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는 없다. 불패의 강자들은 제 시대에 종언을 고했고, 이것은 혼돈인 동시에 기회다. KBS 의 간판 코너 ‘달인’을 종영한 김병만이 다른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역할을 모색하는 것도, ‘애정남’ 최효종이 그 바통을 이어받아 프로그램의 마스코트가 된 것도 혼란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기회를 놓치지 않은 덕분이다. 두개의 정체성을 합쳐 새로운 입지를 만들어 낸 전현무나 객석의 반응을 놓치지 않고 집요하게 파고 들어간 안영미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가 선정한 ‘올해의 엔터테이너 10인’은 그저 즐거울 뿐 아니라 각자 자신의 드라마를 만들어낸 인물들이다.

2011 텐어워즈│<10 아시아> 선정 올해의 엔터테이너 10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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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년간 김병만은 ‘달인’을 통해 도전하는 이의 숭고함을, SBS ‘키스 앤 크라이’에서는 노력하는 자의 경이로움을 세상에 보여주었다. 잘할 줄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이는 무대 아래 사람들의 기대와 보여지는 무대 사이에 김병만이 연습과 부상과 투혼이란 이름으로 쌓아올린 견고한 사다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SBS 은 그가 없으면 성립될 수 없었던 프로젝트다. 육체의 언어로 말하고 웃기고 울리는, 예능을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김병만에게 삶과 개그는 분리될 수 없는 동의어다. 그래서 ‘하면 된다’라는 무책임하고 때로는 폭력적인 말도 ‘달인’ 김병만 선생을 만나면 삶을 긍정하는 아름다운 시어가 된다.
2011 텐어워즈│<10 아시아> 선정 올해의 엔터테이너 10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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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PD의 역할은 판을 만들어주는 것이었고,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러나 KBS ‘1박 2일’의 나영석 PD는 카메라 뒤에서 팔짱을 낀 채 지켜보지 않고 기꺼이 자신을 그 판에 내던졌다. 힘든 곳은 절대 가지 않는다는 뺀질뺀질한 캐릭터는 단순한 장소 정하기마저 흥미로운 게임으로 만들었고, ‘스태프 80명 입수’라는 승부수는 현장에 새로운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이승기와 이수근이 리드하고 엄태웅이 카이저소제로 빵 터뜨리는 동안, 나영석 PD는 출연자들이 미처 채우지 못한 곳곳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전방위로 뛰어다녔다. MC몽과 김C에 이어 강호동까지 자리를 비워도 ‘1박 2일’이 여전히 건재한 데에는 멀티플레이어 나영석 PD의 공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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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의 우승팀은 옹달샘(유세윤, 장동민, 유상무)이었지만 이 프로그램에서 못지않은 대중적 파급력을 보여준 팀은 안영미, 김미려, 정주리의 아메리카노였다. 특히 ‘Go Go 예술 속으로’ 시절부터 갈고 닦은 연기력으로 ‘여배우들’의 “아이야↘”라는 한 마디 대사만으로도 ‘연극계 대모’의 존재감을 완성했던 안영미는 ‘내겐 너무 벅찬 그녀’에서 마성의 폭주족 김꽃두레를 창조하며 시청자들을 단번에 압도했다. 깡마른 체격에 민소매 티셔츠, 눈동자를 불안하게 희번덕거리며 “우리 집에 불났대요. 바퀴벌레 올 킬! 오 예!”나 “가안디(간디), 완전 말랐어. 완전 섹시해. 간디 작살!” 따위의 허세 대사를 느릿하게 읊조리는 김꽃두레는 예리한 관찰력과 비범한 표현력이 만나 탄생한 전무후무한 캐릭터였다. 무엇보다 이 ‘오빠’라 부르고 싶은 언니의 카리스마는 “할리라예~!” 한 마디에 실제 있지도 않은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의 환영마저 보게 만들 정도니, 안영미는 정말 간디 작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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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기대하든 그 이상을 보여주었다. 엔터테이너로서 유세윤의 재능은 이미 검증되었다. 하지만 그는 우리가 그의 능력에 기대하는 것보다 항상 한 뼘 더 멀리 뛰었다. MBC ‘무릎 팍 도사’에서는 언제나 흐름을 읽고 필요할 때 치고 빠지는 ‘건방진 도사’였고, 에서는 상황의 재미를 배가시키는 연기력으로 무장한 ‘옹달샘’이었으며, 얼토당토않은 ‘개드립’도 수긍하게 만드는 Mnet 의 ‘정체성 그 자체’다. 무엇보다 유세윤은 현재진행형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UV’다. 시스템 안과 밖을 넘나들며 대중을 기대하게 하고, 그 기대를 태연한 얼굴로 폴짝 뛰어넘는 인물. 그리고 유세윤이 날아오른 하늘에 예능의 새로운 지형도가 그려지고 있다.
2011 텐어워즈│<10 아시아> 선정 올해의 엔터테이너 10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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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은 여전히 최고의 예능이고 ‘런닝맨’은 드디어 궤도에 올랐지만, MBC 와 KBS 는 작년의 성취를 계승하지 못하거나 뒷걸음질 쳤다. 굳이 플러스, 마이너스로 산술계산을 한다면 유재석은 올해 제자리에 머물렀다. 하지만 그가 지금보다 더 빨리, 멀리, 달렸어야 한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 심지어 그는 단지 혼자 뛰는 레이서가 아니라 “유재석이란 글자 안에는 저희 여섯 명이 다 포함되어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라는 정형돈의 말처럼 다른 이들을 끌어주고 밀어주는 페이스메이커이기도 하다.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치고 느려졌지만 여전히 예능 레이스의 최선두에는 유재석이 있다. 이정도면 얼마나 죽을힘을 다해 뛰었는지 알만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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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라디오 스타’의 깐족 담당, MBC ‘나는 가수다’에서 ‘40대 샐러리맨의 회식용 목소리’라고 평가받은 신입 MC, Mnet 에서 격정의 댄스도 불사하는 심사위원, 의 윤 레논, Mnet 에서 예쁜 후배의 라이브를 만끽하는 진행자, 라임-라익-라오 세 아이의 아빠, 트위터미투데이 유저, 발행자 겸 편집자. 올 한 해도 윤종신의 부지런함을 증명하는 것은 이 수많은 이름들이다. 91년 MBC 라디오 의 DJ로 진행의 길을 걷기 시작한 이래 꾸준히 예능과 음악 양다리를 걸쳐 온 그는 두 분야를 자유롭게 오가며 예능의 보편적 즐거움과 음악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실어 나르는 전령이기도 하다. 심지어 나날이 발전하는 패션과 헤어스타일은 그가 점점 정우성을 닮아가는 듯한 착시 현상마저 일으키고 있으니, 이래서 남자의 미모는 성공으로부터 비롯된다 하였던가.
2011 텐어워즈│<10 아시아> 선정 올해의 엔터테이너 10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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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여전히 엄마들의 로망이다. 대한민국 50세 이상 여성이라면 이승기의 “어머님~” 한 마디에 절로 미소와 홍조를 띄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요즘 젊은 것들’의 무심함과 무례함을 못마땅해 하던 어르신이라면 짜장면을 먹다가도 1년 반 전 촬영 중 만났던 곡성군 이장님을 알아보고 맨발로 달려 내려가 포옹하는 살가운 예의에 괜히 흐뭇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반듯하고 쾌활한 이미지만으로 한 해를 더 버티기엔 예능은 험난한 정글이다. 일본 활동 준비로 SBS 과 ‘1박 2일’ 하차를 고민하던 그는 폭풍 같은 만류의 목소리에 결국 자리를 지켰고, 강호동의 잠정 은퇴로 어깨는 한층 더 무거워졌다. 그러나 십 수 명 게스트를 꼼꼼하게 챙기며 흐름을 이어가는 순발력과 적절한 너스레, 프로그램 안에서 자신의 캐릭터를 파악하고 활용하는 센스를 보여준 이승기는 겨우 스물다섯의 나이에 가장 믿을 만한 단독 MC로도 인정받았다. 다만, 엄마_이건_이승기예요.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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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의 단독 게스트에 이어 의 ‘4단 고음’으로 화제가 됐던 2주를 전현무는 “나에 대한 호감지수가 코스피 2000선을 돌파하듯 팍~ 쳤던 시기”라고 불렀다. KBS 아나운서로 입사해 예능 MC를 목표로 삼았던 전현무는 이미 다른 예능인에 비해 출발선부터 불리했다. 그러나 전현무는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악플에도 흔들리지 않았으며, 결국 자신이 하고 싶은 것과 대중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의 간극을 좁혀나갔다. 게스트 5회 출연 끝에 200회 특집 일일 MC를 맡았고, 목욕탕에서 목이 터져라 7단 고음을 부르짖은 결과 아이유의 컴백무대에서 ‘삼촌’을 함께 불렀다. 그렇게 전현무는 자신에게 등 돌린 사람들을 설득했고, 웃겼고, 결국 내 편으로 만들었다. 이건 자기 확신의 승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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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의 척도가 광고라면, 틀림없이 2011년은 정형돈에게 생애 최고의 해였다. 그러나 돌이켜 보건대, 안에서 그가 보여준 모습들은 예년과 크게 달라진 바 없었다. 여전히 노래를 못했고, 때때로 진상을 부렸다. 조인성을 만나 어색했으며, 정재형에게 건방졌다. 그런데 그 모든 상황이 웃겼다. 오랜 시간 퇴적되어 온 캐릭터들은 비옥한 토양이 되어 완성형의 정형돈을 출격 시켰고, 자신감이라는 마지막 조각을 손에 쥔 그는 그저 물때를 맞은 배처럼 노 저어 나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러니 ‘도니도니 돈까스’에서 주목할 것은 정형돈의 장사수완이 아니라 이제 ‘도니’라는 애칭 자체가 뚜렷한 캐릭터로 기능한다는 점이다. 역시 뿌리 깊은 나무가 미친 존재감을 발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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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용석 국회의원의 고소 건이 아니었더라도 최효종은 올해 에서 가장 웃기고 날카로운 개그맨이었다. 최효종은 결혼 축의금을 내거나 맞선 자리에서 진상남을 만나게 되는 익숙한 상황을 개그 소재로 삼되 그 안에서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지점을 파고들었다. 그리고 ‘사마귀 유치원’에 이르자 최효종의 디테일한 관찰력은 사회적 이슈로 영역을 넓혀나갔다. 그의 개그는 일요일 밤을 지나 한 주 내내 대화의 소재가 되었고, 개그계를 넘어 한 정치인을 쫄게 만들었다. 중요한 건, 최효종이 그 와중에도 무대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고 앞으로도 시사 개그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인정할 수밖에 없는 올해의 ‘물건’ 아닌가.

글. 최지은 five@
글. 윤희성 nine@
글. 김희주 기자 fifteen@
글. 이가온 thirte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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