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하겠다고 현재 살고 있는 동네에 이사 온지도 어느새 한 달이 지났다. 조용한 분위기나 집 근처 푸짐한 순댓국집, 가까운 전철역 등 칠칠치 못하게도 자랑하고 싶은 것들이 한 둘이 아니지만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슬쩍 바람을 쐬러 마실 나가는 것만으로도 여가를 즐길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하나는 근처 오락실의 <타임 크라이시스 3>고, 다른 하나는 어린이대공원이다.

주말에 작업을 하다가 기지개를 켜고, ‘심심한데 사자나 보러 갈까?’라고 생각하다가 실제로 행동에 옮길 수 있다는 건 상당히 즐거운 경험이다. 사자나 호랑이도 좋지만 마감과 마감의 연속으로 이어진 한 주의 기억에 쉼표를 넣기에 공원이라는 공간이 주는, 그것도 말 그대로 대공원이라는 넓은 공간이 주는 여유로움은 고맙기까지 하다. 가령 도심의 번화한 거리에서 보는 사람들은 그 사람 자체가 아닌, 걷거나 밥을 먹고 차를 마시는 행동으로 기억되지만 대공원에 소풍 나온 가족이나 유치원생들 혹은 데이트를 나온 사람들은 온전히 그들의 표정으로 기억된다. 아마 그들도 나도 널찍하면서도 깔끔하게 정리된 공간에서 한 템포 이완된 상태로 서로를 바라보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일종의 동네 주민 어드밴티지를 누리고 있는 셈이지만 마음만 먹는다면 누구라도 주말 낮 시간을 이용해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TV와 인터넷은 잠시 끄고 지인과 함께, 아니면 혼자라도 와서 따뜻한 햇살 아래 어슬렁거리는 즐거움을 누려보길 바란다. 심지어, 무료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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