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사냥’이 마지막까지 긴장과 스릴로 꽉 채웠다.
MBC 4부작 시골스릴러 ‘멧돼지사냥’이 지난 22일(월) 방송된 4회를 마지막으로 짧고 굵은 여정을 마무리했다.
지난 마지막 회 방송은 실종 사건의 주인공인 인성(이효제 분)과 현민(이민재 분)의 과거 장면들로 시작, 현민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두 사람의 관계가 밀도 있게 그려져 순식간에 몰입도를 높였다. 인성은 줄곧 현민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지만, 마을 어른들은 물론이고 인성의 부모인 영수(박호산 분)와 채정(김수진 분), 그리고 옥순(예수정 분)까지도 이들 관계의 진실에 대해서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마을 사람들이 부모님을 죽게 했다는 할머니 옥순의 말을 흘려들을 수 없었던 현민은 인성을 이용해 마을의 비닐하우스를 모두 망가뜨리는 등 적대심을 갖고 있었고, 그 사실은 오직 인성만이 알고 있었다. 계속된 현민의 괴롭힘에 인성은 영수에게 사실 여부를 물었지만, 그 답을 회피하는 영수의 모습은 의문을 자아냈다. 이처럼 마지막 회까지 시청자들에게 계속 의문을 던지며 추리 본능을 무한 자극하는 스토리 전개는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멧돼지사냥’만의 매력을 한층 더 돋보이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리고 드디어 밝혀진 멧돼지사냥에서 벌어진 사건의 전말은 시청자들을 충격 속에 빠뜨렸다. 영수가 로또에 당첨되자 현민의 분노는 더욱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이는 오롯이 인성을 향했다. 산속으로 인성을 끌고 와 폭력을 가하던 현민. 때마침 친구들과 멧돼지사냥을 나온 영수는 그곳에 자신의 아들 인성과 현민이 있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지 못한 채 멧돼지라고 착각해 총 한 발을 쐈고, 이는 현민을 맞추게 되었다. 총에 맞은 현민은 인성에게 도움을 청하며 “제발 할머니”라고 힘겹게 말했지만, 인성은 도움을 주려던 것도 잠시, 그동안 현민에게 괴롭힘당해 왔던 수많은 날을 떠올리게 되면서 그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결국 현민은 인성에 의해 숨을 멎게 되었고, “현민이는 내가 죽인 거니까 아빠는 살인자가 아니에요”라고 그 모든 사실을 영수에게 털어놓는 장면에서는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이에 채정은 현민이를 찾아 헤매다 길을 잃고 간신히 살아 돌아온 것으로 인성과 입을 맞췄고, 그대로 형사 두만(황재열 분)에게 진술하게 되면서 이들 가족의 비밀은 감춰지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인성은 어릴 때부터 할머니에게 학대받아왔던 현민이 이 마을을 항상 떠나고 싶어 했다며 시키지도 않은 이야기를 했고, 아무렇지 않게 거짓말을 하는 아들 인성을 바라보며 영수와 채정은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진국(이규회 분)의 아내가 세상을 떠나면서 또 한 번의 위기가 찾아왔다. 영수를 비롯해 마을 친구들은 발 벗고 나서 장례식의 일을 도맡아 했다. 조문객들이 떠나고 친구들과 술자리를 갖게 된 영수는 슬픔에 눈물을 흘리는 진국의 어깨를 토닥여주는데 그가 통증을 느끼자 단박에 협박범이 마을 친구들이었다는 것을 직감했다. 영수는 진국의 어깨에 난 상처 자국을 보고는 배신감과 분노에 휩싸였고, 살벌한 신경전까지 벌인 네 사람은 서로의 본심을 털어놓으며 마침내 아름답지 않은 전쟁을 끝냈다. 그리고 다 함께 현민의 시체를 저수지에 매장하면서 이제는 한통속이 된 네 사람. 이들에게서 느껴지는 기이한 분위기는 섬뜩함과 서늘함을 한층 배가시켰다.
이후 마을은 모두 안정을 찾은 듯 보였다. 인성은 다시 건강해진 모습으로 학교에 갔고, 채정 또한 한결 편안해진 모습이었다. 하지만 옥순은 홀로 여전히 돌아오지 않는 손주 현민을 기다리고 있었고, 그 가운데 현민의 실종 사건은 가출로 종결되면서 씁쓸함을 더했다.
그리고 영수는 다시 친구들과 함께 멧돼지사냥에 나섰다. 자신이 쏜 총 한 발이 현민을 맞췄다는 이전의 기억은 뒤로한 채, 이번에는 성공적으로 멧돼지를 잡게 된 영수와 함께 기뻐하는 친구들의 모습은 더욱 기이하게 다가왔다. 그날 밤, 다 함께 술을 마시고 한방에서 잠자게 된 영수와 마을 친구들. 이때, 진국이 영수에게 던진 질문은 마지막 1초까지도 긴장하게 만드는 ‘멧돼지사냥’의 허를 찌르는 전개가 돋보인 순간이었다. 바로 “주협이 니가 죽였지?”라고 기습 질문을 던진 것.
이에 영수는 순순히 인정했고,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대하는 친구들의 모습은 순박함 속에 녹여진 기이하고 서늘한 분위기가 고스란히 느껴져 더욱 소름을 유발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깊이 잠이 든 영수와 친구들의 모습 뒤로 옥순의 모습이 비친 것. 조금의 동요도 없는 표정으로 그들이 잠든 방 곳곳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지르는 옥순에게서는 그동안의 한이 고스란히 느껴져 더욱 깊은 여운을 남겼다.
이처럼 ‘멧돼지사냥’은 마지막까지 치밀한 긴장감으로 무장한 허를 찌르는 반전 전개를 선보였고, 시골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장르의 매력을 제대로 선사했다. 무엇보다 차별화된 컨셉과 탄탄한 구성이 돋보인 대본, 이를 더욱 빛나게 만들어준 섬세한 연출은 MBC 드라마 극본 공모전 당선작의 가치를 또 한 번 입증해냈다는 평이다. 이에 시청자들의 반응 또한 뜨거웠다. 현민이 멧돼지사냥에 나선 영수의 총에 맞는 장면에서는 순간 최고 시청률이 3.4%까지 치솟았다.
한편 ‘멧돼지사냥’은 멧돼지사냥에서 실수로 사람을 쏜 그날 밤, 실종된 아들을 찾아 나서는 한 남자의 사투를 그린 드라마로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평 속에 지난 22일 종영했다.
차혜영 텐아시아 기자 kay33@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