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열의 스케치북> KBS2 밤 12시 15분
음악 공연을 즐기는 방법은 천차만별이다. 얼마 전 열린 지산 밸리 혹은 펜타포트처럼 스탠딩 상태에서 방방 뜨며 ‘떼창’을 할 수도 있고, 가을에 열릴 그랜드민트페스티벌처럼 돗자리를 깔고 앉아 피크닉 온 기분으로 음악을 감상할 수도 있다. 이 중 비교적 후자에 가까운 차분한 음악 공간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여름을 맞아 스탠딩 콘서트를 마련한다. 물론 스탠딩에서 기꺼이 뛸 준비가 된 관객을 위해 열정적 무대 역시 마련했다. 세상에서 가장 랩 잘하는 부부 타이거 JK와 윤미래, 그들의 지원사격을 해줄 윤도현이 라이브의 진수를 보여준다면 이미 과거 <이하나의 페퍼민트>에서 극강의 파괴력을 보여준 소녀시대와 그녀들과는 또 다른 매력의 걸그룹 4Minute은 혼자 맥주 마시며 금요일 밤을 쓸쓸히 보내는 삼촌, 혹은 오빠들을 달래줄 것이다.

<세 남자> tvN 밤 11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이라는 얘기가 있지만 사실 요즘처럼 결혼하지 않고 자신의 인생을 즐기는 사람이 많은 시대에 나이 마흔과 서른의 차이가 엄청나게 큰 건 아니다. 다만 나이에 비례해 재정과 커리어를 쌓은 마흔과 그렇지 않은 마흔의 차이가 클 뿐이다. <세 남자>의 주인공들이 구질구질한 건 39살이라서가 아니라 그 나이에도 제대로 된 가정, 혹은 빵빵한 예금 통장을 만들지 못해서다. 하지만 <막돼먹은 영애 씨>가 그랬듯 주인공들의 좌충우돌 해프닝에 웃으면서도 어딘가 짠해지는 건 그들의 모습이 다른 드라마의 성공한 중년보다 훨씬 공감가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오늘 방영분처럼 맞선 상대보다 건담을 좋아하는 웅인과 중년의 신체능력 저하에 고민하는 다훈의 모습을 보다보면 나이 먹는 것이 새삼 부담스러워질 수도 있겠다.

MBC 밤 11시 30분
기무라 타쿠야가 주연했던 일본 드라마 <체인지>는 일종의 판타지, 그것도 국민의 염원이 담긴 판타지였다. 얼굴도 잘생기고 정의로운 주인공이 초선 의원의 신분으로 최연소 총리에 이르는 과정은 단순한 입지전이 아닌 깨끗하고 올바른 정치를 실현해줄 영웅의 등장을 뜻한다. 현실 정치의 세계에서 그건 TV에서나 가능한 판타지였다. 그런데 현재 일본 지바시에는 마치 <체인지>의 케이타를 연상시키는 최연소 미남 시장 구마가이 도시히토가 등장해 판타지와 현실의 경계를 지우고 있다. 평범한 회사원으로 지내다 시의회에서 2년 활동한 게 전부인 그는 시의 재정을 공개하며 스스로 월급을 삭감하고, 블로그로 시민과 소통하며,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일본은 TV에서 걸어 나온 듯한 그에게 열광하지만 그의 등장이 가능할 수 있었던 건 변화를 원한 지바시민들의 지지 때문이었다. 어쩌면 우리는 가능한 많은 것을 판타지로 치부하며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고 있는 건 아닐까.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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