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범 : 2000년 – 의 양아치
2010년 – 의 검사
양아치에서 검사로, 20대에서 30대로. 그 사이 젊지만 능숙했던 배우의 10년.
류승범
류승범
조근식 : 류승범의 첫 영화 주연작 의 감독. 류승범은 엄청난 실력으로 소문난 고교 ‘짱’을 연기했다. 류승범은 당시 영웅처럼 묘사되던 ‘짱’ 또는 조폭 대신 아이들 코 묻은 돈이나 뺏고, ‘짱’을 뺏기면 다들 자신을 외면할까 두려운 소심한 고교생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를 통해 잘난 것 하나 없는 양아치의 일상이 영화에 등장했고, 캐릭터의 현실성은 영화의 배경인 1980년대의 현실까지 그대로 가져왔다. 데뷔 2년여 만에 새로운 스타일의 캐릭터를 자기 것으로 만든 젊은 배우의 등장. 하지만 그는 고교 시절 자퇴를 하고, 17살부터 혼자 살기는 했지만 학교에서는 그저 만사 귀찮은 학생일 뿐이었다고. 실제로 당시 “연기의 청소년”이었다는 그는 중요한 격투 신에서 떨리는 감정을 표현할 방법을 찾다 몇 시간씩 얼음을 껴안기도 했다. 의 연기는 자신의 경험을 재현한 것이 아니었다. 다만 그는 본능적으로 연기를 잘 하는 배우의 싹을 보여줬을 뿐이다.

서태지 : 류승범이 학창시절 열광했던 뮤지션. 형 류승완이 의 출연을 제안하자 “음악은 서태지에게 맡기고 영화계에 투신한다”고 하기도 했다. 자퇴 후 그는 나이트클럽 DJ로 활동하며 춤과 음악에 빠졌고, 류승완도 지하철역의 대형 유리에서 혼자 춤을 추며 연습하는 동생의 모습에 반했다고. 그러나 정작 류승완은 “연예계에 대한 환상을 깨라”며 동생을 출연시켰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10여년 동안 30여 개의 직업을 전전하던 그에게는 동생의 진로가 늘 걱정이었던 듯. 그러나 류승범은 오히려 현실 속의 양아치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한 느낌으로 마치 다큐멘터리와도 같았던 의 거칠고 생생한 톤을 그대로 소화해냈다. 첫 작품으로 영화계의 센세이션을 일으킨 형과, 서태지가 데뷔한 것과 같은 나이에 기존의 청춘 배우들과는 전혀 다른 연기로 사람들을 놀라게 한 동생의 등장.

황정민 : 여러 편의 영화에 함께 출연한 배우. 에서 친해져 당시에는 차가 없던 황정민이 류승범의 차를 얻어 타고 다니며 붙어 다녔다고. 황정민은 “질투난다”고 할 만큼 류승범을 아낀다. 시절에는 대본도 안 외우고 자기 느낌대로 연기를 할 만큼 연기에 타고났고, 때론 자신보다 더 어른스러워 보일 만큼 철이 들었다는 것. 류승범 역시 “난 나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만 만난다. 해 되는 사람을 만나 시간 허비할 건 없다”며 황정민을 비롯한 여러 선배들과 어울리길 좋아한다. 에서 형들보다 나이트클럽 상황을 잘 알고, DJ하길 좋아하는 웨이터의 모습은 자신의 일부였던 셈. 황정민과 함께한 에서도 그는 어린 나이에 마약 조직에 깊숙이 몸담았지만 누구보다 즐기며 산다. 청춘스타의 작품 대신 ‘형’들이 놀만한 작품들을 통해 경력을 쌓은 셈. 는 22세에, 은 26세에 발표했다.

노희경 : 류승범이 출연한 SBS , KBS 을 집필한 작가. 에서 죽어갈 때의 허망한 표정을 보고 에 그를 캐스팅했다. 노희경의 바람대로 류승범은 에서 거칠지만 가족에 대한 정이 있고, 유쾌하지만 공부하는 형을 대신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소년의 그늘을 멋지게 표현했다. 이 때 류승범은 스타덤에 올라 CF를 찍었고, 자신 있게 “폼생폼사는 아니지만 버는 만큼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너무나 행복해 “늙는 게 두려워 불로초라도 먹고 싶다”던 화려한 시절. 그러나 은 달랐다. 20여살 많은 여성을 사랑하는 대기업 신입사원은 류승범이 “어려웠다”고 말할 만큼 그가 연기하던 배역과 달랐고, 처음으로 대본을 파고들며 캐릭터를 분석해 연기했다. 그러나 대중이 그를 “웃긴 놈”의 이미지로 바라보는 것이 괴로웠다. SBS 를 찍을 때는 급하게 돌아가는 드라마의 제작 시스템이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앞만 보고 나가던 젊은 배우의 연기 사춘기.

공효진 : 류승범의 연인. 에서 연인으로 출연하며 서로 “예전과 다른” 감정을 느꼈다고. 공효진은 류승범이 “13살과 33살을 모두 보여주는 사람”이고, “일을 안 할 때면 내 삶의 대부분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류승범은 “효진이 만나 사람됐다”고 말한다. 공효진은 “평생 라이벌”이라고 할 만큼 “강렬한 끼”를 가진 류승범의 재능을 부러워하고, 류승범은 “평범한 사람이 없는 세상에 평범한” 공효진의 모습이 좋다고. 하지만 두 사람은 가끔 공식행사에 함께 모습을 드러내는 것 외에는 연인 관계를 과시하거나 하지 않는다. 그만큼 연인 관계라는 사실이 대중에게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두 사람이 어떻게 연애하는지 보고 싶다면 잠시 결별했던 시절 두 사람이 출연한 을 보자. 헤어졌는데도 공효진의 요청에 류승범이 영화 속 옛 연인으로 출연하고, 연인의 집에 있는 자신의 물건을 일일이 챙기는 남자의 모습은 오랜 연인관계만이 보여줄 수 있는 현실성이다.

최민식 : 에 함께 출연한 배우. 자기 앞에서 무조건 연기만 하겠다는 다른 후배들과 달리 “다 해보고 뭐가 안 좋은지 알고 안 하겠다”는 류승범의 모습에 그를 좋아하게 됐다. 류승범의 연기를 보며 “나는 저 나이 때 저랬나”하는 생각을 했다고. 하지만 최민식은 권투를 소재로한 에서 몇 개월 동안 하루 4시간씩 훈련을 소화하며 10kg을 감량해 노장 권투선수로 거듭났다. 류승범이 이 모습에 자극 받은 건 당연한 일. 최민식과의 권투 시합에서는 실제로 서로를 가격할 만큼 치열했고, 권투를 시작하는 계기가 된 소년원에서 고난이도의 훈련을 받는 모습을 컷 없이 그대로 보여줄 수 있었다. 그는 웃음기를 싹 뺀 모습으로 와 같은 불안하고 어두운 청춘을 연기했고, 날 것처럼 거칠고 생생한 연기는 그의 매력이 무엇인지 깨닫게 한다. 자신이 가장 먼저 시작한 스타일의 캐릭터를 더 발전한 연기로 완성한 류승범의 한 시절. 류승범은 발표 당시 자신의 최고작으로 를 꼽았다.

정두홍 : 류승범이 출연한 , 의 무술 감독. 정두홍은 류승범의 다른 선배들이 그러하듯 “인생 이야기를 하면 굉장히 성숙한” 그를 좋아하게 됐고, 액션배우로서 그의 역량을 높이 평가한다. 배우가 되기 전 춤을 춘 그의 리듬감은 류승완 감독의 말대로 “동작의 쾌감”을 준다. 또한 모든 액션에서 동작의 이유를 찾는 류승범의 액션은 캐릭터의 감정을 액션을 통해 전달한다. 그 점에서 은 도인들에게 무술을 배운 고수가 활약하는 슈퍼 히어로물이기도 하지만, 억눌렸던 소시민이 무술로 감정을 분출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류승범은 “(영화에서) 멋있는 싸움을 하지 않는다. 절실하고 생명을 건 싸움을 하는 쪽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무슨 장르의 영화에서든 그가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를 폭발적인 에너지를 담고 있는 이유. 또한 그는 최민식, 황정민, 안성기, 정두홍 등과 함께 하며 20대에 액션, 코미디, 멜로, 사회 풍자극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찍었다. 말 그대로 고수의 내공을 물려받으며 고수가 되길 준비한 청년.

김주혁 : 영화 에 함께 출연한 배우. 그는 방자가 아니라 이몽룡을 연기했다. 또한 에서는 일제강점기에 미국에서 돌아온 라디오 드라마 PD였고, 에서는 환경운동을 위해 토막 살인범을 연기했다. 이 작품들에서 류승범은 “감독의 디렉션대로 꼼꼼하게 채우고 캐릭터를 만들”었다. 에서 건조하고 지친 듯한 목소리로 방송을 이끌거나, 에서 어떤 감정도 드러내지 않고 평이한 목소리로 설경구를 위기로 몰아넣는 모습은 류승범에게서 볼 수 있는 새로운 모습이었다. 특히 방자와 춘향이 사이에서 모든 일을 꾸며내는 음흉한 남자의 불길한 에너지는 류승범의 또 다른 발전이라 할만 했다. 세상물정 모르고 덤비던 양아치가 어느덧 세상사 다 꿴 느물느물한 관료로 변했다. 그리고 류승범도 한 단계 다른 배우가 되기 시작했다.

류승완 : 류승범의 형. 지금까지 거론된 류승범의 출연작 중 상당수를 연출했다. 그러나 두 사람이 함께 한 는 그들의 전작들과 다르다. 류승완은 자신의 특기인 액션을 최대한 줄인 채, 다른 이의 시나리오를 받아들이면서 보다 폭 넓은 이야기를 유연하게 보여준다. 또한 류승범은 부패한 검사를 기존의 권위적인 모습으로 소화하는 대신 지극히 속물적인 느낌으로 연기한다. 그의 연기를 통해 검사는 현실의 검사-기업인 스캔들 안에서 살아 움직이는 인물이 됐다. 자신이 가지던 에너지로 연기를 하던 그는 에서 대본에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되, 그 안에서 자신의 느낌을 살짝 남기는데 이르렀다. 그건 그가 인상 깊게 읽었다는 데니얼 데이 루이스의 인터뷰처럼 “캐릭터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나란 인물에서 불필요한 부분만 제거”하거나, 어떤 경지로 가는 단계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게 형제는 데뷔 10년 사이에 변했고, 성장했고, 더 넓어졌다. 그리고 류승범은 올해 딱 서른이다.

Who is next
류승범이 출연한 뮤직비디오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를 부른 리쌍이 피처링한 ‘애주가’를 부른 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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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윤종신김종국최지우휘성박찬호이효리장서희최양락다니엘 헤니이수근권상우소지섭이민호최명길정형돈김남주박진영손담비김태원신해철송강호김아중김옥빈이경규김혜자고현정원빈이승기닉쿤지진희박명수김혜수신동엽현빈윤은혜G드래곤하지원타블로김C유승호양현석강호동김태희김연아장동건장근석김병욱 감독정준하손석희정보석고수이병헌이수만김현중김신영장혁김수로이선균신정환김태호 PD강동원송일국노홍철조권김제동문근영손예진김수현 작가하하이미숙전도연유영진강지환김구라박지성탁재훈오연수최민수유재석유진크리스토퍼 놀란이하늘신민아장미희이휘재믹키유천조영남송승헌엄태웅안내상이승철김성근 감독유아인토니 안 – 류승범

글. 강명석 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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