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키의 신부> 채널 CGV 오후 4시 30분실제로 <사탄의 인형>을 처음부터 끝까지 본 것은 스무 살이 훨씬 넘어서의 일이었다. 어린 시절, 장마철만 되면 친구들은 교실 뒤쪽에 모여 건전지가 없어도 말을 하는 공포의 인형에 대한 이야기를 각자의 버전으로 늘어놓고는 했었다. 어른이 되고, 처키의 이미지가 공포의 아이콘이 아닌 신정환의 우스꽝스러운 개인기로 대체될 무렵 다시금 인형에 대한 공포를 되살리는 괴작을 만났다. 바로 <처키의 신부>다. <사탄의 인형>의 4번째 영화에 해당되는 이 작품에는 처키에 빙의된 영혼의 본래 여자 친구, 티파니의 귀신이 쓰인 여자 인형이 등장한다. 유치하고 조악한 장면들이 끔찍하기 보다는 귀여울 지경이지만, 영화의 압권은 마지막 장면. 다음 회를 기약하는 문제의 장면은 상식과 상상을 초월하는 그로테크스함으로 시청자를 공포로 몰아넣는다. 이 영화를 연출한 로니 우(우인태) 감독은 최근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를 연출했다. 아, 전지현이 출연한 바로 그 영화 말이다.

<토크 & 시티 시즌3>6회 스토리 온 밤 11시
잡지책을 펼치고, 마음에 드는 옷을 발견하고, 사진 구석에 쓰인 정보를 확인하고, 책을 덮는다. 좌절의 공식이다. 가격 미정, 혹은 연봉의 절반에 가까운 금액이 책정된 옷은 보기에 아름다워서 더 마음이 아픈, 그야말로 슬픔보다 슬픈 아이템이다. 그런 점에서 <토크 & 시티>는 잡지책의 역할을 반대로 수행 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럴듯한 레이아웃 속에 그림의 떡들만 즐비 한 잡지와 달리, 하유미와 김효진, 그리고 우종완의 왁자지껄한 진행이나 과도한 멘트가 다소 마음을 불편하게 할지라도 이 프로그램이 전해주는 정보들은 그야말로 알짜배기들이기 때문이다. 숨어있는 보석 같은 매장들을 공유하는 너그러움과 정확한 가격을 일러주는 친절함은 시청자들에게 필기 본능을 불러일으킨다. 마치 친한 언니와 쇼핑을 나선 듯한 이 방송은 매주 수요일 자정 본방송 되며, 오늘 밤에는 재방송이 전파를 탄다.

<놀러와> MBC 밤 11시 5분
이제 지겨울 법도 하다. 24부작 미니시리즈를 빠짐없이 ‘본방 사수’ 한 후에 하이라이트를 보며 ‘그런 장면도 있었지’하고 감회에 젖어드는 기분으로 총 복습할 수 있는 기회도 아니고, 오늘마저 그들이라면 조금 식상 할 법도 하다. 그러나 이런 조합이라면 다시 궁금해지는 것이 인지상정. 보고 또 본 소녀시대건만, 카라와 함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다고 하니 오늘 밤이 어쩐지 기다려진다. 평소 국민 MC 유재석이 가장 보고 싶은 연예인이었다고 밝힌 카라의 멤버들이 얼마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을지도 궁금하지만, 방송 중에도 “어디서나 당당하게 걷기”를 부르며 카라의 팬임을 자청하던 유재석의 태도 역시 주목되는 관전 포인트. 그런데 소녀시대 멤버는 9명, 카라 멤버는 5명, 오늘 출연하는 소녀는 총 13명이란다. 대체 누가 빠진 것인지, 본인의 눈썰미와 기억력(이라 쓰고 애정이라 읽는 그 마음)을 확인하고 싶으신 분은 오늘 밤을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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