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점 돈 <구가의 서>, 이제는 멜로다
" />MBC 월화드라마 <구가의 서>

작품이 반환점을 돌았다. 판타지 사극에 ‘반인반수’라는 낯선 소재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간 MBC 월화드라마 <구가의 서>는 흡입력 있는 대본과 정교한 연출력, 안정감 있는 배우들의 조합이 맞물려져 월화드라마 구도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와이어를 타고 산속을 누비며 이어지는 액션 장면에 지칠 법도 한데 배우들의 호흡도 유쾌하고 자연스럽다. 꼭 ‘월화극 1위’라는 시청률 성적표 때문은 아닌 듯하다. 방송 절반을 남겨 두고 한결 긴장의 끈을 더 조이고 있다는 이승기, 수지, 유동근 등 배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작품이 어느덧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소감이 어떤가?
이승기 : 시작 전에는 주변의 우려 섞인 시선과 나 스스로의 불안감이 있었다. 첫 사극 출연이란 점, 전작에서는 모두 경험 많은 여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다는 점에서 이번 작품은 여러모로 도전이 많았다. 특히 젊은 연기자들이 주연급이 돼서 극을 잘 이끌어나갈 수 있을까란 고민이 컸다. 그저 대본에 따라 강치의 마음으로 연기해야지란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 글의 힘이 좋았고, 신우철 감독님이 세련되게 연출해주셔서 시너지 효과가 난 것 같다.
수지 : 연기를 많이 해보지도 않았고 사극도 처음이라 두려움이 많았었다. 단지 내가 여울이 캐릭터를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캐스팅해 주신 감독님과 작가님을 믿고 열심히 한 것 같다.
유동근 : 이순신 장군은 민족의 큰 영웅인데 이 사람을 통해 세상에 던져주는 메시지가 있겠다 싶었다. 세상에는 사람이어도 사람행세를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기를 쓰고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강치의 모습을 통해 느껴지는 바도 많았고. 우리가 지닌 믿음과 신뢰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해 주는 부분이 있었다. 무엇보다 어려운 사극에 도전해 준 연출자와 작가에게 고맙단 생각이 들더라. 좀 시간이 지난 후 정극 분위기의 사극도 해 주면 좋겠단 생각이다.

Q.이승기와 수지의 호흡은 국민 남동생과 국민 첫사랑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았다. 직접 호흡을 맞춰보니 어떤가.
이승기 : 처음으로 함께 하는 연하 배우다. 그간 늘 나보다 경력이 풍부한 여배우들과 연기해서 내 것만 잘 하면 된다는 생각이었는데 이번 현장에서는 나보다 경험이 적은 친구들도 많아 내가 좀더 능동적으로 연기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수지와는 내가 그려왔던 여울이의 모습에 대해 얘기를 나누면서 같이 맞춰가는 재미가 있었다. 예전엔 선배들이 준비한 것에 내가 맞춰갔다면 이번엔 같이 장면을 만들어갔달까. 배우로서 수지는 아직 스무살이라 그런지 천진난만한 면이 많다. 현장에서도 깍쟁이처럼 머리 쓰는 면이 없다. 우직한 매력이 있는 친구다.
수지 : (이승기는) 생각했던 것과 비슷하게 잘 챙겨주고 옆에서 잘 도와주셔서 연기할 때 편하다. 굉장히 웃긴 면도 많아서 촬영장 분위기가 활기차다.

Q.강치 역할은 반인반수라 어색할 수도 있는데 꽤 잘 어울린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이승기 : 예전부터 만화를 좋아해서 짐승으로 변신하는 장면은 내 머릿속에 그려진 그림이 있었는데 시청자들에게 잘 적응이 될지는 고민이 있었다. 다행히 설득력있는 캐릭터로 봐주셔서 감사하다는 생각이다. 현대극에서는 좀 절제해서 표현했다면 이번 작품은 드라마틱한 부분이 많아 마음껏 연기한다는 기분으로 내가 생각했던 감정의 +20 정도씩 더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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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기" />MBC 월화드라마 <구가의 서> 이승기

Q.강치가 극중 담여울(수지)의 가슴에 손을 얹어보고 여자인 줄 알게 되는 장면이 ‘이승기 나쁜 손’이라는 검색어로 회자가 되기도 했다.
이승기 : 해명이 뭐가 필요하겠나.(웃음) 대본과 현장 연출에 따라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사심 없이 최대한 연기하려고 많이 노력했다. 그런데 그 다음부터 왠지 촬영장에 오시는 관광객들 중 남성팬들이 별로 반응이 없으셔서 ‘저 분들이 수지 팬들이 아닐까’란 생각을 하기도 한다.

Q.극중 강치를 사랑하는 두 여자 청조(이유비)와 담여울(수지)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보나.
이승기 : 청조는 현실적이고 세상을 보는 눈이 냉철해서 강한 여성상을 보여주는 것 같다. 양반집에서 자란 기품도 있어서 강치가 고급스러움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담여울은 해바라기처럼 강치를 바라봐주고 도와주는 새로운 여성상인 것 같다.

Q.사극에 액션도 처음이라 연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수지 : 어릴 때부터 운동을 해 왔던 터라 작품 시작 전 재미있게 배웠었다. 그런데 막상 연기를 하려니 상대 배우와 합도 맞춰야 하고 표정과 동작이 내 마음대로 잘 되지 않더라. 체력적으로 어려운 면도 있고.

Q.판타지 사극으로서 이 작품만의 매력이 있다면.
유동근 : 개인적으로 시청자들에게 역사를 가르치려 하는 건 절제해야 하지 않나 싶었다. 또 사극도 글로벌한 감각에 맞춰 철저한 연출과 대본, 배우의 호흡이 중요하다고 느꼈는데 이번 작품이 그런 점들을 잘 구현하고 있는 것 같다. 흥미로운 스토리에 이순신 장군 캐릭터를 융화시키는 섬세한 연출에 많이 놀랐다.

Q.앞으로 전개될 멜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승기 : 연기 중 멜로가 가장 어렵다고 생각한다. 제일 정답이 안 보이는 것 같아서 긴장하고 연기하는 편이다. 그만큼 ‘테크닉’이 먹히지 않는 연기이고 충분히 상대방과의 교감이 필요한 것 같다. 상대배우로서 수지는 눈에 많은 걸 담아내는 친구라 눈을 잘 보면서 연기하면 충분히 감정을 드러낼 수 있을 것 같다. 극중 구월령(최진혁)이 등장한 후 운명의 실타래가 하나 둘 풀리면서 그 안에 많은 사연이 드러날 것 같다. 결국 가슴 아픈 멜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수지 : 여울이가 강치를 만나면서 점점 여성스러워지고 예뻐지고 있다.(웃음) 마음에 숨겨뒀던 여성스러움이 드러나면서 강치와 여울이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나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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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 />MBC 월화드라마 <구가의 서> 수지

Q.극중 여울은 운명을 거스르고 강치를 만난다. 실제 수지와도 비슷한 면이 있나.
수지 : 누가 말려도 내가 생각하는 건 해 내는 편이다. 고집이 세서 후회하는 것도 많다. 또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뭐든 해주고 싶고 도와주고 싶은 게 여울이의 사랑인 것 같다. 이런 면은 나와 비슷한 것 같다.

Q.연기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을 꼽는다면.
이승기 : 이순신 장군(유동근)과의 독대 장면이다. 찍으면서 마치 나와 이순신만 얘기하고 있구나란 생각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솟았다. 안에서 올라오는 뜨거움을 주체할 수 없어서 마치고 나니 마치 접신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내가 혼자 고민했을 때는 감정을 크게 끌어올려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유동근 선배님이 ‘이 장면은 작가님이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고요하게 가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충고해주셨었다. 내 안에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해주셔서 선배님께 무척 감사했다. 혼자 느끼는 감정보다 선배들과 함께 하면서 배우는 게 많아 그런 게 재산이고 경험인 것 같더라.

Q.<구가의 서>가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승기 : 나는 메시지를 생각하고 연기를 하진 못한다. 아직까지는 작품에 담긴 깊은 뜻을 생각할 정도의 내공은 안 되는 것 같지만 강 작가님 자체가 굉장히 따뜻한 분이라는 점을 많이 느끼고 있다. 사람답게 사는 게 뭔지, 인간 관계에서 가져야하는 마음과 자세는 뭔지에 대해 스펙터클한 반인반수 최강치의 희노애락을 통해 담아내려고 하시는 것 같다. 그 안에서 갈등하는 이들의 모습도 보여주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어떤 인물이 좋은지에 대해 풀어낼 얘기가 많다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글. 장서윤 ciel@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사진제공.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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