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기부 / 내기부않
1. 내 기준에 부합하네 / 내 기준에는 부합하지 않네만.
2. 꺄아~스릉흔드! / 모를…정말 모를…!

나와 다른 사람의 다양한 취향을 인정하는 태도는 현대 사회 교양인의 필수 덕목으로 자리 잡은지 오래다. 특히 ‘취존(취향입니다. 존중해 주시죠?)’의 등장 이후 타인의 취향에 대한 개입이나 비판이 자신의 무례함을 드러냄은 물론 ‘싸우자!’로 발전할 위험마저 있음을 깨달은 사람들은 공개 게시판이나 커뮤니티 등에서 취향의 비무장지대를 형성하려 노력해 왔다. 그러나 순수한 개인의 취향 영역에서조차 우열을 가리거나 시비를 논하고자 하는 태도는 인류의 가장 뿌리 깊은 욕망 가운데 하나로, 특별히 선호하거나 사랑하는 대상을 언급할 때 사용하는 ‘내기부’ 즉 ‘내 기준에 부합하네’는 자신의 기준을 모든 평가의 중심에 놓는 동시에 그것이 ‘나의’ 기준일 뿐임을 명시함으로써 타인과의 마찰을 감소시키기 위한 고육지책이라 할 수 있다.

지난 6월 20일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DJ들의 외모 점수를 매겨 달라는 요청을 받은 김숙의 사례는 ‘내기부’와 그 반대말인 ‘내기부않(내 기준에 부합하지 않네)’의 좋은 예다. 이 날 김숙은 규현에게 9.5점, 유세윤에게 3점, 김국진에게는 단지 자신이 ‘개(강아지)상’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10점을 주었으나 윤종신에게는 과거 옥동자와 동점인 0점을 부여해 격렬한 항의를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제 기준이잖아요”라는 명쾌한 입장을 표한 김숙은 윤종신에게 “인터넷 쇼핑몰 남자 모델 같은 머리, 외모에 자신감 있는 사람들이 하는 스타일이 안 어울린다”며 꼼꼼한 비판 의견을 개진했다. 물론 이는 일각에서 ‘정우성 닮은 꼴’로 거론되곤 하는 윤종신의 외모에 대한 지나친 혹평이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구 70억 명이 넘는 인구 가운데 하나일 뿐인 김숙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을 뿐이라는 면에서, 개인의 심미안에 따른 평가로 인해 윤종신의 외모 본연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내 기준은 소중하고, 모처럼 그에 꼭 들어맞는 대상은 반가운 존재임이 분명하다. 다만 우리가 늘 유의해야할 것은 성별이나 인종과 같이 자신이 선택할 수 없거나 성적 지향성처럼 타인의 판단이 개입될 수 없는 영역의 경우 애초에 ‘내기부’도 ‘내기부않’도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용례 [用例]* 현재 방송 중인 드라마 주인공 중 최고의 꽃미남은?
손현주 무섭도록 내기부.

* 원더걸스 소희, 화려한 각선미 ‘다리가 예술’
다리는 안 본 걸로 치고, 스타킹 내기부않. 소희 다리 깐 거 아님. 그냥 스타킹은 내기부않이라고…

*“시조새, 교과서 삭제 안된다”… 기독교계·과학계 충돌
시조새 니기부않?

글. 최지은 f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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