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배우 이기우(왼쪽부터), 봉태규, 박진희, 박지영, 류현경, 이영진, 후지이 미나, 정강희가 16일 오후 서울 목동 SBS홀에서 열린 수목드라마 ‘닥터탐정’ 제작발표회에 참석했다. /조준원 기자 wizard333@
배우 이기우(왼쪽부터), 봉태규, 박진희, 박지영, 류현경, 이영진, 후지이 미나, 정강희가 16일 오후 서울 목동 SBS홀에서 열린 수목드라마 ‘닥터탐정’ 제작발표회에 참석했다. /조준원 기자 wizard333@
드라마 ‘리턴’에서 적대관계였던 박진희와 봉태규가 SBS 새 수목드라마 ‘닥터탐정’에서 동지로 만났다. 두 사람은 산업현장의 부조리를 폭로하고 해결해나가는 의사로 활약한다. 무엇보다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를 연출한 박준우 PD와 산업의학 전문의 출신 송윤희 작가가 제작진에 참여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16일 오후 서울 목동 SBS홀에서 ‘닥터탐정’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배우 박진희, 봉태규, 이기우, 박지영, 이영진, 류현경, 정강희, 후지이 미나가 참석했다.

‘닥터탐정’은 서울 지하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공장 노동자들의 집단 하반신 마비 등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들을 에피소드로 풀어낸다. 극 중 등장하는 UDC(미확진질환센터)는 은폐된 재해와 질환을 발굴하고 원인을 규명하는 기관이다.

충격적인 사건을 겪고 딸까지 뺏기며 각성하는 천재 의사 도중은 역의 배우 박진희. /조준원 기자 wizard333@
충격적인 사건을 겪고 딸까지 뺏기며 각성하는 천재 의사 도중은 역의 배우 박진희. /조준원 기자 wizard333@
박진희는 UDC에 합류한 천재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도중은 역을 맡았다. 박진희는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라는 직업부터 생소할 것”이라며 “일터에서 발생하는 질병을 치료하는 의사”라고 소개했다.

박진희는 “‘우리 아이들의 세상이 더 이상 무법으로 돌아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싸울 것’이라는 대사가 있다”며 “평소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아 20대 때는 그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관들에 직접 부딪히기도 하며 적극적으로 행동했다. 서른이 지나면서 과연 그 열정들이 누구를 위한 것이었나 생각하게 됐다. 또 사회의 전반적인 문제들을 우리가 외면하고 싶을 때가 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외면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아이들을 통해 하게 됐다”고 밝혔다.

박진희는 “‘그것이 알고싶다’를 만든 감독님이 이 드라마를 하게 돼서 진실을 왜곡하지 않는 힘이 생겼다. 드라마에 분명히 나와야 하는, 전달돼야 하는 진심과 진실이 힘 있게 전달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면서 “사명감을 갖고 저뿐만 아니라 연출진도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UDC의 ‘허세 의사’ 허민기 역의 봉태규. /조준원 기자 wizard333@
UDC의 ‘허세 의사’ 허민기 역의 봉태규. /조준원 기자 wizard333@
봉태규는 직업환경의학과 의사이자 UDC의 수석연구원 허민기 역을 맡았다. 그는 “소재가 신선했다. 허민기를 내가 하면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자신했다”고 밝혔다. 이어 “전작인 ‘리턴’을 끝내고 고민이 많았다. 악역이기도 했고, 거기에 준하는 연기를 보여주고 싶었다”며 “‘리턴’ 때는 주도적으로 행동하는 캐릭터에 리액션을 더해주는 캐릭터였다. 허민기 역으로 내가 주도적으로 판을 만들 수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 긍정적 에너지를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봉태규는 “감독님을 만나서 얘기했는데 너무 이상한 사람이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처음 만나서 작품 이야기는 안 하고 다른 이야기들을 하는데, 그 이야기들이 설득력 있었다. 배우를 캐스팅하기 위해 여러 가지 좋은 얘기를 할 수 있는데 자기 얘기만 했다. 이런 분은 처음이라 독특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나는 작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뜨거워지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주의인데, 감독님은 그 누구보다 차갑고 냉정하게 바라보고 있었다”며 “다큐멘터리는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큐멘터리를 찍으며 오랫동안 스토리를 만들어온 분이 진짜 이야기를 만든다면 어떨까 궁금해졌다”고 말했다.

재벌그룹 TL의 비리를 은폐하는 최태영 역의 배우 이기우. /조준원 기자 wizard333@
재벌그룹 TL의 비리를 은폐하는 최태영 역의 배우 이기우. /조준원 기자 wizard333@
이기우는 재벌그룹 TL의 3세 최태영 역을 맡았다. 최태영은 그룹의 비리를 알고도 은폐한다. 인생에서 유일하게 사랑했던 여자 도중은과 이혼한 사이다. 이기우는 “키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데뷔 후 키다리 아저씨 같은 역할을 많이 했다”며 “인상이 변한 건지 최근 2~3년 정도 악역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좀 더 깊이 있게 해봐도 되겠다고 생각하던 중 평소 관심이 많던 소재로 드라마가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 알고 있지만 들춰내서 이야기하기 미안하고 껄끄러운 내용을 드라마를 통해 많은 분들과 소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악역이지만 복합적인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악역이 잘 맞았냐는 물음에 “오히려 딱 맞는 느낌이 없어서 재밌는 것 같다”며 “내가 불편해서 그 불편한 심기를 드러낼 때 잘 표현되는 것 같다. 실제 나와 많이 떨어진 괴리감에서 재미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워커홀릭 UDC 센터장 공일순 역의 배우 박지영. /조준원 기자 wizard333@
워커홀릭 UDC 센터장 공일순 역의 배우 박지영. /조준원 기자 wizard333@
박지영은 UDC를 만든 센터장 공일순으로 분한다. 박지영은 “이름부터가 매력적이지 않나”라며 “배우라면 새로운 역할을 맡고 싶은 소망이 있다. 이건 전작들과 또 다른 역할이고 나한텐 흥미로운 캐릭터였다”고 애정을 보였다. 이어 “연기한지 30년이 됐는데, 예전엔 시청률이 좀 예상됐는데 점점 더 모르겠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과정이 즐거운 현장을 만나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다. 감독님을 만나고 이 배우들이 캐스팅됐다는 소식이 들었을 때 과정이 편안하고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한 “감독이 정말 합리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스태프가 왕이라고 생각하는 분이다. 너무 더운 날 촬영한 적이 있는데 2시간 동안 쉬자고 했다”며 “감독님의 성정이 현장에도 고스란히 녹아난다. 작품을 보는 눈도 좀 다른 것 같다”고 신뢰감을 드러냈다.

UDC 간호실장 변정호 역을 맡은 배우 이영진(왼쪽부터)과 TL그룹 딸 최민 역의 배우 류현경. /조준원 기자 wizard333@
UDC 간호실장 변정호 역을 맡은 배우 이영진(왼쪽부터)과 TL그룹 딸 최민 역의 배우 류현경. /조준원 기자 wizard333@
이영진은 UDC 간호실장 변정호를 연기한다. 그는 “노동자, 갑질 등이 최근 화두다. 개인적으로는 주체적인 여성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그게 잘 맞아떨어졌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이어 “하고 싶은 얘기도 많지만 해야 할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평소 갖고 있던 신념과 드라마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비슷하다고 생각해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류현경은 TL의료원 병리과 레지던트이자 최태영의 여동생 최민을 연기한다. 그는 “재벌집 딸 역할은 처음이라 욕심이 났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내가 연기에 대한 갈증이 있다는 걸 안 감독님이 ‘이 작품을 통해 내가 빨간약보다 연고가 돼 드리겠다’는 얘기를 해주셨다. 속 시원히 그 갈증을 풀어주긴 어려워도 연고처럼 어루만져주겠다는 의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재일교포 3세 출신 UDC 분석팀장 석진이 역의 후지이 미나, 서울대 박사학위를 가진 UDC 화학물질팀장 정강희 역의 정강희가 극을 다채롭게 만든다.

‘닥터탐정’이 시작하는 오는 17일에는 MBC ‘신입사관 구해령’, KBS ‘저스티스’, OCN ‘미스터 기간제’도 첫 방송을 내보낸다. 이에 배우들은 “신선하다” “재미있다” “지금 우리의 이야기”라고 저마다 출사표를 던졌다. 이기우는 “도와달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봉태규는 “1회보다 2회가, 2회보다 3회가, 3회보다 4회가 재밌다. 거짓말 아니다. 그러니까 봐야 한다”고 쐐기를 박았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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