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종 이방원’ 말 학대 논란…방송 폐지 청원에 잇단 고발까지 ‘사면초가’


KBS 드라마 ‘태종 이방원’ 촬영 도중 사고로 말이 죽었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동물학대 논란과 함께 방송 폐지를 요구하는 여론까지 거세지고 있다. 더욱이 이번 사고에 대해 KBS 측은 사과했지만 동물보호단체가 제작자 등 관련자들을 고소해 사고 여파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한국동물보호연합 등 100여개 동물단체는 21일 ‘태조 이방원’ 촬영 현장에서 발생했던 사고와 관련해 드라마 제작진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영등포경찰서에 고발했다.

이들 단체는 고발장을 통해 “낙마 장면을 촬영하면서 앞다리에 와이어를 묶고 달리다 사람들이 와이어를 세게 잡아당겨 전력 질주를 하던 말이 공중으로 떠올라 목이 90도 꺾인 채 머리를 땅바닥에 내리 꽂히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사고 직후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그 누구도 말의 안위를 확인하는 사람이 없었다”면서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부상을 당한 말은 후유증을 시달리다 결국 1주일 후에 죽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말은 끔찍한 동물학대를 당하고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엄청난 고통 속에서 서서히 죽어갔다”며 안타까움을 표하고 “위험천만하게 동물을 위험에 빠뜨리고 결국은 죽음에 이르게 하고 몇 개월 동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넘어가려 했던 KBS의 파렴치한 행동을 묵과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미국에서는 1939년 이후로 ‘태종 이방원’처럼 트립 와이어를 사용해 말을 고꾸라뜨리는 촬영 기법이 금지돼 있다. 이런 기법이 2022년에 우리나라에서 공영방송의 드라마에서 버젓이 사용되고 있다는 게 정말 경악스럽다”면서 KBS의 낙마 사건과 같은 일들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도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동물권보호단체 카라 역시 지난 20일 ‘태종 이방원’ 책임자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서울 마포경찰서에 고발했다.

또한 카라 측은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국내 방송 및 영화 촬영 관계자들을 통해 확인한 결과 대체로 경주마에서 은퇴한 나이 많거나 경기 성적이 좋지 않은 말들이 대마업체를 통해 촬영 현장에 동원되는 것이 관행처럼 이루어지고 있다”면서 “말 대여 관계자와 직접 소통한 바에 따르면 ‘태종 이방원’에서 사망한 말 또한 경주마에서 퇴출된 ‘까미’라는 이름의 말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며칠째 논란이 되고 있는 이번 사건은 동물단체 카라, 동물자유연대가 지난 19일 ‘태종 이방원’ 촬영장에서 말을 강제로 바닥에 쓰러트려지는 모습을 담은 영상 공개 및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해당 장면은 지난 1일 방영된 ‘태종 이방원’ 7회에 연출된 이성계의 낙마 장면으로, 말의 발목에 와이어를 묶어 앞으로 넘어지도록 하는 방식으로 촬영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카라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오직 사람들의 오락을 위해 말을 생명의 위험에 고의로 빠뜨리는 행위는 인간의 사소한 이익을 위해 동물을 해하는 전형적인 동물학대 행위”라며 드라마 ‘태종 이방원’의 낙마 장면 말 학대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동물자유연대 역시 성명서를 통해 “방송 촬영에 이용되는 동물의 안전 문제는 이미 오래 전부터 꾸준히 지적돼 왔다”면서 “달리는 말이 갑자기 고꾸라지듯 넘어지는 것은 말의 발목을 낚시줄로 휘감아 채는 등의 방법이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 영상 제작자의 전언으로 이는 연출상 넘어질 것이라는 예측과 대응 태세를 전혀 할 수 없는 동물로서는 매우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위협”이라며 생명과 부상 위협에 노출된 동물 연출, 안전 기준이 부재한 KBS의 변화를 촉구했다.

동물학대 논란이 커지자 KBS는 지난 20일 공식입장을 내고 “안타까운 일이 발생한 점에 대해 깊은 책임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면서 “사고를 방지하지 못하고 불행한 일이 벌어진 점에 대해 시청자들에게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아울러 “KBS는 이번 사고를 통해 낙마 촬영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다시는 이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다른 방식의 촬영과 표현 방법을 찾고, 각종 촬영 현장에서 동물의 안전이 보장될 수 있는 방법을 관련 단체와 전문가들의 조언과 협조를 통해 찾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같은 사과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돌아서지 않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과 시청자 게시판 등에는 ‘태종 이방원’ 방영 중단 및 폐지를 촉구하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방송 촬영을 위해 동물을 소품 취급 하는 드라마 연재를 중지하고 처벌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고 21일 오후 8시 40분 현재 5만3000여명이 넘는 동의를 얻었다.

이 외에도 방송 촬영을 위해 안전과 생존을 위협 당하는 동물에 대한 대책 마련과 촬영 과정 속에서 동물학대를 자행하는 드라마 및 영화계 관행 철폐를 촉구하는 청원들이 이어지고 있고 많은 동의를 받고 있다.

한편 KBS는 ‘태종 이방원’ 말 학대 논란이 거세지자 문제가 된 7회 방송분 다시 보기 서비스를 중단했으며, 오는 22일과 23일 방송 예정이었던 13회와 14회도 결방한다.



유정민 텐아시아 기자 hera2021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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