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의 카리스마가 작품 전체를 지배할 때가 있다. 1994년 일본에서 연재를 시작해 일본 뿐 아니라 한국에서까지도 많은 인기를 모았던 와츠키 노부히로의 만화 이 바로 그런 경우다. 주인공 히무라 켄신이 보여주는 잔인한 칼잡이의 살기와 메이지 유신 후 칼날이 보통의 검과 반대인 역날검으로 사람을 지키는 나그네의 부드러움은 상반되는 만큼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일본에서 개봉한 후 제 17회 부산국제영화제 오픈시네마를 통해 한국에 소개된 오오토모 케이시 감독의 영화 에서도 켄신의 카리스마는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리고 그 중심엔 켄신을 연기한 배우 사토 타케루가 있다. 후지TV , TV 아사히 , NTV< Q10 >부터 영화 < BECK >, NHK 등까지 귀여우면서도 남성적인 모습을 보여준 그의 매력은 켄신에 집약돼 있다고 할 만큼 스물넷의 사토 타케루는 켄신의 눈빛과 감정을 부족함 없이 살려냈다. 부산에서 만난 사토 타케루는 실제로도 배짱 넘치는 진지함과 미소년의 순수한 웃음을 단번에 오가는, 묘한 매력을 가진 배우였다.

원작은 일본 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유명한데 주인공 히무라 켄신을 맡게 된 소감이 궁금하다.
사토 타케루: 어릴 때부터 원작 만화는 잘 알고 있었다. 그 땐 어린 마음에 그저 ‘최강 남자’란 말 때문에 켄신에 반했던 것 같다. (웃음) 여러 사람들을 다 제압하는 모습도 멋졌고. 하지만 영화화 될 줄은 상상도 못했고 그래서 켄신 역할을 맡고 싶단 생각도 당연히 못했는데 이렇게 맡게 돼 좋았다. 캐릭터도 그렇지만 이 작품 자체가 굉장히 특별하다. 임하는 각오나 열정이 남달랐으니까. 주연이면서 경력이 많은 배우들과 함께 작업한 게 좋았고 현장에서 매일 매일 훌륭한 작품이 나올 것 같단 생각이 들었는데 그 설렘 때문에 잠을 잘 수 없을 때도 있었다.

“대사보다 액션을 통해 켄신의 감정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헤어스타일, 의상 등 영화 속 켄신의 외양이 원작과 거의 흡사하더라. 의도를 한 건가.
사토 타케루: 웬만하면 똑같이 하려고 했다. 하지만 단순히 흉내만 내는 게 아니라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굉장히 많은 고민을 했다. 요즘엔 그냥 비슷한 옷만 입고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흉내 내는 사람이 많지 않나. 그렇게 보이지 않고 만화와 현실 사이의 균형을 절묘하게 잡기 위해 몇 번이고 옷을 정리한 거다. 그 과정에서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직접 요구를 했는데 배우가 스스로 납득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켄신처럼 하기 위해 거울 앞에서 자세 같은 걸 잡으며 의견 교환을 했다. 그걸 반복하다가 일주일 정도 지나니까 정말 켄신이 됐다는 느낌이 들더라. 말로 표현하긴 힘들지만 말이다. 그 다음부턴 고민 없이 연기할 수 있었다.

켄신 검술의 핵심은 엄청난 속도라고 생각하는데 그 부분이 영화에서 잘 표현된 것 같았다. 액션 촬영은 어떻게 준비했는지, 액션 연기할 때 어디에 주안점을 뒀는지 궁금하다.
사토 타케루: 확실히 이번 작품은 다른 경우보다 준비 기간이 길었다. 2개월 전부터 연습을 시작했는데 처음엔 스피드보다 어떻게 자르고 피해야 하는지 그 자세를 정하고 그 다음 속도를 높였다. 액션 연기는 하면서도 즐거워서 빨리 배운 것 같다. 그리고 액션은 공격보다 피하는 연기에 신경을 썼다. 영화 초반에 켄신이 칼을 안 빼고 상대방의 공격을 피하는 장면이 많은데 그 장면을 잘 봐주셨으면 좋겠다.

특기가 브레이크 댄스라고 들었는데 춤을 춰 왔던 게 액션 연기 할 때 도움이 됐나.
사토 타케루: 분명 도움이 된 것 같다. 사실 일본 검술엔 유연성이 좋지 않으면 정확한 포즈를 취할 수 없는 자세들이 있다. 아주 작은 관절들을 유연하게 움직이지 않으면 다리를 벌리는 자세 등을 제대로 잡을 수 없더라. 근데 브레이크 댄스를 하면서 유연성 훈련을 했던 게 도움이 많이 됐다.

켄신은 잔인한 ‘발도제’에서 역날검으로 사람을 지키는 나그네가 되기까지 사연이 많은 인물인데 대사는 많지 않다. 켄신의 감정을 표현할 때 어려운 점은 없었을까.
사토 타케루: 사실 크랭크 인 하기 전에 감독님과 그 부분에 관해 대화를 많이 나눴다. 이번 작품은 대사보다 액션을 통해 감정이 표현되면 좋겠다는 이야기였는데 싸울 때 그의 감정이 살아나도록 노력했다.

“십 년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한다”
액션도 그렇지만 눈빛으로도 켄신의 감정이 잘 드러난 것 같다.
사토 타케루: 개인적으로 감정은 눈빛으로 나온다고 이해한다. 이번 작품에선 80% 정도는 자연스럽게, 20% 정도는 의도적으로 했다. 켄신은 잔인했던 발도제일 때와 부드러울 때 눈빛 차이가 많이 나는데 그게 원작에서 켄신의 매력이기도 하니까 영화에서도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얌전할 땐 일부러 눈을 많이 깜빡깜빡했다. 하지만 발도제 연기는 나름대로 괜찮은 것 같은데 부드러운 눈빛 연기는 반성할 부분이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켄신의 그런 극단의 모습이 지금까지의 여러 연기에서도 묻어난다고 생각했다. 시바타 켄토, 영화 < BECK > 코유키는 귀엽고 장난스럽지만 의 오카다 이조로는 남자다운 모습도 보여줬는데 실제 성격은 어떤가.
사토 타케루: 사실 배우가 되기 전엔 별로 눈에 안 띄는 평범한 애였다. 많이 수줍어하는 쪽에 더 가까운데 친구 어머님께도 인사를 잘 못해서 주변에서 “인사 바로 바로 해” 이런 충고를 들을 정도였다. 지금도 인사를 잘 못해서 매니저한테 지적받기도 한다. (웃음)

고등학교 때 길거리 캐스팅 됐다고 들었는데 원래 꿈이 배우였나.
사토 타케루: 중학교 땐 배우란 직업이 훌륭하다는 생각만 막연하게 했다. 하지만 어떻게 배우가 되는지 몰랐으니까 평범하게 지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캐스팅돼 연기에 관심이 있다고 회사에 말했고 연기를 시작하게 됐다. 그 후 지금까지 5,6년은 열중하며 살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론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연기를 하며 여러 사람을 만나는 것도 좋지만 연기 자체가 재밌고 일반적인 회사원과 다르게 한 작품이 끝나면 또 다른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게 자극적이고 공부가 돼 즐겁다.

꾸준히 여러 장르의 작품에 출연하고 다양한 역할을 맡은 필모그래피를 보면 서두르기보다 차근차근 경험을 쌓는 스타일 같다.
사토 타케루: 작품 하나하나에 전력을 다하려고 한다. 그래서 이전 캐릭터에서 잘 못 빠져 나올 때도 있고 다른 작품 시작할 때 전작 캐릭터의 느낌을 갖고 할 때도 있는데, 일본어 표현 중에 영혼을 담는다는 말처럼 한 작품을 할 때 방전이 될 때까지 하고 조금 쉬다가 다른 작품에 들어간다. 이렇게 연기하면서 내 여러 가지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다. 이번 영화로 남자다운 걸 좀 더 부각시켰다면 다음엔 코믹한 연기도 해보고 싶고.

어떤 배우가 되고 싶다는 그림이 있나.
사토 타케루: 그런 건 없는 것 같다. 너무 깊이 생각하기보다 무리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과도하게 긴장하지 않고 해왔다. 먼 미래를 계획하기보단 그 때 그 때 집중하는 성격인데 십년 후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지금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 11월에 한국에서 개봉하지만 그 전엔 국내에서 얼굴을 볼 기회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혹시 즐겨본 한국 프로그램이나 알고 있는 배우가 있는지 궁금하다.
사토 타케루: KBS 를 봤는데 김태희 씨가 예쁘다고 생각했다. 같이 작업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정말 진심인 것 같다. (웃음)
사토 타케루: 하하하. 들켰나?

글. 부산=한여울 기자 sixteen@
사진. 부산=이진혁 el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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