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지원: 우리는 아직 어리다는 말 그 말이 전분 아냐
너를 기다린 지금까지 참았던 나지만

너 혼자 겪어야할 아픔을 나누지 못하고
돌아서야 하는 내가 더 미워 울었었어

만날 때마다 느낀 슬픈 얼굴 보며
함께 있어 주기를 바랬었지만
너의 침묵이 나를 더 슬프게 했어

차라리 내가 밉다고 말을 한다면
나의 마음이 편할 거야
넌 알고 있니 나의 사랑은 너였음을

너를 나의 전부로 만들지는 말라고 했던 니 말
아마도 오늘을 준비 했기에 눈물을 보인 거야

나 안녕 이라는 말로 너를 떠나겠지만 은
기억해 줄 수 있니 우리 서로 사랑 한 것을

– 젝스키스, ‘기억해줄래’
은지원
은지원
릴리시스터즈: 은지원의 어머니와 이모가 함께 활동했던 듀오. 어머니의 영향 때문인지 은지원은 어린 시절 피아노를 배워 콩쿠르에 입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머니가 은지원에게 끼친 가장 큰 영향은 하와이로 유학을 보낸 것. 어머니는 은지원의 학교 성적이 좋지 않자 유학을 보냈고, 은지원은 하와이에서 공부 대신 다른 것들에 흥미를 보였다. 밤마다 클럽에서 음악을 틀고, 랩 음악에 흥미를 느끼며 가수가 되길 준비했다. 그 때 만난 사람이 훗날 젝스키스가 되는 강성훈. 두 사람은 하와이에 찾아온 젝스키스의 제작자를 만나 가수가 되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온다.

젝스키스: H.O.T.와 함께 1990년대 후반을 휩쓴 아이돌 그룹. 당시 제작자가 “H.O.T.는 다섯이니까 우린 여섯으로 가자”고 했던 것은 전설 같은 사실. 은지원은 젝스키스에서 강한 인상, 무거운 분위기, 그리고 래퍼인 리더였다. 젝스키스 안에서 그는 카리스마가 곧 캐릭터였고, 팬들은 그를 ‘은각하’라 불렀다. 또한 거칠지만 빠르고 직선적인 곡과 무대는 활동 후반으로 갈수록 웅장한 느낌을 강조한 H.O.T의 대표곡들과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팬덤 바깥의 대중들도 따라 부르는 히트곡 ‘커플’의 탄생은 젝스키스의 정점. 그러나 그 사이 젝스키스는 “눈 뜨면 매니저가 들고 나가고 끝나면 숙소에 내다 버리는” 일상이 반복됐고, 아무리 스케줄이 있어도 아침은 꼭 먹고 나가야 한다고 할 만큼 자기 생활 방식에 대한 고집이 있었던 은지원은 점점 지쳐갔다. 한 때는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해 편집당하는 것이 목표”였을 정도. 젝스키스는 3년 동안 다섯 장의 앨범을 내고, 앨범 활동 사이에는 콘서트를 열었으며, 뮤지컬과 영화를 동시에 준비했다. 화려한 1997년 이후에 있었던 어두운 이야기들.

조영구: 젝스키스 팬들에게 ‘까방권’을 받은 방송인. 알다시피 젝스키스 해체 당시 팬들이 조영구의 차를 그룹의 제작자 이호연의 차로 착각하고 부쉈다. 팬들이야 사랑하는 팀의 해체에 분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지만, 젝스키스의 해체는 이후 벌어진 여러 아이돌 그룹의 해체 과정이 지난 후 돌이켜보면 오히려 아름다워 보일 정도. 그들은 적어도 여섯인 채로 수많은 팬들 앞에서 마지막 공연을 할 수 있었다. 당시 은지원은 “어차피 젝키로 영원히 갈 수는 없었고, 절정에서 헤어지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생각했고, “해체 만큼은 H.O.T. 뒤를 따르고 싶지 않다”며 그룹의 해체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정확히는 해체가 아니라 회사와의 결별을 원했지만 회사는 해체를 요구했고, 은지원이 “총대를 메고” 이 요구를 수용한 것. 자신이 2050년쯤에는 “잊혀질 거다”라고 말할 만큼 스스로에게 객관적인 성격이기에 할 수 있던 결정. 그리고 젝스키스의 멤버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2000년대를 살아가기 시작한다.

바비 킴: 은지원이 솔로로 데뷔하는데 큰 역할을 한 뮤지션. 젝스키스 시절 젝스키스의 녹음에 도움을 줬고, 이후 은지원의 멘토 같은 존재가 된다. 은지원은 젝스키스 시절에도 바비 킴과 함께 무대에 올라 랩을 하기도 했는데, 당시 인기 아이돌이 다른 뮤지션의 무대에 혼자 올라가 랩을 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자신에 대해 “다른 래퍼들에 비하면 나는 새발의 피”라고 하던 그는 바비 킴을 통해 힙합 모임인 무브먼트를 소개받고, 그들과 함께 작업하며 래퍼로서도 조금씩 인정받기 시작한다. 때론 과격할 정도로 솔직하게 말하고, 대신 자신의 상황에 대해서도 솔직한 성격은 그가 안정적으로 솔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만큼 젝스키스 시절처럼 화려하거나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열광은 없었다. 대신 안티도 없었고, 활동은 안정적으로 이어갔다. 아이돌 1세대의 차분한 현실 적응.

타이거 JK: 은지원이 “3집은 타이거 JK의 앨범이라고 할 수도 있다”고 말할 만큼 그의 3집 앨범에 큰 영향을 끼친 뮤지션. 은지원의 2집 수록곡 Dt.G.Zine에 피처링한 것을 인연으로 3집의 프로듀서로 나왔다. 무브먼트의 수장이 은지원의 프로듀싱을 맡는 것은 그 자체로 화제가 됐고, 타이틀 곡 ‘만취 in melody’는 타이거 JK의 강한 남성적인 분위기가 은지원에게 보다 성숙한 느낌을 주며 대중적인 성공을 이끌어냈다. 솔로로 나선 후 몇 년에 걸쳐, 은지원은 천천히 자신이 원하는 래퍼의 모습을 가진 셈. 그러나 그의 첫 솔로곡 ‘Never ever’는 젝스키스 시절의 강한 이미지에 가려져 있던 은지원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의외의 한 방을 가진 팝 발라드였고, 투스텝에 능한 작곡가 진과 함께 프로듀싱에 참여, ‘Money’, ‘Now’ 등을 발표한 2집은 은지원의 랩과 날렵한 리듬이 좋은 조합을 보여줬다. 그 방향을 그대로 밀고 갔다면 은지원은 랩, 댄스, 대중성 모두를 가져갈 수 있지 않았을까. 은지원은 4집부터 자신의 참여 비중을 높이며 자기 색깔을 찾아 나간다.

강호동: 은지원과 KBS 의 ‘1박 2일’을 함께한 MC. 은지원은 ‘1박 2일’에서 ‘은초딩’이라는 캐릭터를 얻었고, 젝스키스의 리더에서 어린 아이 같은 예능인으로 변신한다. 어린아이 같은 입맛에 자기 고집을 쉽게 꺾지 않는 모습은 그를 ‘초딩’으로 만들었다. ‘은초딩’이라는 별명도 사회경험이 없어 세상물정을 모르는 자신에게 코요태의 신지가 “그런 것도 모르는 초딩이냐?”라고 말한 데서 시작된 것. 하지만 동시에 은지원은 강호동과 대립할 때조차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강호동의 약점을 파고 들었다. 고정 출연하는 MBC 에서 요즘 아이돌 그룹의 리더를 모았을 때는 젝스키스 시절 리더로서 자신의 부족했던 점을 먼저 말하며 포문을 열기도 한다. ‘초딩’ 같지만 할 말은 다하고, 예능에서 즐겁게 수다를 떨 뿐 먹고 살려고 예능을 하는 듯한 느낌은 없다. 카리스마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그 시절의 패기는 남아 있고, 그러면서도 강호동, 유재석과 모두 일할 수 있을 만큼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린다. ‘초딩’이라는 말 만으로는 부족한, 예능프로그램의 신 스틸러.

나영석: ‘1박 2일’ 시즌 1의 연출자. 나영석 PD는 ‘1박 2일’이 반복될수록 온갖 다양한 미션을 통해 프로그램을 확장시켰고, 그 사이 출연자들의 역할도 바뀌었다. 처음에는 제작진이 마련한 ‘복불복’에 시달리다시피하며 먹을 것에만 집중하던 출연자들은 어느새 제작진은 물론 여행을 떠난 지역 주민들과도 협상하고, 서로 속고 속이는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은지원은 철없는 ‘은초딩’이 아니라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작전을 만들어내는 ‘지니어스 원’으로 변했다. 단지 예능 캐릭터의 변화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젝스키스의 해체 때도, 회사 상황 때문에 “해야만 하니까 재능이나 의지가 있든 없든 최선을 다하겠다”며 영화 에 출연했을 때도 자신이 ‘총대’를 멜 줄 알았다. 젝스키스 해체 후 10여년의 시간은 자신의 원래 모습과 자신의 캐릭터를 일치시킨 기간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은지원은 ‘1박 2일’을 통해 “일반 대중과 접촉”하며 자신이 얼마나 많은 시선을 받고 있는지 새삼 알게 됐고, “아이돌 시절보다 더 조심”하며 산다. 언제나 ‘은초딩’ 같을 줄 알았던 아이돌은 그렇게 어른이 됐다.

고지용: 은지원이 해체 후 좀처럼 만날 수 없었다던 젝스키스의 멤버. 젝스키스 해체 후 고지용은 언론에서도 근황을 포착하지 못할 만큼 연예계와 거리를 두고 있다. 인기 아이돌 그룹이 해체하면 고지용처럼 연예계를 떠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또한 어떤 아이돌은 연예계에서 활동하지만 서서히 잊혀지고, 불미스러운 일을 겪기도 한다. 은지원처럼 팬들이 볼 수 있는 거리에서 안정적으로 연착륙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아이돌의 리더였고, 솔로도 제대로 해봤고, “나를 위해 살기보다 희생적으로 살아야 하는 게 결혼같다”며 결혼에 부정적인 생각을 하던 입장에서 어느덧 결혼해서 행복한 남자가 됐다. 하지만 여전히 어딘가 어른 같지 않은 ‘초딩’의 매력을 가졌다.

신소율: tvN 에서 은지원의 상대역. H.O.T.와 젝스키스 팬이 주먹을 주고받던 1997년에서 시작하는 은 마치 은지원이 그 시절의 자신과 팬에게 보내는 인사와도 같다. 은지원은 아이돌을 소재로 하는 팬픽에 대해 “당사자들은 기분 나쁠 수도 있다”고 말하고, 젝스키스 시절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출연했던 영화 의 자신에 대해 “연기 못한다”며 그의 팬인 여자친구에게 푸념을 늘어놓는다. 그러나 은 은지원의 자기 부정이 아니다. 그가 빛나는 것은 아이돌의 과거를 회고할 때가 아니라, 여전히 누군가에게 아이돌이 줄 수 있는 풋풋한 감정을 일으킨다는데 있다. 서른이 넘어도 생활에 찌든 느낌이 없는 그는 여전히 교복이 어울리고, 여자친구 앞에서는 여전히 어수룩한 표정으로 마음을 고백할 줄 안다. ‘너를 사랑해 이제 모든 시간들을 나와 함께해’라고 말하던 그 때처럼, 이 남자는 카메라 앞에서 여전히 솔직하게 “너 많이 보고 싶었어”라고 말하는 것이 어울린다. 1997년은 끝났다. 하지만 은지원은 지금도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서로 사랑한 것을 기억해 줄 수 있는 그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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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지원과 에 출연한 성동일이 나온 KBS 의 이나영이 주연을 맡은 영화 의 김기덕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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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명석 기자 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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