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시도
턱시도
턱시도
여전히 턱시도가 신랑에게나 어울리는 ‘물건’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조금은 놀라운 턱시도 사용 설명서

1) 1860년 지나치게 격식을 차린 남성용 이브닝 복장(‘화이트 타이’)에서 벗어나 단정하고 우아하면서도 편안한 ‘예복’을 원했던 프린스 오브 웨일스를 위해 새빌 로에서 탄생시킨 남성용 예복.
2) 드레스 코드가 ‘블랙 타이’일 때 활용되는, 스모킹 재킷과 바지, 셔츠, 보타이로 이루어진 남성용 복식.

1) 선택법 및 사용법
① 이제 한 벌 사라. 빌리지 말고.
② 당신 손에 ‘블랙 타이’라고 적힌 초대장이 있다 치자. 당신에겐 턱시도가 없다. 자, 검은색 슈트에 보타이를 맬 생각인가? 그렇다면 차라리 턱시도를 빌려라.
③ 턱시도의 재킷 단추는 두 개나 하나여야 한다. 그 이상의 단추가 달려 있다면 그건 피크트 라펠이 달려 있는 조금 독특한 디자인의 재킷일 뿐이다.
④ 턱시도의 생명은 실루엣이다. 라펠의 폭이 넓으냐 좁으냐, 더블브레스트냐 싱글브레스트냐 하는 것은 그다음 문제다. 몸에 잘 맞아 슬림하게 떨어지지 않는다면 당장 그 턱시도를 벗어 던져라. 그 옷은 이미 턱시도로서의 가치를 잃은 옷이다.
⑤ 턱시도를 입었다면 시계는 최대한 심플한 것으로 고른다. 값비싼 턱시도에 리넨 소재 플리츠 셔츠를 입은 남자가 싸구려 전자시계를 찬 것만큼이나 커다란 사이즈의 크로노미터 시계를 차고 있는 모습도 우스꽝스럽다.
⑥ 턱시도에 매치하는 페이턴트 슈즈는 디자인이 심플할수록 멋지다. 한 가지 명심할 것. 턱시도에 매치한 페이턴트 슈즈가 너저분한 남자만큼이나 덜떨어져 보이는 것도 없다.
⑦ 제대로 된 턱시도를 입었다면 커머번드는 생략해도 좋다.
⑧ 보타이를 선택할 땐 턱시도 재킷의 라펠의 소재가 무엇인지를 잘 파악할 필요가 있다. 깃에 새틴이 덧대어져 있다면 새틴 타이를 맨다.
⑨ 분홍색 턱시도가 멋져 보여도 그건 당신 몫이 아니다. 턱시도의 기본은 블랙. 조금 더 멋을 내고 싶다면 잉크 블루 컬러를 선택한다.
⑩ 턱시도를 입고 선글라스를 끼겠다고? 그건 스티비 원더나 션 콤만의 특권.
⑪ 턱시도를 잘 입는 최선의 방법. 기본을 지키는 것. 즉, ‘오버’하지 않는 것.

2) 응용법
① 굳이 ‘블랙 타이’를 요구하는 자리가 아니라면 턱시도 재킷에 실크 셔츠 대신 데님 셔츠처럼 캐주얼한 셔츠를 매치해 활용할 수도 있다.
② 턱시도 재킷에 청바지를 매치하는 것도 좋은 턱시도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다. 단 청바지는 부츠컷이나 폭이 적당히 좁은 스트레이트 컷을 선택할 것. 이때는 상의의 이너웨어로 프린트가 장난스러운 티셔츠를 활용할 수 있다.
③ 서스펜더는 남들보다 조금 더 멋스러워지고 싶은 남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액세서리지만 턱시도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턱시도에 서스펜더가 더해지는 순간 멀쩡한 남자도 고집불통인 데다 탐욕스러운 사람으로 변모하니까. 여기에 커머번드까지 더하는 건 최악.

글. 심정희 ( 패션디렉터)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