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상 씨, 짊어져야 할 짐이 너무 많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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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상 씨, 짊어져야 할 짐이 너무 많죠?
청년 실업이 직면한 현실, 무너져버린 교권 등 우리 사회의 씁쓸한 단면을 재조명 해보는 MBC 에피소드들을 보며 ‘역시 하이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반면 보기에 불편한 부분도 꽤 많아요. 작금의 세태가 십분 반영된 설정이긴 하지만 허구한 날 자식들 앞에서 벌이는 두 부부의 악다구니가 심히 눈에 거슬리죠. 그리고 그때마다 거리낌 없이 올라가는 남편 안내상 씨의 손은 특히나 볼썽사납습니다. 필요 이상으로 까칠하고 버릇없는 아이들의 언행이라든지 몇몇 이성 간의 교류 또한 불안한 구석이고요. 뭘 하든 예쁜 수정(크리스탈) 양이지만 그래도 아직은 십대인데 나이 한참 많은 줄리엔 강과, 그것도 땅굴을 오가며 만난다는 건 걱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애당초 장정이 한 가득인 이쪽 집과 처자가 셋씩이나 되는 저쪽 집 사이에 잠금 장치도 없이 땅굴을 열어놓겠다는 발상 자체가 과년한 딸을 둔 저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요. 수정 양의 어머니 윤유선 씨는 난데없이 사기를 당한 충격 때문인지 전혀 개의치 않는 기색이더라고요. 하기야 이런 고리타분한 시선들을 배제코자 노인의 등장을 원천봉쇄한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지원을 향한 감정을 응원하게 되는 건 계상 씨의 성격 덕이에요
계상 씨, 짊어져야 할 짐이 너무 많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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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윤계상 씨와 옆집 여고생 김지원 양 사이에도 묘한 감정이 싹틀 조짐이 보이던 걸요? 물론 아직은 지원 양이 무의식중에 아버지를 대신할 존재를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요. 이상스러운 건 수정 양에겐 우려의 시선을 보내면서 같은 입장인 지원 양에게는 내심 잘됐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품게 된다는 거예요. 혈혈단신인 지원 양의 딱한 처지를 우리가 들어 알고 있기 때문이겠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울타리가 필요한 지원 양의 보호자이자 짝으로 계상 씨가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린아이에게도 존댓말을 쓸 정도로 배려가 몸에 밴 분이시니 혼자 몸인 지원 양을 홀대할리 없고, 불의와 타협할 줄 모르는 올곧은 성품이니 일찍이 세상을 떠나신 부모님 대신 지원 양을 잘 이끌어 주리라는 믿음이 가요. 말 나온 김에 말씀드리는데요. 그 스쿠터 좀 어찌 안 될까요? 기면증을 앓고 있는 지원 양이 스쿠터를 탈 때마다 조마조마해서 죽겠거든요.

그리고 지난번 사회복지 예산 삭감에 반대하는 계상 씨의 1인 시위 모습을 보며 저 또한 깨달은 점이 많았어요. 예산 삭감으로 인한 재심사에서 탈락하는 바람에 기초 생계비가 끊긴 수급자들이 무려 이십만 삼천 여명에 달한다죠? 얼핏 뉴스와 기사를 통해 보고 듣긴 했어도 무심히 지나쳤던 모양이에요. 실제로 그렇게 많은 분들이 고통을 받고 계실 줄은 짐작도 못했답니다. 계상 씨도 마찬가지였죠? 방문 진료 때 어르신께 귀띔 받지 않았다면 아마 계상 씨 역시 지금도 모르고 있었을 테니까요. 그렇지만 계상 씨는 저와는 달리 모르면 몰랐어도 알면 그 즉시 실천에 옮기는 성품이더군요. 당장에 다음 날 1인 시위에 나섰으니 말이에요. ‘삭감된 복지 예산 1100억 원 원상 복구!’라는 문구가 적힌 계상 씨의 피켓과 ‘이 아저씨 말이 다 옳아요’라는 지원 양의 귀여운 포스터, 그리고 “그럼 이건 1인 시위가 아니지 않느냐”는 계상 씨의 말에 “원 플러스 원 시위라고 하죠, 뭐. 전 그냥 아저씨 부록이니까”라며 기분 좋은 웃음을 짓던 지원 양의 모습이 지금도 생각납니다. 드라마 속 캐릭터와 우리가 지금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느낌이라서 좋았어요.

복지예산만큼 옆집 화장실 문제도 중요하죠
계상 씨, 짊어져야 할 짐이 너무 많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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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아저씨가 하시면 옳은 일일 것 같아서.” 그래요, 그렇게 지원 양 말대로 옳은 일에 늘 앞장서는, 남의 괴로움을 나 몰라라 하지 않는 계상 씨이기에 드리는 말씀인데요. 아마도 계상 씨가 몰라서 방치해뒀지 싶은 일이 하나 있습니다. 다름 아닌 지원 양 집 화장실 문제에요. 매형 내상 씨가 땅굴을 파다가 그 집 화장실을 망가뜨린 게 대체 언제 적 일입니까. 단 하루, 몇 시간만 화장실을 못 써도 온통 난리이기 마련인데 그 집 식구들이 그간 얼마나 큰 불편을 겪어 왔겠어요? 만약 밤에 화장실이 급해진다면? 깜깜한 땅굴을 지나 옆집 화장실로 와야 한다는 얘기잖아요. 본인이 저지른 일은 아니지만 가족이 벌여놓은 사고이니 하루라도 빨리 수리공을 불러 해결해주면 좋겠습니다. 복지 예산 삭감이야 1인 시위에 나설 일이지만 화장실 수리 정도는 계상 씨가 맘만 먹으면 바로 해결이 가능한 일이니까요. 에구, 그러고 보니 계상 씨가 짊어지고 가야할 짐이 너무나 많네요. 가끔은 동생 지석(서지석) 씨에게도 좀 나눠주세요.
계상 씨, 짊어져야 할 짐이 너무 많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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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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