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1년' 작곡가 정바비, 성범죄 사망자·피해자 있는데 無반성[TEN스타필드]


≪우빈의 연중일기≫
우빈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의 기록을 다시 씁니다. 화제가 되는 이슈를 분석해 어제의 이야기를 오늘의 기록으로 남깁니다.


불법 촬영 같은 디지털 성범죄는 확산의 속도만큼 인간의 영혼을 파괴한다. 불법 촬영을 디지털 성범죄로 뭉뚱그릴 수 없는 이유다. 피해자의 고통은 타인이 감히 상상할 수 없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끝나지 않는 괴로움의 끝은 죽음이 되기도 한다.

고통의 범주에 가해자는 없다. 부끄러운 짓을 하고도 태연하니 반성을 기대하긴 어렵다. 법적 처벌도 약하다. 결국 피해자와 그 가족들만 억울함만 더 커진다.

교제하던 여성들을 폭행하고 성관계 영상 등을 불법으로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을방학의 멤버이자 작곡가 정바비. 지난 14일 재판부는 정바비가 범행에 대해 "진지한 반성이 없다"며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정바비는 최후 진술에서 "지금 이 순간도 무죄를 주장한다. 없었던 일을 있었다고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디지털포렌식 작업을 진행한 정바비의 휴대전화와 컴퓨터 등에서 불법 촬영된 영상 여러 개를 발견했는데도 말이다.
'징역 1년' 작곡가 정바비, 성범죄 사망자·피해자 있는데 無반성[TEN스타필드]
정바비 때문에 수많은 여성이 고통받았고 그 중 한 명은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럼에도 정바비의 처벌은 징역 1년. 피해자 A씨를 폭행한 혐의와 또 다른 피해자 B씨를 불법 촬영한 혐의 등은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정바비는 2019년 연인이었던 가수 지망생을 폭행하고 불법 촬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피해자는 정바비가 술에 약을 타 성폭행하고 불법 촬영까지 했다는 피해 사실을 털어놓고 세상을 떠났다.

당시 검찰은 정바비를 '증거불충분'의 이유로 '혐의없음'으로 불기소처분했다. 정바비는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2021년 또 다른 피해자들이 그를 고발했고, 불법 촬영된 영상이 줄줄이 발견되면서 폭행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재송치됐다.
'징역 1년' 작곡가 정바비, 성범죄 사망자·피해자 있는데 無반성[TEN스타필드]
'징역 1년' 작곡가 정바비, 성범죄 사망자·피해자 있는데 無반성[TEN스타필드]
정바비는 재판에서 폭행은 일부 인정했으나 불법 촬영 혐의는 모두 부인했다. 그는 "촬영은 했지만 모두 상대방의 동의를 얻은 것"이라고 꾸준히 주장했다.

첫 공판부터 정바비에게 유리하게 돌아갔다. 서울서부지법 형사6단독 김성대 부장판사는 작곡가라는 직업에 관심을 가지면서 "나도 음악을 좋아하는 편이라 물어봤다. 좋은 곡을 많이 만들라"고 말했다. 재판장에는 사망한 피해자의 가족도 와있었다. 유족은 "부적절한 발언이다. 공정한 재판이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정바비는 방탄소년단의 앤솔러지 앨범 '프루프(Proof)'에 등장하며 또 논란이 됐다. '프루프'는 그간의 곡들과 신곡 3곡을 엮은 앨범. 방탄소년단의 연대기를 정리한다는 콘셉트로 멤버들이 선택해 수록곡을 구성했다.
'징역 1년' 작곡가 정바비, 성범죄 사망자·피해자 있는데 無반성[TEN스타필드]
문제가 된 곡은 2020년 2월 발매된 '필터'.멤버 지민의 솔로곡이다. 스웨덴 작곡가 톰 비클룬드가 프로듀싱하고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정바비, 형광소년 등이 함께 제작했다. 성범죄자인 정바비가 참여한 노래가 실리자 일부 팬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필터'가 처음 나올 땐 몰랐지만, '프루프'를 제작할 땐 정바비 사건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징역 1년' 작곡가 정바비, 성범죄 사망자·피해자 있는데 無반성[TEN스타필드]
대중은 그가 팬들의 스트리밍으로 얻은 돈으로 변호인단을 꾸렸다고 생각한다. 물론 팬들은 작곡가가 아니라 내 가수에 대한 애정으로 돌린 음원 스트리밍이지만 결국 성범죄자에게 좋은 일만 하고 말았다.

피해자가 사망한 다음날 정바비는 자신의 블로그에 "N번방 쓰레기들은 몇 십만명이 됐든 마지막 한 명까지 법이 정한 가장 혹독한 처벌을 받길 바란다"고 적기도 했다. 정바비의 소신대로라면 N번방 참여자와 몰카 촬영범은 다르지 않다. 가장 혹독한 처벌은 피했지만, 스스로 쓰레기임을 인증한 정바비. 그는 1년 뒤에 출소하겠지만 정바비의 이름이 계속 오르내리기에 가요계의 자정 기준은 높다.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