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깨고 입장 밝힌 박수홍
속시원한 해명 없이 믿음 구걸
대중 먼저 설득시켜야
개그맨 박수홍/ 사진=텐아시아DB
개그맨 박수홍/ 사진=텐아시아DB
방송인 박수홍이 침묵을 깨고 자신을 둘러싼 각종 논란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그는 30년간의 방송 활동과 인생을 걸고 유튜버 김용호 등 자신을 향한 폭로를 일삼는 이들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거창한 베팅과는 달리 실속 없는 해명으로 대중들에게 믿음을 구걸해 아쉬움을 남긴다.

박수홍은 19일 반려묘 '다홍이' 인스타그램에 "저를 향한 거짓 폭로와 주장들에 대해 걱정과 우려를 전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와 죄송의 말씀을 드린다"며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박수홍은 최근 몇 개월간 친형과의 법적 분쟁과 사생활 폭로 등으로 몸살을 앓았다. 그는 지난 4월 친형으로부터 수십 년 동안 출연료 및 계약금 등을 횡령당했다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당시 형제간의 갈등에 대해 수많은 추측이 쏟아졌지만 박수홍은 말을 아꼈다.

이 가운데, 박수홍은 23세 연하의 여자친구와 결혼을 발표했다. 그러자 그의 사생활에 대한 폭로가 줄줄이 터졌다. 그 중심에 선 김용호는 박수홍과 만났다고 주장하는 여성들의 증언을 끊임 없이 전했고, 결국 박수홍은 그를 고소했다.

그럼에도 김용호의 폭로는 멈추지 않았다. 과거 박수홍의 데이트 폭력 등 각종 의혹을 제기했다. 박수홍은 물론 주변인에 관한 폭로로 번지기도 했다. 현재 출연 중인 MBN '속풀이쇼 동치미' 하차 요청까지 나오자 박수홍은 전면에 나섰다.

이날 박수홍은 "그동안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은 것은, 이미 법무법인을 통해 법적으로 판단을 받겠다는 입장을 전해드렸기 때문이었다"며 "진흙탕 싸움이 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내 침묵으로 인해 가족을 비롯해 주변 이들, 믿고 함께 해준 동료들에게도 피해가 커지는 것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어 이렇게 글을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박수홍을 둘러싼 의혹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그는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며 살지는 않았다'고 생각하고 살아왔다"며 단 한개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김용호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것을 입증할 '물적 증거'를 모두 수사 기관에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박수홍은 "수사 기관과 사법 기관의 판단을 기다려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매일 같이 그에 대한 폭로가 쏟아지는데 얼마나 걸릴지도 모를 수사와 재판 결과를 묵묵히 기다리라고 하는 건 무책임하다. 그가 30년 방송 인생을 걸고 배수의 진을 쳤다면 마땅히 대중들의 믿음을 얻을 만한 근거를 제시해야 마땅하다.

이에 박수홍이 앞서 김용호와 진실공방을 벌였던 배우 한예슬의 대응을 본받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예슬은 남자친구 류성재의 과거 행적, 전 남자친구에게 받은 고가의 선물, 자신의 과거 이력 등 눈덩이처럼 쌓인 의혹에 대해 일일이 언급하며 강하게 부인했다. 그 결과 김용호의 폭로가 계속됐지만 한예슬은 많은 응원과 격려를 받으며 신뢰를 얻었다.

물론 박수홍과 한예슬은 다르다. 매사에 신중한 박수홍과 달리 한예슬은 대중 앞에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거부감이 없고 당당하다. 하지만 주변 사람을 지키고 싶고, 인생 전체를 걸었다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신뢰를 얻으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예슬은 수사 과정과 법적 공방에서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는 선에서 대중들을 설득시켰다.

박수홍이 그토록 피해왔던 진흙탕 싸움은 이미 시작됐다. 인생 전체를 걸었다고 해놓고 아직도 자신의 손에 묻는 흙먼지 따위를 생각할 여유가 남았다는 게 의아하다. 자신이 가진 패를 숨긴 채 무조건적인 믿음을 요구하는 박수홍의 태도는 이미 수많은 스타들의 거짓말에 속아왔던 대중들의 마음을 살 수 없다.
다음은 박수홍의 공식입장 전문

안녕하세요 박수홍입니다.

먼저, 저를 향한 거짓 폭로와 주장들에 대해 걱정과 우려를 전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와 죄송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동안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은 것은, 이미 법무법인을 통해 법적으로 판단을 받겠다는 입장을 전해드렸기 때문이었습니다. 확인되지 않은 주장에 대해 제가 개인적인 반박을 해도 결국은 공방으로 번지며 진흙탕 싸움이 되는 것을 원치 않아서 였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점차 거짓 폭로와 주장의 수위가 높아졌고, 마치 제가 반박할 수 없어서 침묵을 지키는 것처럼 비춰졌습니다. 저는 감내하며 법적 판단을 받아보려 했지만, 제 침묵으로 인해 제 가족을 비롯해 주변 이들, 믿고 함께 해준 동료들에게도 피해가 커지는 것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어 이렇게 글을 쓰게 됐습니다.

저는 거짓 폭로와 선동을 일삼는 유튜버를 상대로 고소를 제기했고, 이미 고소인 조사도 마친 상태입니다. 이 과정에서 저는 상대방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것을 입증할 ‘물적 증거’를 모두 수사 기관에 제출했습니다. 만약 해당 유튜버가 그동안 내놓은 거짓 폭로와 주장을 입증할 수 있다면 명백한 증거를 보여주시고, 피고소인 조사에도 성실히 응해주길 바랍니다.

‘저를 믿어달라’고 호소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수사당국의 결과를 기다려주시길 당부드립니다. 만약 유튜버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저는 백배사죄하고 죗값을 치르며 방송계를 영원히 떠날 것을 약속드립니다.

저는 1991년 데뷔 후 30년 동안 한 번도 쉬지 않고 달려 왔습니다. ‘잘 살아왔다’고 생각하지는 않아도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며 살지는 않았다’라고 생각하고 살아왔습니다. 그 끝에서 친형에게 적잖은 피해를 입은 사실을 파악해 뼈를 깎는 심정으로 민·형사상 고소장을 제출했습니다. 그 이후, 저를 향한 거짓 공격과 폭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로서는 견디기 어렵고, 이해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다시 한번 간곡하게 말씀드립니다. 수사 기관과 사법 기관의 판단을 기다려 주십시오. 저는 제 방송 활동을 넘어 제 인생 전체를 걸었습니다. 제가 잘못했다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죗값을 달게 받겠습니다. 하지만 해당 유튜버가 거짓을 말한 것이 밝혀진다면, 더 이상은 그 거짓 주장과 선동에 귀기울이지 말길 간곡히 당부드립니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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