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비투비 탈퇴한 정일훈  /사진 = 텐아시아 사진DB
그룹 비투비 탈퇴한 정일훈 /사진 = 텐아시아 사진DB
그룹 비투비 정일훈이 최근 5년간 상습적으로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기소됐다. 이는 대중과 팬들에게 충격을 줬고, 정일훈은 비투비 데뷔 10주년을 앞두고 팀을 탈퇴했다. 깨끗하고 건강했던 이미지의 비투비에게 정일훈의 마약 투약은 큰 오점이 됐다.
가수 블루  /사진 = 메킷레인 제공
가수 블루 /사진 = 메킷레인 제공
정일훈 직전에는 메킷레인 레코즈 소속 래퍼 루피, 나플라, 블루, 오왼, 영웨스트 등이 집단으로 대마초 흡연 혐의에 올랐다. 힙합 음악 한다며 한솥밥을 먹던 래퍼들이 다 같이 모여 대마초를 핀 것이다. 특히, 이 중 블루는 가수 이효리의 응원에 힘입어 음원차트 역주행 신화를 이뤘던 바 있어 대중의 실망감은 더욱 컸다.

몇 년 전, 한 인디신 관계자가 이런 말을 했다. “음악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대마초 정도는 쉽게 접할 수 있어요. 그들 사이에선 대마초 흡연 정도는 암묵적으로 용인하는 분위기죠. ‘힙합하고, 음악 만든다 하면 마약 정도는 해도 된다’는 의식이 팽배해요. 심지어 ‘음악 잘 안돼?’ 하면서 권하기도 한다니까요. 그런 걸 보고 ‘스웨그’(SWAG) 있다고 생각하나 보더라고요.”

못된 송아지 엉덩이에 뿔 난다더니. 이 말을 듣고 기가 찼다. 대체 음악과 마약이 무슨 상관인가. 누군가는 ‘창작 안 해본 사람은 모른다’고 할지 몰라도 아티스트인 척 허세에 찌든 핑계거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말을 곱씹다 보니, 잊을만 하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가요계 마약 파문은 물밑에 있을 뿐이지 잠재적으로 현재진행형이란 생각이 들었다. 모르긴 몰라도 지금 가요계 어딘가에는 마약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 여겨진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지금도 홍대, 이태원, 강남을 중심으로 마약이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최근에는 SNS상에서 거래가 많이 이뤄진다. 마약 중간 판매책, 배달책 등 거래 및 전달 방식이 전보다 더 치밀해지고 지능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많은 연예인, 뮤지션뿐 아니라 대중들 역시 마약의 유혹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래퍼 나플라(왼쪽)과 루피/ 사진 = 텐아시아 사진DB
래퍼 나플라(왼쪽)과 루피/ 사진 = 텐아시아 사진DB
마약은 한 인간의 삶을 좀먹는다. 강력한 중독성 때문이다. 지속적인 마약 투약으로 흐려진 판단력은 선과 악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이는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범죄는 피해자를 낳고, 사회는 혼탁해진다. 마약은 한 사회를 제대로 기능할 수 없게 만들고 발전을 크게 저해한다.

특히, 준 공인이라고 할 수 있는 연예인의 마약 투약은 대중문화 연예계와 대중, 그의 팬들에게도 악영향을 끼친다. 마약 중독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연예인에게 더 나은 음악, 더 좋은 작품이란 없다. 대중문화계의 손실이다. 마약 중독으로 자멸해 간 재능 있었던 국내외 스타들을 우리는 알고 있다.

또, 마약에 손대는 연예인은 ‘마약 한번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가수 A도 했는데’, ‘마약을 하면 어떤 느낌일까’ 하는 등 대중에게 ‘도덕적 해이’를 제공하며 악순환을 가속시킨다.

연예인은 많은 사람들에게 받은 사랑과 관심을 응당 선한 영향력으로 다시 흘려 보내야 할 의무가 있다. 마약 관련 책임 의식이 결여된 연예계는 각성해야 한다. 마약 투약한 연예인에 대한 지탄과 규제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 공신력 있는 연예계 협회나 방송사, 각 소속사 등의 마약사범 연예인에 대한 엄격한 규제와 징계가 마련되었으면 한다.

최근 음악 레이블 그루블린 수장인 빅스 라비가 대마초 흡입으로 물의를 일으킨 나플라를 영입했다. 마약 투약 혐의를 가진 인물인데다, 해당 사건이 불거진 지 2개월도 채 지나지 않았던 시점이라 대중의 큰 질타를 받았다. 짧은 반성문 몇 글자로 마약 혐의를 덮기엔 진정성이 크게 부족했다. 마약에 손댄 나플라를 예정대로 영입한 그루블린은 마약범에 대한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듯 하다. 비판받아 마땅한 처사였다.

마약 사건이 빈번한 힙합신 한 래퍼의 소신이 빛을 발한다. 그 주인공은 바로 비와이다. 국내 힙합신 톱을 달리는 비와이에겐 수시로 그의 마약 투약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그때마다 비와이는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대응한다. 그의 영감의 원천은 마약이 아니기 때문이다. 글을 맺으며 비와이의 말을 살짝 각색해 적고 싶다.

“저는 마약을 본 적도 없습니다. 저 비와이가 아는 약은 오직 구약과 신약입니다.”

최지예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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