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양각색의 버라이어티 쇼가 각축전을 벌이는 일본 방송계에 독특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관동 지역 방송인 TV 카나가와에서 2008년 10월부터 매주 목요일 밤 11시에 방영되고 있는 <도루바라> (ドル☆バラ)가 바로 그것이다. ‘도루바라’는 인형을 뜻하는 ‘돌(doll)’과 ‘버라이어티’의 합성어로, 제목 그대로 구체관절 인형이 등장하는 버라이어티 쇼를 말한다. 보통 인형이 나온다면 <모여라 꿈동산> 같은 어린이용 프로그램을 연상하기 쉽지만 <도루바라>는 단순한 어린이용 인형극이 아니다. 구체관절 인형은 일본을 비롯, 최근에는 우리나라에도 마니아층이 형성될 정도로 성인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에 주목한 <도루바라> 제작진은 구체관절 인형이 배우로 등장하는 미니 드라마와, 일본에서는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애니메이션 성우들의 토크쇼를 접목시켰다. 한 마디로 <도루바라>는 ‘구체관절 인형 마니아’와 성우 팬을 포함한 ‘애니메이션 마니아’를 타겟으로 삼은, ‘마니아를 위한 버라이어티 쇼’인 셈이다.

인형극과 일본판 의 만남

인기 성우인 모리쿠보 쇼타로, 테라시마 타쿠마, 카지 유우키 세 사람이 펼치는 체험 버라이어티 쇼는 일본판 <무한도전>이라 할 만 하다. 이들은 매 회 게스트와 함께 헬스클럽에서 근력 경쟁을 통해 리더를 정하는 게임을 벌이거나, 놀이동산에서 무서운 놀이기구 타기, 윈드서핑 등 각종 체험에 도전한다. 그리고 이들의 토크쇼 중간에 ‘금성인 습격’, ‘다이칸야마 벤자민’ 등 인형이 연기하는 미니 드라마가 삽입되는데, 특히 영화 <고질라>나 <울트라맨> 등의 특촬물을 패러디 한 ‘금성인 습격’은 시리즈로 제작될 만큼 인기를 끌었다. 물론 인형 배우의 목소리 연기는 앞서 등장한 세 명의 성우가 맡았다. 그 외에도 <도루바라>는 매회 인형의 역사를 소개하거나, 인형 제작소나 인형 마니아의 집을 탐방하는 코너를 편성해, 본격 인형 버라이어티 쇼에 걸맞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도 보였다. 덕분에 2009년 3월 26회(각 30분)로 종영했던 <도루바라>는, 4월부터는 도쿄 지역방송인 도쿄 MX에서 재방영 중이다. 뿐만 아니라, 시청자의 요청에 따라 매회 등장한 인형 배우의 복제 인형이 제작 판매되었고, 인형 배우 유우토, 료, 타케시가 결성한 밴드 TRIBE(실제로는 세 명의 성우)가 부른 삽입곡이 수록된 앨범도 발매됐다. 이쯤 되면 마니아층을 노린 제작진의 전략은 제법 성공적이라 할 만 하다. 버라이어티 쇼의 타겟층도 점차 세분화되는 일본이다.

글. 도쿄=임다함 (도쿄 통신원)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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