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넌 내게 반했어>│21세기 우리들의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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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할 때 연초록에 중점을 많이 뒀는데, 배우들도 그런 색깔을 갖고 있다.” 표민수 감독은 MBC 를 색깔로 정의했다. 23일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공개된 뮤직드라마 형식의 예고편은 스토리를 장황하게 설명하는 대신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시각적으로 보여줬다. 파란색 재킷을 입고 하얀 이어폰을 낀 채 자전거를 타는 이신(정용화)과 눈을 감고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을 온 몸으로 느끼는 이규원(박신혜)의 표정만 봐도 그들이 파릇파릇한 청춘임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는 표민수 감독의 표현을 빌리자면 “맑은 드라마”다.

캠퍼스, 청춘, 예술 그리고 꿈. 예술대학교 학생들이 모여 학교 100주년 기념 공연을 만들어간다는 는 얼핏 대학교판 처럼 보이지만, 포장지만 비슷할 뿐 내용물은 확연히 다르다. “에서는 노래와 춤이 중심이었다면 는 국악과 실용음악의 조화”라는 박신혜의 설명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단지 장르의 차이만으로 설명하기엔 뭔가 부족하다. 에서는 오직 한 명만이 K가 될 수 있었고, 그 안에서 교사는 가르치고 학생은 배우는 존재였다. 그러나 의 교정은 경쟁도, 경계도 없는 공간이다. 100주년 기념 공연은 다함께 만들어가는 꿈이며, 교수와 학생들은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청춘”(표민수 감독)이자 “야구에서 투수가 어떤 공을 던져 타자를 잡을지 고민하는 3회 초”(박신혜)의 시기를 겪고 있는 불완전한 존재들이지 누가 누구를 가르치는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다.

청춘, 그리고 함께한다는 것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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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 ‘불완전함’이라는 것은 재능이 아니라 인간적인 성숙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신은 타고난 기타신동이고 이규원은 국내 판소리 3대 명창인 할아버지의 끼를 물려받았으며 김석현 교수(송창의)는 브로드웨이까지 진출한 능력 있는 연출가지만, 그들 모두 자신이 하고 있는 예술이 최고이자 유일한 것이라 여기는 존재들이다. 그런 예술가들이 모여 하나의 공연을 완성한다는 건, 20년 넘게 자신을 감싸고 있던 알을 깨고 나오는 것만큼이나 힘겨운 과정이다. 하지만 아프니까 청춘이고, 청춘이기에 이 모든 과정이 아름다운 것이다. 20대 이신과 이규원의 서툰 로맨스, 30대 김석현과 정윤수(소이현)의 가슴 아픈 사랑 할 것 없이 모두 “풋풋한 첫사랑의 느낌”(소이현)으로 묘사하려는 것도 ‘뭘 해도 한창 좋은 때’라는 사실을 부각시키기 위함이다. 이 빛나는 시절은 KBS , , SBS 등을 연출했던 표민수 감독의 손을 거쳐 현실과 판타지가 적절히 섞인 모습으로 표현될 예정이다. 때로는 처럼 아기자기하게, 때로는 처럼 디테일하게.

아무리 가 드라마틱한 스토리보다 아름다운 영상미를 내세우지만, 첫 주연작에 도전하는 정용화를 비롯해 박신혜, 송창의, 소이현 등 젊은 배우들이 작품의 무게중심을 지탱하고 있다는 점은 사실 우려되는 부분이다. 정용화의 “민혁이랑 같이 하면 혹시 씨앤블루 느낌이 나지 않을까, 신혜랑 같이 하면 혹시 SBS 처럼 보이지 않을까”라는 고민도 앞으로 가 짊어져야 할 과제다. 그럼에도 한 가지 다행스러운 건 주연 배우들이 이미 예술을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정용화는 밴드 씨앤블루에서 보컬과 기타를 맡고 있는 뮤지션이고, 송창의는 바로 옆에서 공연 연출가들의 애환을 지켜봐 온 뮤지컬 배우다. “실제 배우들이 하고 있는 노력을 드라마로 만들었다”는 표민수 감독의 말처럼, 주연 배우들은 음악을 하고 연기를 하고 무대에 오르면서 자연스럽게 체득한 것들을 이번 작품에 자연스럽게 녹여낼 것으로 보인다. 복수와 돈으로 점철된 수목극 사이에서, 과연 의 싱그러운 꿈은 시청자들의 답답한 가슴을 시원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까. 오는 29일 밤 9시 55분, 첫 번째 꽃봉오리가 열린다.

글. 이가온 thirteen@
사진. 이진혁 el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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