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를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간혹 거품론을 주장하는 기사들이 나오고, 때로 그의 작품이 기대치에 2% 못 미칠 때도 있었지만 스물여덟 청년이 한국에서 아시아로, 할리우드로 행동반경을 넓혀가는 것을 보며 한 번도 그것이 과대평가되었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그래서 비는 흥미롭지 않은 존재였다. 짧은 시간 안에 끊임없이 스스로의 네임밸류를 갱신하는 그의 모습은 도전 자체에 경도된, 도전을 위한 도전 혹은 정복을 위한 정복처럼 보였고, 그 과정에서 비라는 개인의 매력은 지워졌을 것만 같았다. 물론 수많은 선입견이 그러하듯 그것 역시 오해였다.

“에이, 쌍꺼풀 수술을 하던지 해야지.” 영화 <닌자 어쌔신>에서 눈매가 특히 동양적이었다는 말에 비는 신경질을 가장한 장난스러운 눈웃음을 보여주었다. 수술 따위 필요 없는 매력적인 눈초리에 주름을 지으며. 하지만 단순히 잘 웃어서, 혹은 답변을 성심성의껏 하고 정해진 인터뷰 시간을 초과해 프로모션 담당자가 질문을 끊으려는 걸 제지하는 그 예의바른 모습 때문에 그에게 흥미를 느낀 것은 아니다. 잘생긴 외모와 탄탄한 몸매에 부와 명예까지 가진 남자가 마음가짐마저 올곧다는 건 결국 이 흠 없는 피조물을 더 완벽하게, 다르게 말하면 재미없게 만들뿐일 테니. 오히려 그가 인간적으로 느껴지는 순간은 극도로 조심스러운 가운데서도 자신이 이룬 것들에 만족과 자부심을 언뜻언뜻 드러낼 때다.

가령 “이런 얘기 꺼내면 사람들이 뭐라고 할 거 같은데”라고 한 발 빼면서도 할리우드의 에이전트 회사 방문 당시 톰 크루즈가 먼저 만남을 청했다는 이야기를 결국 꺼낼 때, 그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의기양양함이 ‘짜잔~’이라는 의성어와 함께 드러난다. 사실, 그게 자연스러운 거다. 영화제작자 조엘 실버의 커리어를 잘 몰라서 ‘닌자 오디션’ 제의를 거절했다가 “전 세계 사람들 모두 내가 부르면 오는데 네가 뭔데 안 오느냐”는 분위기였다는 비하인드 스토리에서도 자칫 엄청난 기회를 놓칠 뻔한 아슬아슬함보다는 ‘나 쉬운 남자 아니야’라는 일일극 여자주인공 같은 자신감이 느껴졌다.

자신의 활동을 설명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워쇼스키 형제와 할리우드, 톰 크루즈, 제작비 2000억 원처럼 큼지막한 어휘들을 꺼내야 하는 스타가 겸손이라는 명목으로 자부심을 억제해야 한다면 그것은 또 다른 형태의 거품이자 애드벌룬일 뿐이다. 그 거품을 거둬낸 순간순간 노련한 스타가 아닌 스물여덟 청년 비의 얼굴은 드러났다. 자신이 이룬 것을 말하고 싶어 근질거려하는 조금은 치기 어린 모습으로. 이런, 심지어 인간적이기까지 하다는 거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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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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