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예의 에필로그≫
김건우, '김우빈 닮은꼴'로 눈도장
아이러니 품은 학폭 가해자 손명오 役

롱런 위해선 스펙트럼 넓히고 악역에 머물지 말아야
'더 글로리' 김건우 /사진 = 넷플릭스
'더 글로리' 김건우 /사진 = 넷플릭스


≪최지예의 에필로그≫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가 매주 화요일 연예계 곳곳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객관적이고 예리하게 짚어냅니다. 당신이 놓쳤던 '한 끗'을 기자의 시각으로 정밀하게 분석합니다.



가장 악랄하게 살아남았으나, 가장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한 인물. 가해자로 보였지만, 피해자에 가까운 캐릭터. '더 글로리'의 손명오에 대한 평가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극본 김은숙 연출 안길호)에서 손명오는 학교폭력 가해자 5인방(박연진, 전재준, 이사라, 최혜정, 손명오) 중 최하위 서열로, 내세울 것 없는 가난한 집안 환경에 가족이라곤 할아버지뿐이다. 그 탓에 손명오는 일찌감치 5인방 무리 속 자신의 위치를 파악했다.

손명오는 박연진과 전재준의 지시에 따라 제 손에 직접 피를 묻히며 친구들을 괴롭혔다. 신체적 폭력은 물론이고, 성적 학대를 일삼으며 행동대장 역할에 발 벗고 나섰다. 그러면서도 나머지 4인방의 심부름에 불려 다니며 인격적 무시를 당하고, 계속되는 멸시와 천대를 참아내며 이를 악문다.

손명오는 가해자 5인방 중 특징이 도드라지는 오묘한 캐릭터다. 가해자인 동시에 때론 피해자가 되는 아이러니를 품은 존재. 이런 딜레마 속에서 손명오는 자신이 휘두른 학교폭력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던 피해자들과 동일한 결말로 달려간다. 손명오는 결국 친구라 불렸던 이들 중 한 사람의 손에 죽임을 당하며 비참한 말로를 맞는다.
'더 글로리' 김건우 /사진 = 넷플릭스
'더 글로리' 김건우 /사진 = 넷플릭스
손명오 캐릭터는 배우 김건우를 만나 생동감 있게 그려졌다. 강렬한 인상이 주무기인 김건우에게 손명오 캐릭터는 그야말로 안성맞춤이었다. '더 글로리'를 집필한 김은숙 작가는 오디션 영상 속 김건우를 보고 "감독님, 이 친구요!"를 외쳤다. 만장일치로 낙점된 손명오의 옷을 입은 김건우는 그 기대에 부응하듯 더할 나위 없는 연기를 보여줬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문동은(송혜교 역)에게 학교폭력 피해자 윤소희를 죽인 사람이 누군지 묻는 신. 손명오는 "밤이고 낮이고 짖어줄게, 먹지도 자지도 못하게 해줄게. 아주 너덜너덜하게 만들어서 네 눈앞에 갖다놔 줄게"라며 손가락 다섯 개를 펴고 범인을 찾는다.

이 장면에서 김건우는 여러 감정을 담은 복합적인 눈빛으로 화면을 압도했다. 범인이 누군지 궁금한 원초적인 호기심, 십 수년간 쌓인 응어리를 되갚을 수 있겠단 희열, 크게 한 몫 챙겨서 새 삶을 시작하고픈 희망이 섞인 그런 눈빛. 손명오 캐릭터의 서사를 함축한 김건우의 눈빛은 시청자들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또, 살인범에 한 몫 단단히 챙겨 새출발하기 위해 여행사에 방문한 손명오는 "내 인생에도 오네요. 이런 순간이?"라며 "블라디보스톡, 원 웨이"를 외치는데, 허세로 가득 찬 철없는 명오의 성격이 단적으로 드러난 장면이었다. 선글라스를 반쯤 내리고, 확신에 찬 눈빛을 발사하는 손명오의 이 신은 김건우만의 강렬한 비주얼과 색깔로 완성되며 큰 인상을 남겼다.

'더 글로리' 5회 말미, 누군가에 둔기로 맞아 피투성이로 쓰러진 손명호의 모습에 이어 'Me Mori'(스페인어, '나는 죽었다')라는 문구가 조명된 걸로 보아, 명호는 사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학폭 가해자 5인방 중 가장 먼저 죗값을 치르며 사망한 손명호의 분량은 크지 않았으나, 김건우의 존재감만은 확실했다. 특히, 이후 시즌2에서 그의 죽음에 대한 실마리들이 파헤쳐질 전망이라, 캐릭터 자체의 주요도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배우 김건우./사진=텐아시아DB
배우 김건우./사진=텐아시아DB
2017년 KBS 2TV '쌈, 마이웨이'로 데뷔한 김건우는 올해로 7년차 배우. 데뷔 이래 연쇄살인마, 안하무인 톱스타 등 악역을 주로 연기한 김건우에게 '더 글로리'의 손명오는 그 동안 갈고 닦아왔던 김건우의 연기 색깔에 방점을 찍을 수 있는 캐릭터였다. 김건우는 자신의 주전공에 가까운 악역 명오 역을 통해 강한 인상을 남기는데 성공했다.

악역이지만, 때론 속절없이 당해야만 하는 복합적인 캐릭터를 잘 표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외모도 한몫했다. 김건우는 선이 굵은 얼굴형에 선과 악이 공존하는 무쌍의 눈매, 오른쪽이 더 깊게 패인 보조개를 가졌다. 시원한 마스크가 남성적이고, 시선 처리에 따라 눈빛의 온도도 달라진다. 보조개 덕에 웃을 때와 웃지 않을 때의 편차가 큰 편이다.

김건우의 비주얼에 대해선 배우 김우빈을 닮았다는 평가도 있다. 실제로 김건우는 '김우빈 닮은꼴'이란 반응과 관련 라디오 방송에서 "간혹 그런 이야기를 듣기는 하는데, 그때마다 너무 부끄럽다. 살짝 스쳐 간 정도"라며 수줍은 입장을 전한 바 있다. 다만, '김우빈 닮은꼴'이란 수식어가 김건우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외모에서 김우빈이 스쳐 생각나는 만큼 '닮은꼴'을 뛰어넘는 매력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

배우로서 롱런하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그늘에 있기보다는 스스로 큰 나무가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압도적인 연기력을 통해 캐릭터를 쌓아가야 하고, 무엇보다 악역에만 머무르지 않아야 한다. '닮은꼴' 선배 김우빈도 처음엔 악역으로 시작했지만, 점차 스펙트럼을 넓혔다. 멈추지 말고 도전과 발전을 거듭하면 누군가의 닮은꼴이 아닌 '김건우'란 이름 석 자만으로 오롯이 빛날 때가 올 것이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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