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박지선 떠난 지 5개월
추모곡부터 미담까지 쏟아져
여전히 '멋쟁이 희극인' 그녀
故 박지선(왼쪽)과 그의 추모곡 커버/ 사진=텐아시아DB, 어비스컴퍼니박지선(왼쪽)과 그의 추모곡 커버/ 사진=텐아시아DB, 어비스컴퍼니
故 박지선(왼쪽)과 그의 추모곡 커버/ 사진=텐아시아DB, 어비스컴퍼니박지선(왼쪽)과 그의 추모곡 커버/ 사진=텐아시아DB, 어비스컴퍼니
개그우먼 고(故) 박지선이 세상을 떠난 지 5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그를 그리워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개그계 뿐만 아니라 가요, 영화계 동료 연예인들이 고인의 빈자리를 미담으로 채우는 중이다.

가수 박원은 오는 21일 고(故) 박지선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은 신곡 '유어 프리(You’re Free)'를 발표한다.

박원은 자신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풀어내 현실적인 가사로 많은 사랑을 받는 싱어송라이터다. 친구 박지선이 세상을 떠난 이후 큰 슬픔에 잠겼던 그가 긴 애도의 시간을 갖고 여전히 그리운 친구를 위해 노래를 발표하게 됐다.

그는 고인과 생전 나눴던 대화 내용을 신곡 가사에 담았다. '먹고 싶었던 케이크의 섬 도넛 튜브를 타고 건너가, 즐겨 읽던 책 속에도 들어갈 수 있는 마법도 있대'라는 가사는 박지선의 밝고 희망적인 면모가 잘 드러나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박지선 추모곡이 나온다는 소식에 동료 연예인들도 반겼다. 배우 이윤지는 자신의 SNS 계정에 "기지배 넌 좋겠다. 누가 봐도 너의 뒷모습"이라며 커버 사진을 게재했다. 개그맨 김민경도 "우리 지선이를 위한 노래가 만들어졌다"며 "우리의 그리운 맘을 담아서…지선아 보고 싶다"고 적었다.
故 박지선을 애도한 배우 박정민(왼쪽), 유재석/ 사진=청룡영화제, MBC 제공
故 박지선을 애도한 배우 박정민(왼쪽), 유재석/ 사진=청룡영화제, MBC 제공
고 박지선를 향한 애도는 방송, 영화계를 대표하는 시상식에서도 이어졌다. 배우 박정민은 지난 2월 열린 제41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 트로피를 받고 고인을 떠올렸다. 그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를 촬영할 때 항상 내게 괜찮냐고 물어봐준 친구가 한 명 있다. 늘 나의 안부를 물어주고 궁금해 해주던 친구가 지난해 하늘나라로 갔다. 내가 아직 그 친구를 보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에 상을 탄타면 괜찮냐고 물어봐주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하늘에서 보고 있는 그 누나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앞으로 더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연기하겠다고 말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지난 연말 열린 방송 시상식에서도 박지선 추모 물결이 이어졌다. '2020 KBS 연예대상'은 고 박지선의 추모 영상을 마련했다. 당시 사회를 맡았던 김준현은 "지금 시상식이 치러지고 있는 이 곳이 '개그콘서트' 공개홀이다. 유독 한 친구가 그립다"며 "늘 우리 곁에서 함께 했고, 많은 분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쳤던, 활짝 웃는 미소가 아름답고 사랑스러웠던 친구가 많이 떠오른다. 이 자리를 빌어서 그녀를 기리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공개된 영상에서는 고인의 생전 활동과 동료 개그맨들과 함께한 추억이 담겨 먹먹함을 자아냈다.

'2020 MBC 연예대상'을 수상한 방송인 유재석도 후배 박지선을 잊지 않았다. 그는 "하늘나라로 간 박지선 씨가 언젠가는 다음 세상에 다시 태어나서 못다한 웃음을 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해 많은 이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박지선 추모 영상/ 사진=KBS2 캡처
박지선 추모 영상/ 사진=KBS2 캡처
박지선은 지난해 11월 2일 서울 마포구 자택에서 모친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시신 부검을 고려했으나, 유족의 뜻에 따라 부검하지 않기로 했다.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1984년 생으로 비교적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걸 차치하고도 항상 밝고 유쾌한 모습이었던 그가 하루 아침에 떠났기 때문이다.

세상을 떠난 후에는 살아생전 있었던 미담이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박지선에게 중학교 시절부터 8년간 도움을 받았다는 한 대학생의 글이 올라왔다. 그는 "박지선은 얼굴도 모르고 누군지도 잘 몰랐던 나를 뒤에서 지원해주겠다고 했다. 수도 없이 거절했지만 '학생이라면 공부를 하는 게 본분이며, 어느 누구나 꿈을 꿀 수 있는 게 사람'이라며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다. 박지선은 내가 사람으로서 살아갈 이유를 깨닫게 해줬다"고 밝혔다.

당시 고인의 사망 기사에는 "품격 있는 개그맨이었다", "남을 비하하지 않고도 웃음을 준 최고의 희극인" 등의 댓글이 달렸다. 그가 대중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고 박지선은 2007년 KBS 공채 22기로 데뷔했다. '개그콘서트'의 '3인 3색'이라는 코너로 이름을 알렸고 2007년 KBS 연예대상 신인상을 받으며 주목받았다. 이후 2008년 우수상, 2010년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승승장구 했고, 2011년 '제 18회 대한민국 연예예술상' 희극인상을 안았다.

고인은 생전 귀엽고 사랑스러운 말투와 재치 넘치는 입담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특히 남을 깍아내리지 않고도 웃음을 주는 그를 두고 대중들은 '멋쟁이 희극인'이라고 일컬었다. 아직도 많은 이들이 박지선을 좋아하고 그리워하는 이유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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