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티스트 버스커버스커 vs 리얼리스트 신치림
로맨티스트 버스커버스커 vs 리얼리스트 신치림
로맨티스트 버스커버스커
평균 나이 25세, 로맨티스트 3인조다. 전라도 출신 장범준, 경상도 출신 막내 김형태, 미국 오하이오에서 온 브래드가 맏형인 버스커버스커는 순수해서 낭만적이다. 장범준은 비록 ‘얼굴 정변’을 일으킨 과거가 있지만, 아르바이트하러 간 여수 바다에서 아름답다고 느낀 포장마차와 모텔 불빛을 “이 조명에 담긴 아름다운 얘기가 있어”로 둔갑시킬 만큼 해맑은 감수성을 뽐낸다. 그 옆에는 고음 때문에 힘들어도 항상 ‘으흐흐흐’ 웃으며 베이스 치는 토끼 형태와 드럼 한 판 쉬라 해도 ‘외로움 증폭장치’에서 휘파람을 부는 브래드가 있다. 뭘 해도 즐거운 이들이기에,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벚꽃 엔딩’) 걷기만 하고, “뭐 하고 있냐고”(‘여수 밤바다’) 전화를 하며, “배드민턴 치자고 꼬셔”(‘꽃송이가’)놓고 꽃송이를 찾는 이들의 노래가 낭만적으로 들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러니 뱃살은 있되 턱선은 보드라운 사람이 좋다며 아홉 번째 척추와 오장육부, 배배 꼬인 달팽이관이 눈에 보이는 것처럼 말하는 가사는 그러려니 넘기자. 착한 생각만 하는 그들 눈에는 보일지 모르니까.

리얼리스트 신치림
평균 나이 38.6세, 리얼리스트 3인조다. 홍보, 제작, 노래를 하는 윤종신의 신, 기타치고 관객을 맡고 있는 조정치의 치, “잡일을 맡고” 있는 하림의 림을 합친 신치림의 현실주의는 곳곳에서 빛난다. 여자 친구인 가수 정인과 “결혼할 자금을 모으기 위해” 신치림을 하면서도 “이효리 만세”를 외치는 조정치는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가 “몇 년간 부은 적금통장, 눈여겨본 부동산 때문”(‘당신이 떠나지 못하는 이유’)이라고 날카롭게 진단한다. ‘없어 보임의 미학’을 추구하는 윤종신 또한 “나의 오른손 너의 왼손이 포개진 기어스틱 우린 그 밤으로”(‘너랑 왔던’)라며 낭만적인 추억을 꺼내는 듯했지만 “부어버린 너의 두 눈”을 지적하며 듣는 사람 정신을 바짝 차리게 한다. 하지만 윤종신의 작곡 속도에 맞춰 편곡하는 노예 2기 하림에 비할까. “윤종신이 기타만 잡으면 ‘곡 좀 그만 쓰라’고 화를 낸다”는 하림이 매일의 고단함을 토로하는 ‘퇴근길’을 지었다는 사실은 그야말로 ‘리얼’하다. 물론 신치림은 앨범 전곡 뮤직비디오를 공연에서 상영할 만큼 잘 나가고 있지만 가끔 휴식이 필요하다면 하림과 조정치에게 빅뱅 지드래곤 섭외라는 카드를 제안해본다. 사람은 다른 사람으로 잊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글. 한여울 기자 six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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