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유진 기자]
갑돌이네와 갑순이네 / 사진=SBS ‘우리 갑순이’ 캡처
갑돌이네와 갑순이네 / 사진=SBS ‘우리 갑순이’ 캡처
누구네 집안이 더 짠한가 겨루는듯 했다. 가진 것 없는데다 성공한 자식 하나 없는, 그야말로 흙수저 집안인 갑돌네와 평범한 살림에 레지던트 아들을 뒀음에도 갈등이 끊이지 않는 갑순네의 이야기다.

지난 27일 첫 방송된 SBS ‘우리 갑순이'(극본 문영남, 연출 부성철)에서는 10년째 연애 중인 갑돌(송재림)과 갑순(김소은)의 모습과 두 사람의 집안 풍경이 그려졌다.

◆ 전형적인 흙수저 집안 ‘갑돌이네’

배우 이보희, 송재림, 김규리 / 사진=SBS ‘우리 갑순이’ 캡처
배우 이보희, 송재림, 김규리 / 사진=SBS ‘우리 갑순이’ 캡처
갑돌이네는 갑순이네 보다도 더 높은 달동네에 위치해있다. 억척스럽게 1남 1녀를 홀로 키워온 남기자(이보희)가 가장으로, 아침엔 우유배달, 저녁엔 식당 일을 하며 큰 딸 허다해(김규리)와 아들 허갑돌(송재림)을 뒷바라지 하고 있다.

허다해는 어린 나이에 결혼해 애 둘을 낳았지만, 이혼하고 혼자 지내며 노래방 도우미 생활을 한다. 남기자는 이러한 딸의 생활이 마음에 들지 않아 볼 때마다 잔소리를 하며 갈등한다.

허갑돌은 이 집안의 유일한 희망이지만, 현실은 고시 공부에 실패하고 공무원 시험에 도전 중인 철부지 막내 아들이다. 어릴 적부터 한 동네에 살아온 신갑순과 10년째 연인 사이를 유지해오고 있으며 갑순의 내조에도 고마운 줄 모른다.

◆ 바람 잘 날 없는 ‘갑순이네’

배우 고두심, 김소은(왼쪽부터 시계방향), 장용, 이완, 유선 / 사진=SBS ‘우리 갑순이’ 캡처
배우 고두심, 김소은(왼쪽부터 시계방향), 장용, 이완, 유선 / 사진=SBS ‘우리 갑순이’ 캡처
갑순네는 갑돌네에 비하면 훨씬 나은 조건임에도 갈등이 많다. 우선 갑순에게는 건강한 부모님 인내심(고두심)과 신중년(장용)이 있다. 갑순은 1남 2녀 중 막내로, 학창시절 공부 잘하기로 유명했지만, 이룬 것 없이 아르바이트를 이어가며 갑돌을 내조해 인내심에게 매일 잔소리를 듣는다.

첫째 신재순(유선)은 1년 전 제법 괜찮은 배경을 가진 이혼남과 재혼했다. 전 남편과 얻은 아들 똘이(이승우)와 함께 지내고 있지만 재혼 남편의 두 딸과 쉽게 친해지지 못하고 시누이 조아영(양정원)에게도 무시 받으며 힘겨운 재혼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둘째 신세계(이완)는 대학병원 레지던트로, 여공주(장다윤)와 일찍 결혼생활을 시작해 처가살이를 하며 스트레스 받고 있다. 볼 때마다 말싸움을 벌이는 부모님에게도 불만이 많다.

인내심은 남편 신중년을 ‘아저씨’라고 부르며 바가지를 긁는다. 퇴직한 뒤 벌이가 없는 남편이 밖에만 나갔다가 들어오면 남이 버린 물건을 주워오는 모습에 매번 분노한다. 한 집에 사는 시누이 신말년(이미영)은 모든 일에 참견하며 눈치 없이 행동해 인내심의 화를 돋운다.

◆ 시끌벅적 유쾌한 ‘우리 갑순이’

우리 주위에 있을 법한 현실적인 풍경이지만 암울한 기분은 들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동적이고 자신의 주장이 확실한 각각의 캐릭터가 극에 활력을 불어 넣으며 생동감 넘치는 분위기를 완성한 덕분이다.

시도때도 없이 김소은의 등짝을 내려치는 고두심과 다 큰 딸에게 찬물을 끼얹고 방값을 요구하는 이보희의 모습이 특히 그렇다. 억척스럽고 불같은 성질의 두 엄마는 간간이 웃음을 자아내며 지루함을 없앴다.

‘우리 갑순이’는 보통의 가족극이 담고있는 따뜻함이나 드라마틱한 이야기 없이 너무나도 현실적인 전개와 설정만을 보여준다. 조미료 없는 이야기는 시청자에게도 큰 기대감이나 부담감을 주지 않는다. 마치 이웃집 이야기를 들려주듯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각각의 장면들은 그저 편안하기만 하다.

김유진 기자 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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