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의 흔들림도 없이, 소년의 꿈은 배우였다. 그러나 꿈은 높이 뜬 연과 같아서 바라보는 사람에게는 한없이 높을 뿐 쉽게 닿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기대보다는 간절함으로 오디션에 참여한 MBC 의 배역을 받아든 날, 소년은 그것을 기적 같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매우 기뻤어요. 김병욱 감독님 작품은 정말 최고잖아요! 그래서 전 혹시 배역을 못 맡게 되더라도 이 기회를 통해 나에게 절실함과 오기가 생긴다면, 그것만으로도 소득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거든요. 저는 서른 살, 마흔 살이 될 때까지 오디션을 보면서 데뷔를 기다릴 각오가 되어 있었어요”라고 말하는 윤시윤에게 기적이란 고개가 아프도록 올려다보는 것이 아니었다. 잠깐 낮게 내려온 연이 드디어 손가락에 닿게 되는 그 순간의 짜릿한 기적은 이십 대 중반의 청년을 책가방을 멘 소년으로 만들었다.

소년이 되어 꿈을 이룬 윤시윤은 준혁이라는 인물을 옷을 입듯, 제 몸이 밀착시켰다. 그래서 종종 실제 10대 후반으로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평소에는 동안이라는 얘기 들어본 적 없는데, 여러분이 자꾸 제 나이를 듣고 깜짝 놀라시니까 처음에는 신기하더라고요. 그만큼 감독님이 대단하신 거라고 생각해요. 준혁이라는 캐릭터를 잘 만들어 주신 덕분이죠”라고 말하는 그는 분명히 의젓하게 나이를 먹은 청년이다. 연말 시상식에서 커플상을 받고서도 제 기쁨을 추스르기보다는 현장의 스태프들에게 감사를 먼저 전하는 이 청년에게 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노래들을 물었다. 누구보다 훈훈한 청년의 추천이기에 효능을 보장한다.
윤시윤│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해주는 노래들
윤시윤│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해주는 노래들
1. < Everlasting Cinema Gold 50 >
“벌써 크리스마스는 지나가버렸지만, 이 곡은 겨우내 들어도 좋은 곡 같아요.” 윤시윤이 첫 번째로 추천하는 곡은 광범위한 음악 작업으로 거장의 반열에 올라선 류이치 사카모토가 작업한 영화 의 삽입곡으로 유명한 ‘Merry Christmas Mr. Lawrence’다. 류이치 사카모토를 비롯해 기타노 다케시, 데이빗 보위가 출연하는 전쟁 영화로 정작 작품보다 OST가 더 큰 유명세를 탄 경우다. “영화의 우울함과 몽환적인 느낌이 잘 살아 있는 곡입니다. 아름답지만 슬프게 감성을 자극하죠. 특히 이 곡은 피아노 선율이 너무나 아름다워요. 겨울의 계절적인 느낌이 피아노와 참 잘 어울리는 것 같지 않아요? 사실 류이치 사카모토의 피아노곡 들을 좋아해서 < BTTB > 앨범도 즐겨 들었거든요.”
윤시윤│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해주는 노래들
윤시윤│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해주는 노래들
2. Billie Holiday의 < Playlist: The Very Best Of Billie >
두 번째로 윤시윤이 추천한 곡 역시 동명의 영화 OST로 유명한 ‘Gloomy Sunday’다. 헝가리의 무명 피아니스트였던 레죄 세레스가 작곡했으며, 특유의 우울한 분위기로 유럽 전역에서 사랑을 받은 곡이다. 그러나 그는 영화의 간절함과 음악의 우울함보다는 곡 자체의 분위기에서 큰 매력을 발견했다고 한다. “실연당한 사람이 이 노래를 들으면 자살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로 유명한 노래잖아요. 듣고 있으면 멜로디가 귓가에 계속 맴돌면서 은은하게 자극을 주는데,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픔이나 슬픔으로 설명되는 노래지만 저는 그리움이라는 감성에 마음이 많이 움직였어요. 꼭 영화처럼 극단적인 상황에 놓이지 않더라도 누구나 사랑에 빠지면 상대방을 그리워할 때만큼은 온 마음을 다하게 되잖아요.”
윤시윤│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해주는 노래들
윤시윤│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해주는 노래들
3. < Cinema Paradiso (O.S.T) >
병을 치유하는 데에는 자신만의 요법이 있는가 하면, 모든 사람에게 통하는 절대적인 비법 또한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의 음악들은 마음의 병을 고치는 데 있어서 전 세계가 동의하는 테라피라 할 수 있겠다. “이 음악을 듣고 있으면 기억 속의 행복했던 순간들이 저절로 떠올라요”라고 웃으며 이야기하는 윤시윤에게도 역시, 은 세상의 고통을 잊게 해 주는 마법 같은 영화다. “어른들의 동화 같아요. 누구나 갖고 있는 마음속의 아름다운 부분을 자극해 줄 수 있으니까요. 사랑을 꿈꾸고, 사랑을 주고 싶게 만드는 인간다움이 넘치는 그런 영화이고, 음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마음이야말로 추운 날씨를 따뜻하게 만드는 방법인 것 같네요.”
윤시윤│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해주는 노래들
윤시윤│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해주는 노래들
4. < Once O.S.T >
“조용한 음악을 좋아하고, 책 읽을 때 주로 음악을 들어요. 그래서 요즘은 촬영하느라 책도, 음악도 사실 많이 즐기지를 못했어요”라고 털어놓는 윤시윤은 또다시 영화의 OST를 추천했다. 연기를 향한 동경에 흠뻑 빠져 있었던 소년의 기억 속에 아무래도 영화의 장면 위를 흐르는 선율은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야말로 겨울에 보면 좋은 영화 같아요. 가난하다는 현실의 어려움이 있지만, 사랑과 음악적 교감으로 충만한 그들이 결코 힘들어 보이지는 않았거든요. 그런 뜨거운 마음이 있다면 추운 날씨 정도야 거뜬히 극복할 수 있지 않겠어요. 특히 저는 ‘Falling Slowly’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영화를 안 보신 분들도 정말 좋아할 수 있는 곡이에요. 물론, 요즘 날씨에도 어울리죠. 차분한 격정이 일품입니다.”
윤시윤│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해주는 노래들
윤시윤│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해주는 노래들
5.
“음. 정말 진심으로 하는 말인데요”라고 먼저 입을 뗀 윤시윤이 마지막으로 추천한 곡은 그가 출연하는 의 삽입곡인 ‘you are my girl’이다. 매 회 엔딩곡으로 시청자들의 귀에 익은 노래로서, 김조한의 달콤한 목소리가 곡의 분위기와 잘 어우러진다. “준혁이가 사는 세상에는 서로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어요. 그래서 준혁이를 연기하는 순간순간, 정말 이곳이 나의 집이고, 이 사람들이 내 가족 같아요. 그 덕분에 행복함을 느끼고 웃게 되는 일이 많거든요.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것이야말로 겨울을 이기는 가장 중요한 비법이라고 생각해요. 이 노래는 엔딩에 나오는데, 끝이 아니라 다음의 다른 이야기들을 기대하게 만들어요. 새로운 행복을 기다리는 설렘을 부르는 그런 노래죠.”
윤시윤│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해주는 노래들
윤시윤│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해주는 노래들
일주일에 다섯 개의 에피소드를 만들어 내느라, 의 제작진과 배우들은 야외와 세트 촬영만으로도 일주일을 훌쩍 보낸다. 특히 “남자치고는 체력이 약한 편이라서” 강행군을 하기 어려운 윤시윤은 현재 준혁이로 살아가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마음속에도 다음을 향한 새로운 꿈은 또다시 자라고 있다. “설경구 선배님이나 최민식 선배님같이 카리스마 있으면서도 순간 몰입도가 높은 배우들을 존경해요. 저도 그렇게 되고 싶고요. 물론, 지금의 인기는 제가 아니라 준혁이를 향한 사랑이라는 것을 저도 알아요. 그렇지만, 정말 열심히 하면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꿈의 날개에 냉정한 분석의 키를 달았다. 높이 날아오를 때까지 오래오래 날 수 있는 배우 윤시윤의 성장에 기대를 보낸다.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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