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반과 노비의 신분질서가 허물어지고 민중의 반란이 들끓던 조선 말엽, 두 남자가 한 날 한 시에 태어난다. 부모도 모른 채 거지움막에서 자란 천둥(천정명)은 민란에 가담해 “이 세상을 이롭게 하는 사람”을 꿈꾸고, 부잣집 도련님 귀동(이상윤)은 포도청의 부패 세력과 맞서며 약자를 대변하는 포교로 활약한다. 비록 한 여자(한지혜)를 동시에 마음에 품었지만, 두 남자는 둘도 없는 짝패가 되어 이 거지같은 세상을 바꾸려 한다. 궁궐 대신 저자거리, 위인의 성공 대신 민초들의 고통. 언뜻 보면 MBC 는 추노꾼들의 인생을 다룬 KBS 를 연상시키는 민중사극이다.

“조선시대 문제아들의 고통”을 다루는 ‘왕자와 거지’
MBC <짝패>│도련님과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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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자 의 핵심 포인트는 두 남자의 운명이 뒤바뀐다는 설정이 추가된 대신 화려한 액션은 빠졌다는 점이다. 거지 여인 막순(윤유선)이 친아들 귀동의 미래를 위해 두 아이를 맞바꾸면서 이야기는 조선판 ‘왕자와 거지’로 흘러간다. 그 중에서도 낮에는 일반 상인으로 둔갑했다가 밤에는 의적 활동을 하는 천둥을 비롯해 거지, 노름꾼 등 “조선시대 문제아들의 고통”을 그리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이러한 민초들의 ‘생얼’을 현실적으로 그려내는 것은 달동네 소시민의 모습을 조명한 KBS 과 밤무대 차력사, 무명가수, 사기꾼들의 서글픈 인생을 그린 등을 집필한 김운경 작가의 몫이다. 임태우 감독은 “김운경 작가님은 인간들의 빛나는 측면보다는 내면의 고통을 그리는 데 관심이 많으신데, 그 시대에 맞는 캐릭터들을 굉장히 현실적으로 표현하셨다”고 말했다.

물론 영화 에 출연했던 한지혜를 제외하고는 감독과 주연배우 모두 사극 경험이 없다는 사실은 우려되는 대목 중 하나다. 이에 대해 임태우 감독은 “나와 배우들 모두 객기 부리듯이 덤벼들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딱딱한 사극 투가 편안한 구어체를 사용한 덕분에 사극을 처음 접한 배우들의 적응시간은 단축됐고, 천정명은 KBS 에 출연했던 장혁으로부터 검술과 승마, 오지호로부터는 민중사극에 도전하는 자세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열의를 보였다. 무엇보다 는 풍성한 볼거리보다 탄탄한 스토리에 무게중심을 둔 작품이므로 이러한 불안요소들이 김운경 작가의 내공과 만나 얼마나 해소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과연 는 임태우 감독의 말처럼 “오랜만에 공감할 수 있는 드라마”가 될 수 있을까. 오는 7일 밤 9시 55분에 첫 회가 방송된다.

사진제공. MBC

글. 이가온 thirte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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