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근우의 10 Voice] MBC, 넌 내게 상실감을 줬어
[위근우의 10 Voice] MBC, 넌 내게 상실감을 줬어
지난 9월 한 달이 한국 엔터테인먼트계의 악몽과도 같은 시간이었다면, 앞으로 올 11월은 공영방송의 악몽이 될지도 모르겠다. 지난 28일 MBC가 발표한 2010 가을개편안에 따르면 , 등 시사 교양 프로그램들은 폐지되고, 와 같은 오락 프로그램이 신설된다. 물론 단순히 이것만으로 방송의 공영성이 훼손됐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만약 MBC에 폐지 프로그램 외에도 시사 프로그램이 충분히 많아서 이번 개편을 통해 시사에 대한 시청자의 만족도를 약화시키지 않으면서도 오락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면, 그래서 경제학에서 말하는 소위 완전효율에 이른다면 이는 오히려 환영할 일이다. 그렇다면 개편 이후 시사 프로그램이라고는 < PD 수첩 >과 만 남게 될 이 상황은 완전효율에 가까울까? 공영방송에 꼭 필요한 시사 교양 프로그램의 개수 혹은 퍼센티지를 수학적으로 계산해낼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이 개편안을 보며 직관적인 상실감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 비대위 특보에 공개된 MBC 김재철 사장의 발언을 보면 이러한 상실감이 착각은 아닌 것 같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처럼 시청률부터 올리고 난 뒤에 공영성을 생각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그의 말은 이번 개편안이 공영성을 어느 정도 포기한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중요한 건 그 포기가 단순한 포기냐, 아니면 이보 전진을 위한 필연적인 일보 후퇴냐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개편안이 제기하는 진정한 문제는, 과연 방송의 공적 책임과 방송사의 시장경쟁력은 어떤 식으로 조화를 이루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공영 방송이 공영 방송일 수 있는 근거
[위근우의 10 Voice] MBC, 넌 내게 상실감을 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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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개편안이 나오기 며칠 전, 케이블업계가 지상파 재전송을 하지 않겠노라 선언한 것은 흥미로운 우연이다. 잘 알려졌듯, 이 사태는 방송 3사가 케이블업계의 지상파 재전송에 대해 독점 중계권 침해라고 주장하며 벌어졌다. 그 타당성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어쨌든 그 근거는 케이블이 방송 3사의 지상파 방송을 ‘재전송’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이들 방송사가 공공재인 지상파 주파수를 할당 받았기에 가능한 주장이다. 즉, 방송시장에서 그들은 기본적으로 여타 케이블 방송사보다 훨씬 유리하면서도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으며 그것이 용납되는 것은 공공성의 의무 때문이다. 다시 말해 그들은 공적 책임을 다한다는 전제 안에서 강력한 시장경쟁력을 얻고 있다. 이 두 가지 요소는 조화를 이루어야 하지만, 분명한 건 공적 책임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그들에게 주파수가 할당되고, 혹 케이블을 통해 재전송되더라도 5, 7, 11이라는 채널 번호를 유지하며 계획 시청을 유도할 수 있는 건 그래서다. 그래서 공중파다. 만약 어떤 기업이 건강한 먹을거리를 만든다는 전제 하에 정부로부터 독점적 유통망을 보장받은 뒤, 시장경쟁력을 위해 ‘잠시’ 중국산 김치를 쓴다면 그것을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로 받아들여줄 수 있을까. 그들이 그토록 좋아하는 시장과 경쟁의 논리대로라면 그 기업의 독점적 지위를 빼앗고 새로운 기업들에게 해당 유통망을 얻기 위한 경쟁을 시키는 게 옳지 않을까.

김재철 사장의 말대로 곳간에서 인심이 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풍족할 때 더 인심을 쓸 수 있다는 것이, 빈곤할 때 인심을 버리는 걸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가장 기본적인 오류다. 방송‘사’로서 기업으로서의 MBC가 이윤 추구를 위해 여러 자구책을 내는 것은 박수 보내 마땅한 일이지만 그것은 방송으로서의 공적 책임을 다한다는 전제 위에서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정말 미안한 얘기지만 Mnet 의 성공에 부랴부랴 만든 듯한 같은 기획이 과연 보다 높은 시청률을 얻을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다.

글. 위근우 e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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