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라인이 없어도 훈훈하다. KBS <학교 2013>(이하 <학교>)에서 승리고 2학년 2반의 공동 담임을 맡고 있는 정인재(장나라)와 강세찬(최다니엘)의 관계는 사랑보단 우정, 우정보단 동지애에 가깝지만 입장도 가치관도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이 차차 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하게 되는 과정은 어른들 또한 흔들리며 피어나는 꽃들임을 보여주며 은근한 미소를 불러일으킨다. 추운 겨울, 촬영이 막바지에 이르러 쉴 틈 없는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는 <학교> 현장의 승리고 교무실에서 정쌤과 강쌤, 아니 드라마에서보다 훨씬 사이좋은 파트너 장나라와 최다니엘을 <텐아시아>가 만났다.

Q. 예전에 장나라 씨는 학생이나 조직의 막내인 역할을 주로 연기했는데 어느덧 학생들에게 어른 노릇을 해야 하는 교사 역을 맡게 됐다. 처음 제안 받았을 때 어땠나.
장나라: 교사는 굉장히 연기해보고 싶었던 직업 중 하나다.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 때문인지 교사, 의사, 변호사 같은 전문직 배역이 잘 안 들어오는 것 같아서.
최다니엘: 난 전문직 좀 그만 하고 싶은데. (웃음)
장나라: 난 꼭 다 해보고 싶었는데 교사를 연기하게 돼서 정말 좋았다.

최다니엘 “정인재는 강세찬의 예전 모습”
&lt;학교 2013&gt;│정쌤과 강쌤에게 2학년 2반이란?


Q. 정인재라는 캐릭터는 직업 외에도 로맨틱 코미디에서 보여줬던 사랑스런 모습과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고용이 불안정한 기간제 교사라는 현실적인 상황과 교사로서의 이상을 추구하는 성격이 합쳐진 인물인데, 처음 정인재에 대해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였나.
장나라: 가장 현실적으로 그리자는 게 감독님, 작가님의 말씀이셨고 나도 그런 면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정인재가 가지고 있는 이상이나 좌절을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정말 많이 고민해야 했다. 정말 연기해보고 싶은 배역이었음에도 대본을 받고 처음에 막막했던 건, 인재가 느끼는 좌절을 비롯한 감정의 강도를 전혀 모르겠다는 거였다. 내가 그 직업을 가진 사람이 아니니까 생소하게 느껴졌고 비슷하게 예측할 수도 없어서, 자칫하면 너무 공감할 수 없는 좌절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단은 말투 같은 것부터 하나씩 현실적으로 만들려고 했다.

Q. 말투나 태도 뿐 아니라 수수한 의상이나 스타일링, 메이크업 등 외적인 면도 교사라는 직업에 최적화시켜 만든 것 같다.
장나라: 일단은 너무 꾸미지 않으려고 했다. 인물 자체에 대해서도 그렇고 겉모습을 꾸미는 것도 최대한 자제하려고 했다. 처음에는 그렇게 했는데, 그 다음에는 신 연결하기 편하라고 헤어스타일도 안 바꾸고…(웃음) 이게 진짜 현실적인 문제다. 내가 스타일을 바꾸면 다른 사람들이 기다리게 되거나 조급하게 진행해야 하니까. 그래서 그냥, 보이는 모습은 내가 교실에 있거나 교무실에 있거나 위화감 없이 섞일 수 있게 하려고 애썼다.

Q. 캐릭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선 교사들을 만나 얘기를 나눴다고 들었다. 어떤 점을 참고할 수 있었나.
장나라: 나는 학교 밖에 있고, 외부에서 학교를 바라보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 시선을 안으로 옮겨 보고 싶어서 선생님들을 만났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나도 원래는 모든 것을 굉장히 회의적으로 보고 있었다. 정인재와는 너무 다르게 ‘나쁜 애들은 나빠. 아이고 어른이고를 떠나서 나쁜 건 그냥 나쁜 거야’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현장에서 힘든 일을 많이 겪으시는 선생님들도 그렇게 생각하실 줄 알았는데 오히려 그렇지 않으셔서 놀랐다. 아이들에게 희망을 버리지 않으시고 “그런 마음이 없으면 이 직업 못해요” 하시는데, 그 말씀이 참 많이 와 닿았다.

Q. 강세찬의 경우 ‘1타 강사(한 과목에서 최고의 매출을 올리는 인기 강사)’에서 학교 교사가 된다는 독특한 설정을 가진 인물이다. 어떻게 캐릭터를 구체화했나.
최다니엘: 나는 좀 급하게 <학교>에 투입된 편이라 장나라 씨처럼 실제 그 직업을 가지신 분들을 만나 뵙지는 못했고, 스타 강사들의 인터넷 강의나 EBS 언어영역 강의 같은 걸 많이 봤다. 정인재가 현실적인 설정의 캐릭터라면 강세찬은 현실 안에서의 판타지를 보여줄 수 있는 인물인데, 프로페셔널한 강사로 강단에 섰을 때 비즈니스 하는 모습이 있을 거고 사석에서의 모습은 또 다를 것 같아서 그 차이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해 보니 비즈니스적인 면을 보여줄 만한 신은 많지 않아서, 평소 말투 같은 것들로부터 이 사람 자체를 묻어나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Q. 학생들에게 “쉬어라-”하는 것과 같은 묘하게 심드렁한 말투, 농담과 진담을 섞고 배려와 무심함을 오가는 듯한 태도가 강세찬의 성격을 보여주는 것 같다.
최다니엘: 내가 만약 사회의 상류층 사이에서 어느 정도 권력을 쥐고 있는 위치에 있다면 사회적인 마스크, 사회용 페르소나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다 강세찬의 진심이 드러나고 가면이 해체되는 순간은 내 보호막이 없어지는 거니까 그럴 때와 좀 구분 짓고 싶었다. 사실 세찬이도 예전에는 정 선생님처럼 이상을 추구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하고 그냥 세상과 타협한 속물, 돈만 보고 살아가려던 인물이다 보니 약간은 가식적인 느낌을 최대한 담으려고 했다. 그래서 그 가면이 깨질 때 극적인 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고.



Q. 강세찬의 심리적 변화가 가장 설득력 있게 느껴졌거나 공감 갔던 순간이 있다면.
최다니엘: 사실 대본에서는 크게 변하는 느낌은 없다. 특별한 계기가 있다기보다 어느새 서서히 변해 있는 정도인데, 표현하는 입장에서는 행동이 변화할 때 보는 사람이 ‘쟤 갑자기 왜 저러지?’ 하는 거부감을 느끼지 않게 해야 하니까 그에 맞춰 감정 선을 채워갔다. 굳이 계기를 생각하자면, 정인재가 학생들 때문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왜 이렇게 바보같이 구냐, 너는 촛불이 아니다, 자신을 챙겨라’ 같은 얘기를 하면서 챙겨주다가 자기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동화되는 것 같다. 왜냐 하면 예전의 세찬이 그런 모습이었으니까. 그래서 정인재가 틀리다는 말은 하지 못하고, 단지 그러면 당신이 다친다는 걸 알려주고 도와주면서 마음속으로 ‘나는 그러지 못했지만 당신은 학교에 남아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느낌이었다.

장나라 “학생들보다 더 심한 사춘기를 확 지나온 것 같다”
&lt;학교 2013&gt;│정쌤과 강쌤에게 2학년 2반이란?


Q. 정인재는 아이들에게 희망을 버리지 않는 만큼 좌절하고 절망하는 순간이 많은 인물인데, 스스로도 이 사람이 특별히 안쓰럽게 느껴졌던 지점이 있나.

장나라: 연기하는 내내 안타깝고 답답했다. 우리 작품의 배경 자체가 학교 안, 교실, 교무실 정도로 굉장히 좁은데 서로 다 다른 문제 같지만 근본적으로는 한 가지에서 출발하다 보니 반복되는 좌절들이 굉장히 많았다. 그걸 표현하려다 보니 나도 계속 좌절하게 되고, 정말 학생들보다 더 심한 사춘기를 확 지나온 것 같다.

Q. 정인재가 학생들을 빗자루로 때리려다 떨어뜨리고 자신의 손바닥으로 학생들의 손을 때리며 혼내는 신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장나라: 사실 그 신과, 그 다음에 세찬이에게 “애들이 무슨 잘못이겠어요. 나도 당신도 그렇게 가르치고 부모도 그래라 그래라 하고 학교도 어쩔 수 없다 하고 그렇게 내버려두는데 애들이 무슨 잘못이겠어요” 라고 말하는 신을 찍기 전까지는 인재의 감정이 어떤 건지 좀 알기 어려웠다. 아무리 공부하고 설정한다 해도 그 감정을 다 알 수가 없었는데, 아이들과 세찬이를 대면해 연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감정이 흘러나왔다.
최다니엘: 사실 나라 씨가 그 신을 그렇게 연기할 줄 몰랐다. 원래 우리 대본은 촉촉하기보다는 굉장히 드라이하고, 그 신에서는 우는 것도 없었다. 막 “대걸레로 팬다” 이런 거였는데. (웃음)
장나라: 대걸레 자루가 안 뽑혀서… (웃음)



Q. 정인재가 아이들에게 시를 읊어주는 신도 있는데, 시는 상대역과 대사를 주고받을 때와 표현 방식도 다르고 자칫하면 다소 과장되어 보일 수도 있는 장치인데도 극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대본을 어떻게 소화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많이 달라질 것 같은데.
최다니엘: 주특기다 주특기! 그 신, 아주 자신 있어 했다. (웃음)
장나라: 좀 부끄러운 건 차라리 잘 하는 편이다. (웃음) 원래 약간 민망한 건 스스로 안 민망해 해야 보는 사람이 부끄럽지 않은 법이다. 어쨌든 연기할 때는 감정을 최대한 덜 드러내려고 했다. 나 혼자 시를 낭독하는 게 아니라 아이들에게 뭔가 전해줘야 되는데, 너무 많이 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것 같아서 그냥 덜 느끼하게 담담하게 읽으려고 했다. 아, 내 자랑만 하고 있네. (웃음)
최다니엘: 하지만 진짜 잘 했다.

Q. 강세찬이 학생들이나 정인재에게 하는 말 가운데 평소 자신의 생각과 비슷하다고 느껴지는 대사가 있나.
최다니엘: 공부는, 나도 공부를 안 했기 때문에 잘 모르겠고, 나랑 비슷한 생각은 “자기 자신이 제일 소중하다”는 거다. 어떤 일에 있어 정말 중요한 명분이 있지도 않은데 너무 많은 희생을 하는 것, 그리고 그로 인해 자기가 다치지 않으면 괜찮지만 혹시라도 다칠 가능성이 있다면 그 행동과 효율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건 자기 자신이니까.



Q. 여러 고민을 가진 2학년 2반 학생들 가운데 가장 마음이 쓰이는 제자는 누구인가.
최다니엘: 실제 학생들이라면 다 신경이 쓰이긴 할 텐데, 아마 세찬이 입장에서는 제일 많이 부딪힌 오정호(곽정욱)일 것 같다. 문제 일으키는 아이는 손이 많이 가지만 그만큼 정이 드니까. 쟤는 왜 저렇게 됐을까, 왜 저렇게 사람을 싫어하고 비뚤어졌을까. 그래서 혼을 내더라도 미안한 마음에 밥 한 번 먹자고 부르기도 하면서 정이 쌓일 것 같다.
장나라: 나도 정호다. 첫 회부터 정호와 부딪혔는데, 연기하면서 정인재로서 좀 속이 상했다. “정호가 어떤 앤지 모르겠어요”라는 대사를 한 뒤에도 이 친구에 대해 이해하거나 근본적인 무언가를 알려고 하는 느낌이 부족한 것 같아서 왜 나는 이것 밖에 못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계속 지켜봐 온 정호는 호두같이 단단해 보이고 여기 부딪히고 저기 부딪히고 하지만 알맹이는 아주 말랑말랑한 데가 있는 아이라고 생각한다.

장나라 “대중들과 가까워진 기분이 든다”

&lt;학교 2013&gt;│정쌤과 강쌤에게 2학년 2반이란?
Q. 강세찬을 비롯해 KBS <동안미녀>, MBC <지붕 뚫고 하이킥>, KBS <그들이 사는 세상> 등에서 연기해온 캐릭터들은 허구의 인물임에도 일상성과 현실성을 뚜렷하게 보여준 것 같다. 캐릭터가 자신을 거치면서 특히 현실성이 강화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최다니엘: 나는 연기를 특별히 배운 사람이 아니다 보니 현실에서 소스를 많이 찾으려고 했던 편이다. 사극 같은 데서 누가 이러이러했다고 말하면 “뭬야?” 하고 콰앙 효과음을 주면서 끝나지 않나. 그런데 현실에서는 “누가 그랬다며” 하면 “아 정말? 뭐, 어떻게 된 거야?” 라는 식이고 서로 항상 눈을 마주하면서 대화하는 것도 아니니까 드라마에서는 왜 저렇게 할까 라는 의문을 많이 가졌던 것 같다. 그래서 좀 더 현실적으로 하려고 했고, 반대로 그러다 보니 극적 요소가 부족해지는 경우가 있어서 그런 면은 또 참고해야겠다고 생각한다.



Q. 장나라는 <학교>를 통해 기존의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이미지 뿐 아니라 훨씬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배우라는 점을 증명했다. 스스로 느끼기에 배우거나 얻은 게 있다면.
장나라: 일단…
최다니엘: 살다 보니 이런 일도 있구나? (웃음)
장나라: 대중들과 가까워진 기분도 들고, 기대보다 많은 분들이 봐 주셔서 기쁘다. 사실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한꺼번에 연기하는 게 처음이라 초반에는 기 빨리는 것처럼 넋이 나가기도 했는데, 나에게 <학교>는 여러 가지 의미로 극기 훈련 이었던 것 같다.



Q. <학교>를 보다 보면 궁금해지는데, 학창시절에는 각자 어떤 아이였던 것 같나.
장나라: 그냥 조용히 잠들어 있는 아이. (웃음) 말썽도 안 일으키고 공부도 못 하고 그저 가만히 잠들어 있는.
최다니엘: 나도 말썽은 안 일으켰다. (웃음) 말썽 일으킬 형편도 못 됐고, 두루두루 친구는 많았다. 싸움 잘 하는 친구, 공부 잘 하는 친구, 축구 잘 하는 친구, 직업반, 진학반 모두. 친구들 덕분에 학창시절을 편하게 지냈다. 그런데 그 때도 좋게 말하면 남들의 흐름에 쉽게 흔들리지 않았고, 나쁘게 말하면 ‘섬’ 같은 느낌이었던 것 같다. 고집불통. (웃음)



Q. 그러면 2반 아이들 또래였을 때 즈음 가장 큰 인생의 고민은 뭐였나.
장나라: 언제 데뷔할 수 있을까.
최다니엘: 와, 진짜? 멋있다!
장나라: 정말로, 중학교 졸업하면서부터 내내 연습생 생활을 했기 때문에 그 꿈 말고는 아무 것도 없었다.
최다니엘: 나는 아무런 생각이 없을 때라 고민이 있었는지 조차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아, 생각해 보니 하나 있다. 당시 가정 형편이 썩 좋지 않아서 교복이 한 벌 밖에 없었는데 그게 더러워지는 게 너무 싫었다. 잘못하면 밤에 내가 손빨래해서 아침에 다시 입어야 하니까. 특히 하복은 하얀색, 하늘색이라 누가 뭐라도 묻히면 걔는 작살났다. 밥 먹다가 간장이 튀어서 난리가 난 적도 있다. (웃음) ‘내 옷에 노터치’ 이런 느낌으로, 거의 백의민족이었다. 성격이 깔끔해서가 아니라 빨기가 너무 귀찮은데, 그 땐 더러운 교복 입거나 어제 오늘 똑같은 양말 신고 학교 가면 너무 창피했으니까.
장나라: 맞아, 그 땐 진짜 그랬어!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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