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미오와 줄리엣, 춘향뎐 스틸컷
로미오와 줄리엣, 춘향뎐 스틸컷


≪우빈의 연중일기≫
우빈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의 기록을 다시 씁니다. 화제가 되는 이슈를 분석해 어제의 이야기를 오늘의 기록으로 남깁니다.

영화판에서 어린 신인 배우는 착취의 대상이 될 때가 많다. 작품성, 예술성을 빌미로 벗기고 거장이라는 이름 아래 감정은 묵살한다.

피해자는 늘 미성년자와 신인이다. 사회적 위치가 낮은 이들은 위압을 가하면 거부할 수 없다. 억울할 틈도 없이 벗고 요구하는 장면을 촬영해야한다. 성관계건 강간을 다루는 장면이건 결국 성적 피해. 예술의 탈을 쓴 폭력이다.

최근 '로미오와 줄리엣'의 올리비아 핫세(줄리엣 역)와 레오나드 위팅(로미오 역)이 제작사 파라마운트를 상대로 6000억원대 천문학적 소송을 제기했다. 미성년자였던 자신들을 성추행하고 착취했다는 이유였다.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두 사람이 관계를 맺는 장면이 나오고, 이 부분에서 올리비아 핫세, 레오나드 위팅의 가슴와 엉덩이가 적나라하게 나온다. 당시 올리비아 핫세와 레오나드 위팅은 15세,16세.
로미오와 줄리엣 포스터
로미오와 줄리엣 포스터
올리비아 핫세의 피해는 더 컸다. 더 보수적이던 1970년대 가슴의 절반이 드러나는 의상을 입어야했고 감독과 스태프 등에게 가슴과 관련된 희롱도 많이 당했다고 알려져있다.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은 촬영 전 두 사람에게 피부색깔의 속옷을 입고 촬영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실제 촬영을 다르게 진행됐다. 나체 촬영을 통보했고, 맨몸이 드러나지 않게 카메라 위치를 조정하겠다고 했지만 배우들의 몸은 그대로 노출됐다.

올리비아 핫세와 레오나드 위팅은 "감독은 반드시 나체로 촬영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영화가 실패하고 배우들의 커리어도 망가질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배우들로선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은 이로 인해 수십년간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밝혔다.

영화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속 강간 장면은 여배우 마리아 슈나이더 모르게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과 남자 주인공 말론 브란도의 상의로만 촬영됐다. 마리아 슈나이더의 나이는 19살이었다.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스틸컷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스틸컷
마리아 슈나이더는 44년 만에 이러한 사실을 폭로해 충격을 줬다. 마리아 슈나이더는 “합의되지 않은 장면이었다. 당시 나는 19살이었고 에이전트와 변호사를 불렀어야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 장면에서 실제로 강간당하는 것 같았다”고 폭로했다.

마리아 슈나이더는 "죽을 때까지 감독을 용서하지 않겠다"고 했다. 마리아 슈나이더의 삶은 해당 영화 이후 망가졌다. 그는 약물에 중독됐고 극단적 선택을 여러 번 시도하다 사망했다.

10대 배우를 성착취한 감독은 국내에도 있다. 배우 이상아도 1985년 임권택 감독의 영화 '길소뜸'에서 임권택의 요구로 전라노출을 했다. 이상아의 나이 고작 15살. 이상아는 "벗어야 한다고 해서 못 하겠다고 했는데, 임권택 감독님이 '너 돈 많니?'라고 물었다. '너 돈 많으면 이때까지 찍은 필름 다 물어내고 가라'고 했다"고 폭로했다.
벗어야 뜬다고? 예술로 포장된 미성년 성착취…보호 없고 소비만 남은 노출 [TEN스타필드]
임권택 감독의 또 다른 영화 '춘향뎐'의 배우 이효정(성춘향 역)도 17세에 과한 노출과 성관계 장면으로 피해를 봤다. 당시 청소년 보호위에서 '청소년 보호법 26조 2항'(영리 또는 흥행의 목적으로 청소년에게 음란한 행위를 하게 하는 행위는 10년 이하의 징역)을 들어 문제제기에 나설 정도였다. 이효정은 '춘향뎐'으로 데뷔했지만, 이 작품 때문에 은퇴했다.

2017년엔 여배우가 영화계 내 성폭력을 고발했다. 연기의 수위에 대해 미리 합의도 없으며 장면을 촬영하며 성추행도 일삼는다는 것. 노출신을 거부하면 촬영장 분위기를 망쳤다는 죄책감을 주고 까다로운 배우로 낙인을 찍는 분위기가 영화계 전반에 만연해 있다고 고발했다.

국내외를 불문하고 노출신은 남성의 시선으로만 이뤄진다. 성범죄를 당하는 여자에게 포커스를 맞춘다. 강간을 성관계처럼 연출하고 적나라하게 훑는다. 영화 속 성폭행 장면만 따로 편집해 포르노처럼 소비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 스틸컷
가장 따뜻한 색 블루 스틸컷
'리얼한 성관계 장면'에 희생당한 레아 세이두는 "비참한 체험이었다. 심리적 고문에 가까워했고 끔찍했다"고 고발했다. 레아 세이두가 촬영한 영화 '가장 따뜻한 색 블루'에서 관계장면만 10여 분이 넘는다.

위압과 무언의 폭력이 오가는 노출이 어떻게 예술이 되고 명작이 될 수 있나. 예술로 포장하지만 결국엔 착취고 소비다.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