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석의 100퍼센트] 당신은 옥주현을 받아들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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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주현은 MBC 의 ‘나는 가수다’에 출연했다. 그리고 노래를 불렀다. 그것 뿐이다. 하지만 옥주현은 ‘나는 가수다’왜 관한 근거 없는 루머의 주인공이 됐다.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는 실시간으로 자신에 대한 비난을 접했다. ‘나는 가수다’의 1위를 하며 비난은 사그라 들었다. 하지만 논란은 계속된다. 첫 등장한 가수에게 무대에 6, 7번째로 오를 수 있도록 한 룰 개정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고, 옥주현이 ‘천일동안’을 부를 때 나온 한 관객의 영상이 BMK와 똑같다는 점에서 편집 조작 의혹을 받았다. 옥주현은 두 사건의 가장 큰 수혜자로 지목된다. 이 논란의 책임은 제작진에게 있다. ‘리얼’과 ‘경쟁’이 핵심인 ‘나는 가수다’에서 룰 개정은 작은 것이라도 민감할 수 있는 문제다. ‘나는 가수다’의 연출자 신정수 PD는 룰 개정의 당위성에 대해 시청자에게 충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역시 룰 개정을 적용 받은 JK 김동욱은 4위였다. 옥주현은 한 포털 사이트에서 수만 명이 참가한 투표에서도 1위였다. 무대 순서가 순위를 바꿀 만큼 중요한 것이라면, ‘나는 가수다’는 애초에 실력보다 운이 더 중요한 쇼일 뿐이다. 편집 문제는 신정수 PD의 주장대로 단순 실수일 수도 있다. 화면에 어떤 관객이 잡혔든, 옥주현의 ‘천일동안’에 감동 받은 사람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룰 개정과 편집 문제가 논란이 되는 건 둘 중 하나다. ‘나는 가수다’가 ‘재도전’이 아닌 무대 순서 정도의 룰 개정에도 민감할 만큼 순위가 중요한 쇼거나, 옥주현의 노래가 1등을 할 만큼 많은 사람들이 감동했다는 것 자체를 부정하거나.

어느새 무림 고수들의 전시장이 되어버린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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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수다’, 또는 이 쇼에 대한 어떤 대중의 모순이 여기 있다. 전 연출자인 김영희 PD는 “경쟁이 더 좋은 무대를 만들 것”이라면서도 “순위가 의미 없을 만큼 좋은 가수들의 무대를 대중에게 알리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경쟁으로 오락성을 극대화하지만, 모두가 경쟁과 상관없이 행복할 거라는 모순. 하지만 뮤지션들은 동료의 탈락에 큰 충격을 받았고, ‘재도전’은 이 모순을 해결하려는 극단적인 선택이었다. 신정수 PD의 ‘나는 가수다’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했다. 경연이 두 번으로 늘어났고, 한 번의 무대는 가수들이 부르고 싶은 노래를 골라 최대한 후회 없는 무대를 하도록 했다. 카메라는 가수의 대기실과 연습실, 무대 바깥을 담으며 가수들이 노래를 만들기까지 겪는 고통과 스트레스를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신정수 PD는 가수들의 노래를 가히 신성시 했다. 김영희 PD 시절보다 더 감동하는 관객의 클로즈업이 더 많이 나오고, 노래 사이에 매니저와 동료 가수들의 찬사가 쏟아진다. 신정수 PD는 가수들이 어떤 곡이든 1주일 내에 완벽하게 소화하는 노래 기계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줬다. 하지만 가수와 노래를 너무나 경외하며 이 쇼가 가수들의 노래를 평가하고 순위를 매긴다는 사실을 잊었다. 아무리 컨디션이 나쁜 가수의 노래라 하더라도 그에 대한 아쉬운 목소리는 쇼 어디서도 들을 수 없다. 가수의 고통이 어마어마한 무엇을 끌어낸다. 신정수 PD의 말대로, ‘나는 가수다’는 ‘신들의 전쟁’이 됐다.

임재범의 센세이션은 ‘나는 가수다’의 이런 태도와 맞닿아 있다. 윤도현을 ‘베이비’로 만들어 버릴 만큼 엄청난 경력과 굴곡 많은 개인사는 그의 파격적인 무대와 결합해 ‘나는 가수다’를 가히 무협 소설에나 나올법한 절대 고수들의 장으로 만들었다. ‘나는 가수다’의 무대를 “운명”이라 말하며 임재범이 남진의 ‘빈잔’을 전위적인 분위기로 재해석한 뒤 가수들의 편곡이 더욱 파격적이고 드라마틱하게 변한 건 우연이 아닐 것이다. 김범수는 ‘늪’을 헤비메틀로 바꿨고, 김연우는 ‘나와 같다면’에서 갑자기 노래를 끊은 뒤 목소리를 폭발시켰다. 이소라는 ‘나는 가수다’에 대해 “다른 무대와 다르다”고 말했고, 가수들은 무대를 내려오면 쓰러지기 직전이 됐다. 가수들 간의 긴장은 전보다 완화됐지만, 만장일치의 감동 외에는 허락되지 않을 것 같은 신들의 무대에 대한 부담은 더욱 커졌다.

신들의 전쟁, 인간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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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옥주현은 애초에 신들의 무대를 경외하는 어떤 대중들에게 배척의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김영희 PD가 사전에 옥주현을 섭외 했는가의 여부와 별개로, 옥주현은 신정수 PD에게 필요한 카드다. 방송 재개 한 달여 만에 가수들은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무대를 위해 20년 가까이 유지한 창법을 바꾸며, 목이 쉬기도 한다. 신정수 PD가 라디오 방송을 통해 가수들을 바꾸고 새로운 시즌을 시작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친 건 이런 현실적인 문제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이돌 출신에 기존 가수들에 비해 대중적으로 가창력을 인정받지는 못했던 옥주현이 성공적으로 ‘나는 가수다’에 정착한다면, 출연가수들의 폭도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나는 가수다’는 한 달 사이 ‘신들의 전쟁’이 됐고, 많은 대중은 그 점에 열광했다. 옥주현은 이 세계에 끼기엔 너무나 현실과 가까웠다. 옥주현이 노래를 못하면 흥을 깨고, 잘하면 신화화된 경연이 인간의 땅으로 내려온다. 어느 쪽이든, ‘신들의 전쟁’을 즐기던 사람에게는 마땅치 않은 결과다.

신정수 PD가 옥주현을 출연시키고자 했다면 가수들이 고통 속에서 노래를 창조한다는 사실을 알리는 동시에, 그럼에도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음도 알려야 했다. 임재범의 ‘너를 위해’는 임재범의 복귀만으로도 감동적이었지만, 그의 목소리는 예전만큼 파워풀하지 못했고, 음정이 안 맞기도 했다. 지금 ‘나는 가수다’는 투표로 가수들의 순위를 매기지만, 정작 노래에 대한 비평적인 코멘트는 불가능한 쇼다. 옥주현의 출연은 연출자와 팬들 모두 밝히지 못했던 이 딜레마를 드러낸 셈이다.

‘나가수’를 대하는 우리들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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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가수다’와 옥주현에 관한 논란은 지금 가요계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한 편에서 음악은 하루의 실시간 차트에 오르고 사라지는 소비품이다. 다른 한 편에서는 목숨을 걸고 불러야 할 만큼 신성시될 존재다. 그러나 이 신 같은 가수들은 MBC 와 SBS 이 폐지된 끝에 ‘나는 가수다’를 찾았다. ‘나는 가수다’의 가수들이 현실 속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존재였다면, ‘나는 가수다’는 만들어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물론 그들을 ‘나는 가수다’를 통해서만 봐도 상관은 없다. 다만 그럴수록 ‘나는 가수다’에 출연할 수 있는 가수들은 줄어들고, ‘인간’인 그들은 고통 속에서 음악을 짜내다 기진맥진 할 수도 있다. 결국, 음악은 현실로 들어오지 못할 것이다. 옥주현을 받아들이겠는가. 또는 노래가 절실한 가수라면 ‘나는 가수다’에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가. 그것은 당신이 음악을 받아들이는 자세이기도 할 것이다.

글. 강명석 기자 two@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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