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D수첩 > MBC 화 밤 11시 15분
사상 최악의 구제역 사태를 다른 어제의 < PD수첩 >은 참담한 나머지 현실감이 없어 디스토피아 스릴러 같은 느낌을 줄 정도였다. 안락사 약물이 부족해 산채로 파묻힌 돼지들의 매몰지 위로 흥건한 핏물이 고이다 인근 도로까지 흘러내리고, 간혹 아직도 숨이 붙어있는 돼지들의 입김이 하얀 연기처럼 뿜어져 나온다. “일주일이 안 된 송아지가 지 어미를 찾아가서 어미 젖을 물고 죽더라니까요.” “(주사를 놔도) 바로 안 죽더라구요. 세 번, 네 번 그렇게 맞고도 또 일어나서 걷고 하는 놈이 있더라고요.” 축산 농민들은 글썽이는 눈으로 아비규환의 살처분 현장을 그렇게 전했다. 구제역 발생 2달째, 우리나라 가축 5분의 1이 떼죽음당한 초유의 대재앙. 피해는 축산 농가로 그치지 않는다. 매몰지의 오염된 침출수는 인근 농가의 수도에서 핏물 섞인 물로 흘러나오고, 장기 비상 체제로 피로가 누적된 공무원들이 벌써 5명이나 사망했다. < PD수첩 >은 이 국가적 재앙의 원인으로 미흡한 초동 대처와 정부의 안이한 대책을 지적한다. 특히 공식적 구제역 발생일인 작년 11월 29일보다 6일전에 첫 의심 신고가 있었고, 그 의문의 6일 동안 신고 지역에서 전국 각지로 이동한 방문자들이 구제역 확산의 원인이었다는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내부문건은 충격이었다. 연평도 사태 못지않은 대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구제역 발생 39일째, 살처분 두수가 100만 마리에 이른 시점에서야 구제역 대책 관련 긴급 관계장관회의가 소집되는 등 정부의 늑장 대책은 사태를 더 키웠다. 초동 대처에 실패하고 근본 대책 없이 끊임없는 살처분으로 위기를 덮기에 급급했던 정부. 더 무서운 것은 이 재앙이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사실이다. 삼천만 명 대이동이라는 설을 맞아 구제역 사태는 최대의 고비를 앞두고 있다. 지금까지의 비극마저 예고편으로 만들기 전에 정부는 하루빨리 ‘여명’의 꿈에서 깨고 확실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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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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