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슨상님, 내 참말로 이상합니더. tvN 에 나오는 윤윤제(서인국)가 갑자기 막 잘생겨 보이는 거 있죠? 살을 빼니까 확실히 턱선이 얄부리해지긴 했던데 고작 이거 때문에 잘생겨 보이는 겁니꺼? 내, 금마가 무뚝뚝한 척 하면서 은근슬쩍 시원(정은지)이 질투하는 모습에 뿅 갔다 아입니꺼? 누가 봐도 네 머스마 중에서 가장 잘 생긴 건 학찬(은지원)인데, 지는 와 윤제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리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어요. 이를 우짜면 좋습니꺼. 그냥… 윤제 좋아하지 마까요? 좋아하지… 마까요? 좋아…하지… 마까요? (부산 광안동에서 강 모군)
[Dr.앓] 왜 저에게는 <응답하라 1997>의 윤제가 없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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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희(호야)가 그냥 남자사람 친구라면, 윤제는 완전 남자, 그것도 ‘현실남친’ 스타일이죠. 시원이가 공개방송 간 사이에 군말 없이 드라마 녹화를 해준 착한 남자가 누구였죠? 시원이가 세상에서 가장 무서워하는 개구리를 들이밀어도 화 한 번 안 내고 냅다 도망만 다니던 귀여운 남자는 또 누구였죠? 시원이 입에 묻은 김칫국물을 남몰래 닦아주고 자기가 하루 종일 두르고 있던 목도리를 시원이 목에 둘러주던 자상한 남자가 누구였죠? 윤제가 이런 남자에요. 겉으로는 엄마보다 더한 잔소리꾼처럼 보이지만 늘 시원이만 바라보면서 알뜰살뜰 챙겨주고, 시원이가 다른 사람이랑 조금이라도 가깝게 붙어 다니는 것 같으면 “가시나, 돌아삐겠네”라며 혼자 끙끙대다가 결국 시원이한테 “니 준희랑 붙어 다니지 마라. 억수로 신경쓰인다”고 고백할 줄 아는 남자라고요.
[Dr.앓] 왜 저에게는 <응답하라 1997>의 윤제가 없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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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윤제가 사투리 쓰는 부산 남자라서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시면 오산입니다. 사투리로 치면 입에 모터 달아놓은 방성재(이시언)를 따라갈 사람이 없죠. 환자분이 윤제를 볼 때마다 더 멋있어진다고 느끼시는 이유는, 자기 마음속에 없는 여자한테는 절대 희망고문이나 불필요한 친절을 베풀지 않는 지조 있는 남자이기 때문입니다. 윤제가 어디 유정(신소율)이한테 살갑게 대하는 거 보셨어요? 시원이가 빨대 꽂아 먹던 커피우유는 잘도 마시면서 유정이가 커피우유를 건네자 바로 빨대 빼고 마셨잖아요. 유정이가 뭐 물어보면 단답형으로 대답하면서 시원이 앞에서는 수다쟁이도 그런 수다쟁이가 없어요. 나의 학창시절에도 한 명쯤 있었을 것 같은 평범한 남자인 동시에 막상 생각해보면 절대 없었던 것 같은 귀중한 남자인 거죠. 심지어 KBS 의 전설(서인국)이는 사투리에 애교까지 버무렸습니다. 아르바이트 좀 시켜달라고 선호(김시후)의 손을 자기 볼에 갖다 대고 콧소리를 내질 않나, 시키는 일마다 사고를 치면서도 그걸 넉살로 무마하려 했었죠. 지금 생각해도 온 몸이 간질간질 합니다. 무심한 질투, 구수한 사투리, 능글맞은 애교. 이거, 우리가 흔히 경상도 남자에게 갖고 있는 로망 3종 세트 아닙니까! 그래서 서인국이 무대에서 서울말로 노래 부를 때보다 카메라 앞에서 사투리 구사할 때가 더 멋있는 겁니다. 그나저나 시원이 남편은 도대체 누굽니꺼, 에? 윤제입니꺼, 아니면 태웅(송종호) 오빠입니꺼? 이러다 화병 날 것 같아서 그래요. 길고 긴 일주일을 또 기다릴 자신이 없어서 그란다 아입니꺼!!

앓포인트: 서인국의 [오빠는 까리한 경남 스타일]KBS 의 김전설, “내한테 완전 뻑이 간 거 같제?”
하나(윤아)가 자기 노래에 감동받아서 우는 줄 알고 “저 여자 봤나? 운다. 펑~펑 운다. 나한테 완전 뻑이 간 거 같제?”라고 착각하는 것은 기본,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이제부터 저 가시나가 내 운명의 결정체”라며 우사인 볼트를 능가하는 스피드로 앞서나간다. 경상도 남자에게 자신감이란 자존심의 또 다른 말이다. 태생을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착각을 낳고, 부피를 짐작할 수 없는 상상의 나래가 묘하게 여자를 끌어당긴다. 이게, 경남 스타일이다.

tvN 의 윤윤제, “만나지 마까? 만나지 마까? 만나지 마까?”
유정(신소율)이한테 고백 받았다는 사실을 털어놓으며 시원(정은지)이에게 결정권을 떠넘기는 비겁한 남자처럼 보이지만 이건 고백으로 고백하는 굉장히 로맨틱한 표현법이다. “(유정이) 만나지 마까?”라는 질문은 결국 ‘시원이 너를 만나고 싶다’는 고백이며, 그 질문을 세 번이나 반복하며 한 걸음씩 다가가는 행동은 시원으로부터 “만나지 마라”는 대답을 듣기 전까지는 절대 물러나지 않겠다는 선전포고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듯이, 세 번 고백해서 안 흔들리는 여자도 없다. 이것도 역시, 경남 스타일이다.

현실의 서인국, “사랑스러워 넌 나의 애기야”
둘리 춤을 추면서 ‘정말 요리 보고 조리 봐도 어쩜 넌 / 깨물고만 싶어 꼬집고만 싶어’라는 가사의 노래를 부른다고 상상해보자. 경상도 남자들이 들으면 식겁할 노래다. 정말 아기를 쳐다보는 듯한 사랑스러운 눈웃음, ‘애기야’를 연신 외쳐대는 도톰한 입술, 새벽까지 야식을 먹은 내가 안겨도 주저앉지 않을 것 같은 건장한 체격을 지닌 서인국이니까 꾹 참고 받아들일 수 있는 거다. 그러니까 우리 잉구기, 경남 스타일 버리기 있기 없기?

글. 이가온 thirte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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