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빗 : 뜻밖의 여정>(이하 <호빗>)은 제목처럼 뜻밖의 영화다. <반지의 제왕>의 팬들은 다시 한 번 톨킨의 세계에 입장할 수 있는 기회에 흥분했고, 3부작으로 이어지는 프로젝트의 규모는 피터 잭슨의 장엄한 연출을 기대하게 했으며, 3D에 더해 최초로 시도되는 HFR(High Frame Rate. 48 프레임) 방식은 새로운 기술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러나 정작 <호빗>이 성취하는 것은 거대하고 충격적인 지평이 아니라 수다스럽게 느껴질 만큼 사소하고 구체적인 설정들이 만들어내는 친밀감이다. 제작진은 동화에 가까운 원작을 시시콜콜 재현하면서 부족한 설명을 덧붙이고 인물의 성격을 보완하며 전쟁이 아닌 모험, 세계가 아닌 여정을 그려낸다. 그리고 이 과정을 즐기는 관객들에게 <호빗>은 자세히 보고, 오래 볼수록 재미있고 유쾌한 숨은그림찾기와 같은 작품이다. 호빗, 빌보 배긴스의 집을 샅샅이 살펴보며 그의 라이프스타일을 짐작하거나, 드워프의 막내인 킬리의 입장에서 이번 여행을 되짚어 보는 다이어리를 작성하는 것은 그런 점에서 <호빗>을 즐기는 수많은 방식 중의 하나라 할 수 있겠다. 169분이라는 시간이 지루하기는커녕 즐거움으로 가득했던 관객들을 위해 준비했다. 어마어마한 시리즈가 왔다.



&lt;호빗&gt;│킬리의 블링블링 다이어리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