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모: “7명 중에 7등한 김건모입니다”
– MBC <우리들의 일밤>의 ‘나는 가수다’에서



박미경: 김건모와 서울예대 국악과를 함께 다닌 가수. 어머니에 따르면 “어찌나 울음소리가 높은지 비명소리처럼 들렸”고, 4살 때 옆집 피아노 학원의 소리를 듣고 피아노를 치기 시작한 김건모가 음악을 한 건 당연한 일. 그는 학창시절 평소에는 수업을 잘 듣지 않았지만 다른 과 여학생들과 함께 수업 할 때면 일찍 와서 피아노 연주를 하고 노래를 부르며 인기를 얻었다. 끼 많고 자신감 넘치고 노래 잘 불렀다. 결국 김건모는 박미경의 소개로 프로듀서 김창환을 만났고, 가수로 데뷔했다.

김미화: 김건모의 터닝 포인트를 마련해준 방송인. 그는 ‘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로 데뷔, 라디오 활동만으로 음반 20만 장을 팔았다. 하지만 이경규와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로 TV에 처음 출연하자 거짓말처럼 음반이 팔리지 않았다. 노래에서 상상한 이미지와 외모가 너무 안 어울린다는 이유. 김창환은 “매일 보면 못 생긴 애도 똑같다”며 여러 차례 방송에 출연시켰고, 김건모는 김미화가 주인공인 ‘삼순이 블루스’에 출연해 “모든 걸 포기하고 하고 싶은 대로 말하자”고 생각하고 방송을 했다. 그러자 재밌다는 반응이 왔고, 다시 음반이 팔렸다. 또한 한 번은 스타일리스트가 자신의 머리를 다시 하라고 하자 화가 나서 그냥 헝클어 버렸는데, 오히려 반응이 좋자 헤어스타일을 마음대로 하기 시작했다. 흑인 같은 목소리에 자기 마음대로 살려는 재밌는 가수가 방송을 휘젓기 시작했다.

스티비 원더: 어린 시절부터 김건모가 롤모델로 삼은 뮤지션. 흑인처럼 진한 목소리를 가진 그는 랩을 사용한 ‘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 레게리듬을 도입한 ‘핑계’ 등 댄스 음악이 서서히 등장하던 당시 새로운 유행의 주인공이 됐다. 하지만 김건모의 매력은 이런 유행들을 범대중적인 방식으로 소화하는데 있었다. 국악을 전공한 그는 다른 흑인음악 스타일의 보컬들과 달리 곡의 하이라이트에서 목소리를 시원시원하게 내지를 수 있었고, 김창환이 ‘10시간씩 10개월’을 가성과 허스키한 진성을 오가도록 하며 트레이닝 시킨 목소리는 흑인 보컬리스트처럼 얇고 진하면서도 절절한 느낌도 마음먹은 대로 낼 수 있었다. 또한 김호상 PD가 “마당쇠처럼 어느 프로그램이든 출연해 최선을 다하는 좋은 사람”이라고 할 만큼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해 중장년층에게도 친근한 이미지를 얻었다. 유행을 따르면서도 전통적인 감성을 표현할 수 있고, 젊은 가수지만 그 이상의 세대에 어필할 수 있는 친근함이 있었다. 그리고, ‘잘못된 만남’이 발표됐다.

유영석: ‘잘못된 만남’의 실제 주인공. 당시 가난하던 김건모는 유영석이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와 사귄다는 사실을 안 직후 차비를 빌리고, 밥을 얻어먹는 상황을 겪기도 했다. 대중음악의 사랑 노래가 애절한 사랑, 또는 이별 정도만 있을 때 삼각관계의 형성과 결말이 구체적으로 묘사된 ‘잘못된 만남’은 말 그대로 ‘신세대 라이프스타일’을 드러냈고, 한창 유행하던 테크노사운드를 바탕으로 랩부터 엄청난 고음까지 자유자재로 소화하던 김건모의 보컬은 모든 사람의 귀를 잡아끌었다. 말 그대로 ‘보편적으로 유행하는’ 음악의 탄생. 하지만 데뷔 후 2년간 “조용히 쥐 죽은 듯이 지냈”던 김건모는 이 무렵부터 자신을 “까발리고 다녔”고, “싸가지 없는 가수”라는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김창환은 “술 마시면 어김없이 옆 테이블과 싸움이 붙었”던 김건모를 철저하게 관리하려 했지만, 김건모는 구속 받는 느낌이 들어 부담스러워 했다. 결국 김건모는 김창환의 곁을 떠났다.

클론: 김창환의 프로듀싱을 받은 또 다른 듀오. 김창환은 클론의 ‘쿵따리 샤바라’ 등을 빅히트 시키며 김건모 없이도 얼마든지 잘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김건모도 ‘스피드’, ‘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 등을 꾸준히 히트 시켰다. 이 쯤 되면 윈윈. 하지만 김창환이 프로듀싱한 김건모는 방송에서는 밉지 않은 친근함을 발휘하고, 무대에서는 시대의 유행을 따르면서 세련된 모습을 보여줬다. 반면 독립 후 마음대로 자기 음악을 하자 두 곡의 뮤직비디오와 무대에는 코믹한 콘셉트가 섞였다. 음악은 복고풍이었고, ‘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에서는 클럽에서 어떻게든 여자를 꼬셔보려는 남자가 됐다. 무대 위에서만큼은 멋있던 김건모의 이미지는 희석됐고, 갑자기 옛 세대의 사람처럼 비춰지기 시작했다. 그는 음악적 자유를 얻었다. 대신 그만의 범대중성을 잃기 시작했다.

문차일드: 김건모와 음악 순위 프로그램 1위를 다퉜던 그룹. 김건모는 ‘미안해요’가 담긴 음반 판매량이 문차일드의 앨범보다 높은데도 1위를 하지 못한 것에 문제를 제기했고, 방송사에 출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음반 판매량을 근거로 순위에 문제를 제기하는 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 하지만 당시 김건모는 앨범이 100만 장 이상 팔리지 않으면 은퇴하겠다는 선언을 했고, 대중에게 인기에 지나치게 연연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 뒤로 방송 은퇴 선언과 1년 반만의 복귀가 이뤄졌고, ‘미안해요’는 히트에 성공했지만, 그에 이어 나온 발라드곡들은 흑인음악에 기반을 둔 김건모의 음악적 이미지를 흔들었다. 어느새 김건모는 최근 히트곡이 없는 가수가 됐고, 방송에서 재밌고 매력적인 사람이 아니라 지나치게 가벼운 사람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MBC <황금어장>의 ‘무릎 팍 도사’ 출연.

강호동: ‘무릎 팍 도사’의 MC. 김건모는 ‘무릎 팍 도사’에서 노래를 잘하려면 ‘술, 여자, 담배’가 필요하다는 말로 파문을 일으켰고, ‘날고 싶다’는 소원을 말해 모두를 당황시켰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김건모의 태도 자체였다. 그는 강호동과 호흡을 맞추는 대신 자신이 하고 싶은 말들을 툭툭 던졌고, 진지해질 만한 상황에서도 장난스러운 말로 분위기를 냉각시켰다. 여기에 ‘술, 담배, 여자’ 발언이 더해지면서 가장 대중적인 가수였던 그는 가장 대중적으로 ‘비호감 이미지’가 됐다. “기분이 안 좋을 때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할 만큼 재미있게 살려고 했고, 그 에너지가 사람들을 즐겁게 했다. 하지만 재미 위주의 삶이 철없는 것으로 비춰지자 손가락질을 받기 시작했다. 김창환만 빼고.

김창환: 김건모의 프로듀서. 두 사람은 결별한 뒤 13년 동안 얼굴도 보지 않았다. 하지만 김건모는 “날 컨트롤 해줄 사람이 필요하다”며 김창환과 함께 술을 마셨고, 그는 김건모를 받아들였다. 김창환은 김건모와 ‘무릎 팍 도사’에 함께 출연해 김건모 대신 문제의 발언들에 대해 해명했다. 또한 그가 데뷔 시절의 목소리와 달라졌다는 걸 알았지만 예전처럼 무조건 고치려고 하기보다 같이 만들어가는 쪽을 택했다. 두 사람이 함께한 ‘Kiss’는 곡 자체가 스티비 원더의 ‘Superstition’의 스타일을 따라 했고, 김건모의 보컬 역시 ‘잘못된 만남’처럼 시원한 느낌은 덜하다. 하지만 ‘Kiss’는 김건모가 다시 흑인음악으로 돌아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래서, 김건모가 MBC <우리들의 일밤>의 ‘나는 가수다’에서 재도전 기회를 앞에 두고 김창환에게 조언을 구한 건 책임 회피가 아니다. 인생에서 최대한 진지해지길 거부했고, 늘 가볍고 직관적으로 선택했던 그에게 재도전은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종류의 진지한 사건이었다. 그리고, 그를 ‘프로듀싱’하던 ‘창환이형’은 잘되든 못되든 그의 길을 결정했다. 세상에는 때론 대중이 이해할 수 없는 사건도, 인간관계도 있는 법이다.

김영희: 최근 ‘나는 가수다’에서 하차한 PD. 그가 PD에서 하차한 과정은 문제가 있지만, ‘재도전’에 대한 논란의 책임은 그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 그가 출연한 가수를 보호하고자 했다면, 그 스스로 재도전 결정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렸어야 했다. 다행히 김건모는 재도전 기회에서 ‘You`re my lady’를 불러 대중의 호응을 얻었다. 어떤 사람들은 그가 마이크를 잡은 손이 떨리는 것에 감동했다고도 한다. 그러나, ‘립스틱 짙게 부르고’에서도 김건모는 목소리에 힘을 빼되 후렴구에서는 특유의 진한 목소리로 몰입도를 높이는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했다. ‘You`re my lady’에서 김건모의 진정성은 떨리는 손보다는 엄청난 스트레스로 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목으로 거의 찢어지듯 전력으로 고음 파트를 소화하는 목소리에서 발견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편안하게, 가볍게, 재밌게 노래 부르던 가수가 리얼리티 쇼의 무대에서 진지하게, 대신 힘겹게 노래했다. 다행히 그의 노래는 대중에게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다시 그가 손을 떨고, 목에 핏대를 세우며 노래하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다. 인기도 얻었었고, 이제는 함께할 동료도 있다. 그는 하고 싶은대로 살면 된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Who is next
김건모와 함께 SBS <좋아서>에 출연한 유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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