우로서 자신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그러나 성공적인 작품이 남긴 이미지는 그녀에게는 멍에로 작용해 새로운 연기를 펼치는데 부담으로 작용했던 것도 사실. 그런 측면에서 ‘비밀’에서 그녀가 맡은 강유정 역은 배우로서 그녀가 한 단계 성장하는데 큰 전환점이 될 듯하다.

“황정음이 치정멜로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적합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거다. 하지만 ‘비밀’을 보고 나면 그녀에게 ‘눈물의 여왕’이라는 수식이 붙을 거다.” 이응복 PD는 황정음의 연기를 극찬했다. MBC 의학드라마 ‘골든 타임’(2012)의 강재인 역을 연기하며 배우 인생에 회의감을 느꼈다는 그녀는 나락으로 떨어진 여성의 슬픈 인생을 연기하는 게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의학드라마를 찍고 나서 내공이 많이 쌓였다”며 “‘비밀’도 내가 넘어야 할 또 하나의 산”이라고 답해 한층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 뻔 한 멜로드라마라고? 이응복 PD가 만들면 다르다!

‘비밀’은 ‘적도의 남자’(2012),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2012)로 대표되는 KBS식 전통 멜로를 표방한다. 탄탄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호연을 바탕으로 한 두 작품은 시청률과 작품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KBS 멜로드라마 시대를 열었다.

KBS2 ‘드림하이’(2011) 포스터(위쪽), ‘학교 2013′(2012) 포스터
KBS2 ‘드림하이’(2011) 포스터(위쪽), ‘학교 2013′(2012) 포스터
KBS2 ‘드림하이’(2011) 포스터(위쪽), ‘학교 2013′(2012) 포스터

이응복 PD가 ‘비밀’의 연출을 맡았다는 점은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KBS2 ‘드림하이’(2011), ‘학교 2013’(2012), ‘드라마 스페셜-내 친구는 아직 살아있다’ 등 그의 대표작을 보면 알 수 있다시피 이응복 PD는 학원·청춘물 연출에 특화된 연출 능력을 갖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이응복 PD가 ‘비밀’의 연출을 맡은 것은 기존의 치정멜로 드라마들이 답습하고 있는 연출 방식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비밀’은 작년도 KBS 미니시리즈 공모 당선작으로 1년 정도의 준비기간을 거친 탄탄한 작품이다. 기존의 KBS 전통 멜로드라마와 같은 완성도 있는 이야기에 이응복 PD가 그간 선보여온 학원·청춘물의 섬세한 감정선 표현과 아름다운 영상미가 더해진다면 어떤 작품이 탄생할까. “‘비밀’을 다른 멜로드라마와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는 이응복 PD의 말처럼, ‘비밀’이 치정멜로 드라마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지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제공. KBS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