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간의 오디션과 트레이닝을 거쳐 선발된 1대 빌리들. 왼쪽부터 이지명, 정진호, 임선우, 김세용.
올 8월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될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Billy Elliot)에는 수많은 수식어가 붙어있다. 총 135억 원의 제작비, 원작 영화의 감독인 스티븐 달드리와 세계적인 뮤지션 엘튼 존의 만남, 제63회 토니어워즈 10개 부문 수상, 비영어권에서 처음 공연되는 한국무대, 3년간에 걸친 사전제작 시스템. 하지만 수만 가지의 요소들 중 가장 중심에 있는 건 바로 “I`m free”를 외치며 비상하는 어린 소년, 빌리 엘리어트다. 지난 2일, 발레 불모지와 다름없는 한국에서 2009년 2월부터 전국여행을 하며 찾아낸 4명의 작고 야무진 한국의 빌리들이 <빌리 엘리어트> 제작발표회를 통해 드디어 공개되었다.

신라호텔에서 열린 이번 제작발표회에서는 빌리가 오디션 장에서 춤 출 때의 느낌을 설명하는 ‘Electricity’, 친한 친구인 마이클과 함께 신나는 탭댄스를 선보이는 ‘Expressing Yourself’를 선보이며 <빌리 엘리어트>의 시작을 알렸다. 특히 맑고 경쾌하게 울리던 탭소리는 지난 8월 남산창작센터에서 열린 워크숍에 비해 부쩍 성장한 아이들의 실력을 어떤 말보다도 더 명확하게 확인시켜주었다. 또한 아직 변성기를 거치지 않은 빌리의 목소리는 복잡하고 미칠 것 같은 어린 소년의 열정과 떨림을 고스란히 전해 다양한 감정을 이끌어낸다. 1년여간 4차례의 긴 오디션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트레이닝을 거쳐 한국의 1대 빌리로 선발된 김세용, 이지명, 임선우, 정진호 4명의 빌리는 각기 다른 매력으로 관객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4명의 빌리를 모두 만나야 하는 이유



혹독한 트레이닝 과정을 거친 4명의 빌리는 각기 다른 매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영국, 호주의 빌리보다 더 멋진 빌리가 되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내세운 김세용은 2009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에서 발레 부문 1위에 랭크된 발레리노를 꿈꾸는 소년이다. 6년 경력의 발레실력으로 1차 오디션 당시 심사위원들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특히 우아한 자세와 표정으로 진지함을 잃지 않으며 클래식한 빌리를 만들어낸다. 시원시원한 발성이 인상적인 이지명은 다른 빌리에 비해 <라이온 킹>, <명성황후>에 출연했던 뮤지컬 유경험자로 노래하는 빌리를 꿈꾸게 한다. 매일 인천에서 빌리 스쿨이 있는 삼성동까지 2시간씩 이동하면서도 지치지 않았던 소년은 “오디션을 진행할수록 생기는 자신감 덕에” 씩씩한 빌리로 탄생할 수 있었다. 하이톤의 목소리에 넘치는 쇼맨십과 뛰어난 발레실력을 가진 임선우는 앳된 외모와 천진한 미소로 누나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4명의 빌리 중 막내지만 김세용과 함께 국내 발레 콩쿨을 휩쓸고 있는 임선우의 빌리는 무대를 놀이터삼아 사랑스럽게 표현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정진호는 SBS <스타킹>에 ‘탭댄스 신동’으로 출연한 것이 계기가 되어 <빌리 엘리어트>에 참여하게 된 케이스. 이미 검증된 탭실력은 물론이거니와 4차 오디션 당시 빌리의 노래 영어 가사와 동작을 유투브로 보고 외워 올 정도로 열정 또한 남다르다. 이 날 제작발표회 현장에서는 영어로 자기소개를 선보여 많은 관심을 받았다. “우아한 발레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는 탭신동의 발레도 기대되는 점이다.



이날 소개된 빌리와 마이클은 1년여 동안 매일 7시간씩 트레이닝을 받아왔다. ‘빌리 스쿨’은 발레 외에도 연기, 노래, 아크로바틱, 필라테스 등을 훈련시켰는데, 그 중 국내 전문무용단에도 개설되지 않은 필라테스는 성장기 빌리를 위해 특별히 마련된 프로그램이었다. 자신의 몸 상태를 스스로 점검하고 몸을 제대로 쓰는 법을 가르치는 일련의 프로그램을 통해 숨겨진 매력을 찾아내는 과정인 셈이다. 이처럼 캐릭터에 적합한 인물을 발굴, 맞춤형 트레이닝과 과학적 분석을 거쳐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일련의 시스템은 국내 뮤지컬 시장이 한층 더 커지는데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리허설은 공연시작 4개월 전부터 시작되어 배우와 스태프 모두가 최상의 컨디션과 완성도로 오리지널리티를 살리는 데 중점을 둘 예정이다. 이러한 체계화된 시스템이 오픈을 하고서도 한참이 지나야 공연이 안정되는 몇몇 한국 뮤지컬의 병폐를 해결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 모아진다. 빌리, 마이클과 함께 극의 중심에 서는 성인 캐릭터들과 데비, 발레걸즈의 캐스팅은 4월 중 공개될 예정이다. 4월 19일 1차 티켓예매와 함께 시작되는 <빌리 엘리어트>는 2010년 8월 LG아트센터에서 7개월간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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