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이는 한국 대표 가수에서 아시아를 아우르는 한류 스타로, 그리고 할리우드 유명 감독 작품의 조연에서 이젠 주연으로. 굳이 월드스타라는 수식이 없어도 비가 그려온 상승 곡선은 엔터테이너라기보다는 정복자의 그것에 가까운 느낌이다. 그래서일까. 네티즌의 질문 중에서는 ‘과연 부족한 점이 뭐냐’는 성토 아닌 성토가 유독 많았다. 하지만 그 모자람 없어 보이는 ‘비느님’은 미국 진출의 어려움에 대해, 토할 것 같은 훈련의 괴로움에 대해 솔직한 대답을 해줬다. 저 멀고 높은 곳에 있어 보이지만 사실 언제나 땅에 발 딛고 서서 스스로를 극복하기 위해 애쓰는 그와의 인터뷰를 공개한다.

사실은 영화 속의 길고 검은 머리를 기대했다. (웃음)
: 정말인가? 나는 벗어나고 싶다. 너무 힘들다. 저 머리를 유지하는 것은.

헤어스타일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영화에선 동양적인 외모가 굉장히 강조됐더라. (franky)
: 사실 나는 그러려고 의도한 건 없었다. 얼굴도 거의 노 메이크업으로 찍었다. 다행히 피부가 좋아서 (웃음) 잘 나오긴 했지만. 사실 머리카락 색도 지금처럼 갈색에 가까웠는데 감독이 검게 염색하길 원했다. 그런데 지금 머리가 낫지 않나? 난 짧은 머리가 좋다.

“<반지의 제왕> 비슷한 액션 판타지를 찍을 것 같다”

외모 이상으로 인상적이었던 건 역시 몸이다. 식사 조절부터 훈련까지 쉽지 않았을 텐데. (진재균 lpg9***)
: 매일 닭 가슴살에 채소, 후추만 먹었다. 가끔 양념 없이 물에 끓인, 비린내 나는 소고기를 먹는 날은 그야말로 로또 탄 날인 거다. 트레이닝도 많이 배웠다. 보통 벤치프레스나 데드리프트 같은 바벨 운동은 하고 나서 1분 정도 쉬는데 여기서는 벤치프레스,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풀업, 데드리프트, 이렇게 다섯 가지 운동을 8바퀴 쉬는 시간 없이 돌아 10세트를 채운다. 이렇게 운동을 하면 따로 유산소 운동을 하지 않아도 체지방이 빠지고 근육도 볼륨이 커지기보단 잘게 쪼개진다.

말하자면 선진적인 방법을 배운 건데 그 시스템을 앞으로도 활용할 수 있겠다.
: 많이 배웠고 그걸 우리 애들, 그러니까 엠블랙도 그렇게 트레이닝 시키고 있다. <닌자 어쌔신>에서 내 아역을 맡았던 이준이 배웠던 프로세스가 내가 했던 것과 같기 때문에 그걸 다른 멤버들에게 가르쳐주고 있다. 준비, 시작하면 다섯 명이 아까 말한 다섯 가지 운동을 돌아가며 하는데 만약 팔굽혀펴기를 하던 친구가 열 개를 채우지 못하면 그 친구가 다 채울 때까지 다른 멤버들도 자기가 맡은 운동을 계속 해야 한다. 그게 끝나야 다음 파트로 넘어가고 그걸 아까 말한 것처럼 몇 바퀴씩 도는 거다. 죽어나는 거지. 우리 회사의 트레이닝은 계속 이런 기법으로 가려고 한다.

한 번 몸을 만들고 끝이 아니라 시스템이 이어지는 것처럼 <닌자 어쌔신>을 통한 할리우드 경험이 앞으로의 인맥과 비즈니스에 도움이 될 텐데.
: 커넥션은 늘 유지하려고 한다. 할리우드에선 인맥이 정말 중요하다. 내가 <타임>에서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들고 나서 드디어 미국 진출한다고 한 게 4년 전인데, 그 4년 동안 어떤 식이었냐면 미국의 각 스튜디오마다 전화를 걸어 아시아권에서 이 정도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비라는 가수가 있으니 음반 내고 싶다고 얘기하고 같이 만나서 놀았다. 그러고서 같이 해보자고 연락하면 아시아에 출시할 음반을 계약하고 그 다음에 미국으로 진출하자고 한다. 그건 자기네가 돈 벌겠다는 얘기밖에 안 되는 거다. 그렇게 오디션을 보고 떨어지고 또 떨어지는 중에 <닌자 어쌔신> 오디션을 보고 합격을 했다. 그 이후부터는 영화 제작자, 음반 제작자들의 제의가 계속 들어온다. 조엘 실버 다음 작품에 레인이라는 애가 나오는데 뭐하는 앤지는 모르지만 조엘 실버랑 워쇼스키 형제가 좋아한다고. <스피드 레이서>의 경우도 비록 흥행은 잘 되지 않았지만 덕분에 할리우드 제작자들이 나라는 존재를 알게 됐다.

존재를 알게 됐으니 <닌자 어쌔신> 이후의 작품 계획도 있을 것 같다. (wnwkr2)
: 현재 2000억 원 수준의 작품이 있는데 일종의 빨간불 상태다. 할리우드는 그런 게 있다. 사인이 되지 않은 이상 하는 게 아니다. 심지어 그쪽에서 ‘내가 너랑 할게’라고 말을 해도 언제든 엎어질 수 있다. 그래서 작품 이름이나 이런 걸 말할 수는 없다. 어떤 영화인지만 설명하자면 전사 몇 명이 나와서 왕을 호위하며 목적지로 가는 <반지의 제왕> 비슷한 액션 판타지다. 원톱은 아니고 주인공 7명 중 한 명 역할인데 다시 파란불이 켜지면 잘 될 거 같다. 사인만 되면 바로 밝힐 수 있을 거다.

“처음엔 다들 레인? 그게 뭐냐는 식이었다”

<닌자 어쌔신> 합격과 <스피드 레이서> 출연이 일종의 반전이 된 셈인데 워쇼스키 형제는 당신의 어떤 면을 보고 오디션 제의를 한 건가. (fullmoon)
: 참았다. <스피드 레이서> 촬영을 할 때 아파도 참고, 힘들어도 촬영장에 나가고, 내가 먼저 하겠다고 말했다. 카레이싱 신을 찍을 땐 척추가 끊어질 것처럼 굉장히 아프다. 또 유럽의 7월이면 차 안의 온도는 4, 50도다. 거기에 가죽 수트까지 입으면 말도 못한다. 땀띠도 나고. 그래서 다른 배우들은 20분 정도 하고 한 시간 쉬는 식이었는데 나는 그 신 끝날 때까지 참았다. 그렇게 열정을 보여주니 그런 걸 좋아해줬다. 또 뭐든지 빨리 적응하는 편이었던 것 같다. 액션을 가르쳐줘도 빨리 익히고. 특히 기존 동양 액션 배우들의 키가 크지 않은데 나는 키가 컸기 때문에 서양인의 체격에 동양인의 얼굴을 가진 배우를 찾았다는 얘길 들었다. 스턴트 팀에서 얘길 꺼내고, 그걸 들은 워쇼스키 형제가 조엘 실버에게 얘기하면서 순차적으로 인정을 받은 거지.

4년 동안 커다란 위치 변화가 있었던 건데 그러면서 워쇼스키 형제를 제외한 유명 제작자나 배우를 만난 일은 없나. (orchid54)
: 이 얘기를 꺼내면 사람들이 뭐라고 할 거 같은데… (웃음) 나는 현재 윌리엄 모리스라는 에이전트와 함께 하고 있는데 CA라는 회사에서 내 에이전트를 봐주겠다고 해서 그 회사에 직접 가본 일이 있다. 음악팀, CF팀을 만나고 얘기를 하는데 옆방에 톰 크루즈가 있고 그가 내게 인사를 하고 싶다고 했다는 거다. 그래서 ‘왜 나한테? 나를 아나?’ 이러고 있는데 CA 사장이 그를 데리고 와서 인사를 나누고 잠깐 얘기도 했다. 정말 쇼킹한 경험이었다. 어렸을 때 필름으로만 보던 사람을 실제로 만나니까.

그렇게 할리우드에서 조금씩 입지를 늘리는 건 어떤 의미인가. 예전에 명예가 중요하다고 말했었는데 그 측면에서 당신에게 할리우드의 상징적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박진의 socialb***)
: 지배다. 모든 나라가 아니라고 하면서 결국 미국 문화는 다 좋아한다. 미국이라는 나라의 경쟁력도 있겠지만, 나는 총과 칼을 이용한 싸움보다 문화와 정신을 지배하는 싸움이 더 크다고 본다. 정신을 지배하면 그 때 끝이다. 그런데 내가 만약 미국 심장부에 진출해서 할리우드 작품을 통해 내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리면 그건 전 세계를 정복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닌자 어쌔신>이 중요하다. 할리우드 제작자들에게 나를 인식시킨 단계를 지나 세계의 대중들이 지나가다 내 얼굴을 보고 알아보느냐의 차원이니까. 중국 인구가 13억, 인도가 9억, 하다못해 일본도 1억 2천만이 넘는데 우리나라 4천만 국민 중 하나가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다면 명예 정도가 아니라 정말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나는 그래서 김연아, 박찬호 선수를 정말 존경한다.

행동반경은 글로벌해졌는데 한국인이라는 자의식은 오히려 더 강해진 것 같다.
: 많이 강해졌다. 나를 무시하는 것 같으면 나를 포함해 우리 가족, 우리나라를 비아냥대는 거 같아서 많이 싫었다. 레인? 그게 뭐냐는 식이었고,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한국이 어딘지도 모르고 전쟁 중이지 않느냐, 핵 가지고 있느냐 이런 걸 물어봤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밑에 있는 나라, South Korea, 월드컵 4강, 김연아 나라라고 안 되는 영어로 설명했다. 민족정신이랄까, 피의 끌림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곳에서 한국사람 보면 반갑고.

“이경희 작가님이나 박찬욱 감독님도 응원해주신다”

외로움을 느꼈겠다. 혹 지인들의 충고나 응원이 도움이 됐나. (이미혜 lazy1***)
: <상두야 학교 가자>의 이경희 작가님은 늘 응원을 해주신다. 다만 내가 내 고민과 어려움에 대한 디테일한 얘기를 하지 않았다. 약한 모습을 보이긴 싫어서. 박찬욱 감독님의 경우 몰랐는데 <매트릭스> 같은 액션 오락물을 정말 좋아하시더라. 그래서 워쇼스키 형제와 같이 작업한다고 하니 “기대된다”고 응원해주셨다. 내겐 그게 다 힘이 됐다.

반대로 국내에서의 왜곡된 기사를 보며 힘을 냈다고도 말했는데 어떤 기사가 그렇게 자극을 줬나. (웃음) (nsseok)
: 사실 나는 진실만을 다뤄줬으면 좋겠다. 작품이 좋지 않아서 혹평을 받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왜곡된 기사는 좀 아니지 않나. 손에 꼽는 딱 한 분이 있는데 정말 이해가 안 되는 게 진실을 얘기 안 하고 너무 왜곡된 얘기를 하는 거다. 말하자면 이런 식이다. 쟤는 말로만 할리우드 진출한다고 하고서는 대체 언제 작품 언제 보여줄 거냐고 그러고, 그래서 작품 보여줬더니 할리우드 가서 망하고 돌아왔느냐고 그러고. 그래서 참고 참다가 정말 법적인 조치를 가하려다가 그건 아닌 것 같아서 참았다. 그땐 그분이 미안하다고 했었는데 나중에 보니 또 그런다. 속으로는 ‘아휴, 그래, 나만 열심히 하지’라고 생각하려 한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그런 기사를 보면 힘이 난다. (웃음)

조금 가벼운 얘기를 하겠다. 왜곡 기사 말고 장동건과 고소영의 교제 같은 기사를 보면 어떤가. 스스로는 여자 연예인과 사귀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하혜림 hyerim1***)
: 마음만 맞으면 왜 안 되겠나. 상관없다. 연예인이든 연예인이 아니던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나는 국적도 상관없다.

마지막으로 당신의 최종 목표가 궁금하다. 어떤 지향점이 있는 건지, 아니면 도전 그 자체를 끊임없이 시도할 것인지가. (한형준 sharp***)
: 끝까지 가보고 싶다. 내 ‘운 때’가 어디까진지 가보고 싶다. 목표 없이 끊임없이 달려가기 때문에 그에 대한 시행착오가 생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결국 다 이뤄졌다. 진영이 형 만날 때도 과연 내가 진영이 형을 만나리라 누가 생각했겠나. 드라마도 어떻게 하게 됐는지 모르겠고, 박찬욱 감독님을 어떻게 만났는지도 모르겠다. <타임>의 100인에 왜 내 이름이 올랐는지도 알 수 없고.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온 거다. 이제 <닌자 어쌔신>까지 잘 되면 금상첨화겠지.

[스타ON]은 <10 아시아>(www.10asia.co.kr)와 네이트(www.nate.com)가 함께 합니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