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사진=임현주 아나운서 인스타그램
사진=임현주 아나운서 인스타그램
임현주 MBC 아나운서의 ‘노브라 챌린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고 일상생활을 한다는 의미에서 ‘노브라’는 논쟁이 대상이 돼왔다. 여성의 몸에 자유를 줘야한다는 시선과 성적 대상이 된다는 시선이 충돌하기 때문. 임 아나운서는 지난 14일과 15일 인스타그램에 속옷을 입지 않고 방송 촬영 등 일련의 ‘노브라 챌린지’ 일련의 과정에서 느낀 자신의 생각을 글로 썼다. 임 아나운서는 “1겹의 속옷을 뛰어 넘으면 훨씬 더 자유로워 질 수 있다”며 “1인치의 장벽 봉 감독님 오마주”라고 말했다.

임 아나운서는 지난 13일 방송된 MBC 다큐멘터리 ‘시리즈M’에서 ‘인간에게 브래지어가 꼭 필요할까?’에 출연했다. 임 아나운서는 방송의 주제에 따라 브래지어를 입지 않고 사회 활동을 하는 체험을 했다. MC로 출연 중인 MBC ‘생방송 오늘 아침’에는 속옷을 착용하지 않고 녹화했다.

사진=MBC ‘시리즈M’ 방송 캡처
사진=MBC ‘시리즈M’ 방송 캡처
임 아나운서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드디어 ‘노브라 데이’”라고 시작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대다수의 여성들이 브래지어에 답답함을 호소하고 노브라를 지향하지만 망설이는 이유는 유두 노출에 대한 엇갈린 시선 때문일 것이다. 노브라 여성을 봤을 때 아무렇지 않게 자연스럽게 대할 사람이 현재로서 많다고 할 수 있을까? 누가 옳고 그르고를 따지기 전에 단지 익숙하지 않아 어색함을 느끼는 데는 십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하지만 결을 달리해 노브라를 무조건적인 비난의 대상으로 만드는 것을 이전에 여러 사례를 통해 우리는 목격했다. ‘문란하다, 자극적이다, 자기 생각만 한다, 예의가 없다, 꼴보기 싫다…..’ 나는 잠시 뒤 노브라로 생방송을 하게 된다”고 당시 방송을 앞둔 심정을 밝혔다.

임 아나운서는 녹화 현장에서 “내가 노브라로 출연한다는 사실을 알고 같은 여자 출연자들이 더 반가워했다”며 “이전에 전혀 상상해 보지 못했던 일이 현실로 일어난다는 것에 대해 놀라움과 대리만족이 섞여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다행이라 해야 할까. 코디팀이 짙은 색 의상을 준비 해 주어 전혀 티가 나지 않았다. 겉보기에 브래지어를 했는지 안 했는지 알 수 없는 의상이다. 보는 사람에게도 불편함이 없으리라 생각하니 나도 편안함을 느끼며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방송에 임할 수 있었다. 혹시나 해서 살펴 본 시청자 게시판에도 항의글 하나 올라오지 않았다. ‘가끔 이렇게 브래지어를 하지 않고 방송해도 되겠는데?’ 신선한 경험이자 발견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내가 지금 노브라를 하고 방송을 하고 있다는 걸 실시간으로 알았다면 또 어느 시청자들은 방송을 하는 내내 나의 가슴에 집중하지 않았을까. 실제로 현장에서도 몇몇 스태프 들에게 ‘저 지금 노브라다’고 말하면 갑자기 표정이 어색해지며 시선을 멀리 하는 장면들이 펼쳐졌다”고 말했다.

임 아나운서는 방송 후 셀프 촬영 스튜디오를 찾아 기념사진도 남겼다. 그는 “누군가 찍어주는 사진 말고, 다른 이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촬영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탈의실에서 검정색 벨벳 원피스로 갈아입는데 유두 부분이 다소 신경 쓰여 흰색 긴 스카프를 둘렀다. 그런데 촬영이 익숙해지고 나니 자연스레 스카프를 벗어 버렸다. 몸에 딱 붙는 원피스와 노브라. 그리고 활짝 웃는 내 얼굴. 너무 좋다”고 말했다.

임 아나운서는 ‘노브라 챌린지’를 통해 남자 제작진의 변화도 느꼈다고 했다. 그는“스튜디오 촬영 날 브래지어를 아무렇지도 않게 만지고 배치하는 장면을 보며 웃음이 났다”며 “‘원래 이렇게 자연스러웠냐’고 해서 ‘아니다. 브래지어를 하도 이야기하고 알고 나니 이제 아무렇지 않게 느껴진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남자 PD는 이전에 브래지어에 와이어가 있다는 사실도, 그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답답함을 느낀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고 했다. 이해가 이해를 낳았다”며 뿌듯해했다. 그러면서 “혹여 노브라 기사에 성희롱적인 댓글을 다는 남자들이 있다면, 어느 더운 여름날, 꼭 하루는 브래지어를 차고 생활 해 보길 권한다”고 덧붙였다.

사진=임현주 아나운서 인스타그램
사진=임현주 아나운서 인스타그램
임 아나운서는 “노브라데이를 통해 제가 느낀 것은 ‘브래지어를 원하지 않을 때는 하지 않아도 되는구나. 다만 아직까지는 용기가 필요하구나’라는 너무 당연해 보이는 결론이다. 하지만 그것이 선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온전히 인식하는 것은 중요한 변화였다”고 말했다. 또 “방송에서도 노브라에 대해 ‘좋네 아니네’ 어떠한 결론도 내리지 않았다”며 “다만 브래지어를 ‘꼭’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실험해 보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임 아나운서는 “브래지어를 경험 해 보지 않은 남성들은 그에 대한 고충을 이해하고, 여러 망설여지는 이유로 언제 어디서건 대부분 브래지어를 하고 생활하던 여성들은 온전히 해방되어 보는 것. 아무렇지 않다가 노브라 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어색해지는 이유에 대해 함께 이야기 해 보는 것. 이것이 우리에게 알게 모르게 터부시 되는 주제는 아니었을까?”란 의문을 제기했다.

임 아나운서는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우리의 20세기’에서 애비의 멘트도 인용했다. 임 아나운서는 “애비는 여럿이 저녁을 먹는 테이블에서 생리 때문에 배가 아프다고 말한다. 생리하는 건 알겠는데 그런 말을 여기에서 꼭 해야 하느냐는 말을 듣자, 애비는 생리는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다같이 외쳐 보자고 말한다. ‘그냥 생리라고 말해, 별거 아니야’”라고 했다.

네티즌들은 임 아나운서의 용기 있는 도전에 “얼굴 공개하고 출연했던 분들의 용기가 대단했다” “이러한 취지의 행동 자체가 멋지다” “‘시리즈M’을 보고 여성들의 고충을 새삼 알게 됐다” “브래지어 없이 살고 싶은데 아직 용기가 안 났다. 용기를 줘서 고맙다” “노브라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에 속상했다” 등 응원을 보냈다. 그러나 “민망하다”며 아직은 여성의 노브라가 불편하다는 시선도 많았다. 노브라가 여성 해방과 자유와는 별개로 ‘개인의 취향’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네티즌들은 “선택은 자유” “나는 브래지어 하는 게 더 편한 것 같다” “생각은 다 다른 것” “개인적인 취향 비난 받아야할 이유가 없다” “굳이 관심도 없는데 애써 알릴 필요까진 없는 것 같다” 등 의견을 냈다.

그룹 마마무의 화사. /사진=텐아시아DB
그룹 마마무의 화사. /사진=텐아시아DB
앞서 고(故) 설리도 비슷한 논쟁을 불러온 바 있다. 노브라로 지내는 모습을 보여준 설리는 악플러들의 타깃이 되기도 했다. 설리는 JTBC ‘악플의 밤’에서 “나에게 브래지어는 액세서리”라며 “어울리면 하고 어울리지 않으면 안 하는 것”이라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그룹 마마무 화사의 ‘노브라 공항 패션’을 두고도 네티즌들 사이에 설전이 일기도 했다.

노브라 운동을 주도해온 불꽃페미액션은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가 주장하고자 하는 것은 맥락에 상관없이 무조건 여성의 가슴에 성적인 의미를 부여해 통제하는 것은 여성차별이며 인권침해라는 것”이라며 이전에 개최했던 상의 탈의 행사의 취지를 설명하기도 했다. 브래지어 착용 여부는 개인이 선택할 문제다. 노브라라는 사실을 밝히거나 밝히지 않은 것도 개인이 취사선택할 수 있는 문제다. 인스타그램에 무슨 밥을 먹었고 누구를 만났고 어떤 옷을 입었는지를 올리는 게 굳이 문제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여성의 가슴을 성적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아야 하고, 또한 개인의 취향을 존중해줘야 할 때이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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